[데겔 칼럼] 정의로운 생태 평화론
[데겔 칼럼] 정의로운 생태 평화론
  • 박충구 교수
  • 승인 2022.07.28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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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종교는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종교가 생명의 파수꾼 노릇을 한 것은 아니다. 생명을 지키고 보살피지 못하는 종교는 고등종교 축에 들지 못하고 대부분 그 종교가 지지해주던 문명과 더불어 소멸했다. 역사학자 토인비도 그의 기념비적인 저작 “역사의 연구”에서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주장을 펼쳤다.

토인비는 인류 문명의 발생과 쇠퇴, 그리고 몰락의 원인을 살핀 후, 지난 6,000년 인류 역사에서 문명의 중심축이 될 만한 26개의 문명권이 형성되었었지만, 그중 약 절반은 역사 속에서 존재 의미를 찾지 못하고 사라졌다고 보았다. 문명권 자체가 사라지게 된 원인은 그 문명권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었던 종교의 영성이 건강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종교가 생명의 파수꾼 노릇을 할 경우, 그 종교만이 아니라 사회도 건강하게 존속 발전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종교 그 자체도, 사회도 살아남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즈텍 제국은 14세기에서 16세기 초반까지 중남미에 강력한 제국으로 존재했었다. 아즈텍 제국의 태양신 숭배자들은 “태양의 꽃”이라는 전쟁을 즐기며, 전쟁 포로를 인신 공양의희생 제물로 바치면서 그들의 힘을 과시했다. 아즈텍의 종교는 전쟁을 조장하며 생명의 파수꾼이 아니라, 적의 생명을 제물로 희생시키는 제의를 통해 공포와 두려움을 생산함으로써 약자를 지배하는 수단을 자처했다. 이런 종교는 공포와 두려움을 동반하는 지배 수단으로 잠시 이용되기는 했지만, 역사의 검증대에서 종교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그 제국과 더불어 소멸하고 말았다.

이와는 달리 수천 년 역사를 통해 살아남아 있는 종교는 생명의 파수꾼이라는 믿음에 더하여, 강력한 윤리성을 내재한 사랑과 자비와 인의를 가르치는 고등 종교로 진화해, 소멸하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존속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오늘날 인류사회는 종교의 변화를 고대하고 있다. 환경오염과 기후변동 등 생태적 위기와 더불어 문명사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 인류사회가 종교에서 새로운 지혜와 구원의 출구를 목마르게 찾고 있다. 인간의 탐욕과 이념적 다툼을 넘어서서 모든 생명 세계에 평화와 안전을 약속할 수 있는 새로운 가르침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런 요구는 종교가 종교 본연의 인간 생명의 파수꾼 역할에 더하여, 모든 생명 세계의 파수꾼으로서 존재 의미를 찾는 종교로 진화해야 한다는 요구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경전을 가진 종교가 무슨 진화냐?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으나, 사실 종교는 그 가르침의 내용에 있어서 진화해 온 것이 사실이다.

기독교의 경우 구약성서의 성전(聖戰)론적인 전쟁 옹호론을 가진 사회관에서 출발하여, 중세를 지나면서부터는 그 야만성을 벗고 성전론 대신 정당 전쟁 이론으로 대체했으며, 급기야 핵탄두로 무장하고 서로를 겨누고 있는 20세기 이후에는 성전론이나 정당 전쟁론보다 평화주의 전통에 기독교적 가르침의 무게 중심을 옮겼다.

개별 신자의 입장에서 구약 성서에 따른 호전적 권력 이해를 지지하거나, 정의를 지키기 위하여 핵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이들도 있을 수 있겠으나, 이 시대의 전(全) 지구적 기독교가 지향하고 있는 세계사적인 흐름은 정당한 전쟁이론이 아니라, 생태적으로 정의로운 평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기독교가 생명의 파수꾼으로 건강하게 존재 이유를 찾으려면 모든 호전적인 가르침을 버리고, 정의로운 생태 평화론의 지평을 열어나가야 한다.

박충구 교수
박충구 교수
감리교신학대학교
생명과평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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