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어항 속의 권력구조 (2)
[전문가 칼럼] 어항 속의 권력구조 (2)
  • 이충범 교수
  • 승인 2022.07.28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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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 속은 밤이 되면 쫓고 쫓기는 전쟁이 시작된다. 은신처에 매복해 있던 암살자들은 어둠을 틈타 서서히 부상하며 잠자는 녀석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덩치들은 집착하는 자기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암살자들에게 지느러미 일부분이라도 떼어줘야 한다. 땅을 지키느라 먹이도 제대로 먹지 못한데다 암살자들의 지속적인 공격에 노출된 덩치들은 서서히 메마르고 지느러미는 너덜너덜해 진다.

암살자들 중엔 잔인하고 엽기적인 녀석들이 많다. 동료들의 눈만 노리고 파먹는 엽기적인 암살자들도 있다. 희생자에 대한 이들의 집착은 놀라우리만치 강력해서 때때로 사람의 손에 잡혀서도 입에 문 먹이를 놓지 않는다. 그렇다고 암살자들이 밤마다 살육의 축제를 벌일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사료에 만족할 수 없는 그들은 항상 고기를 탐한다. 동료들의 눈을 파먹고 지느러미를 뜯어 먹으며 배를 채우지만 어항 속에선 탐욕을 채울만한 충분한 고기 맛을 볼 수 없다. 살육과 포식을 포기하고 사료에 만족하지 않는 한 늘 고기를 향한 이글거리는 욕망에 시달려야만 한다. 그래서 그들은 주인이 정성스럽게 지급하는 월급으로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불법적인 수입을 노린다. 그것은 자기 몸을 스스로 갉아먹는 짓이다. 카니발리즘, 사이코 패스들은 고기를 향한 욕망을 억누르지 못해 몸집이 작은 동족들을 꿀꺽하며 광란의 잔치를 벌인다.

한편 영토 자체가 없는 민중 물고기들은 암살자들의 공격이 시작되면 잽싸게 여기저기 몸을 숨긴다. 영양 가득한 사료 탓에 비늘은 윤기가 흐르고 지느러미엔 멋진 색조가 들어 있는 이들은 암살자들의 공격을 넉넉히 대처할 만큼 건강하고 빠르다.

시간이 흘러 봄이 다가오자 여지없이 코로나 전염병이 창궐한다. 어느 누구 하나도 피해가기 어려운 세균성 궤양의 비극이 시작된다. 어항 대부분을 지배하던 코드1, 제일 큰 덩치가 덜컥 감염이 되어 버린다. 익히 예상했던 일이다. 이미 덩치는 궤양을 이겨낼 면역력이 바닥날 만큼 쇠약해져 있었다. 물고기들의 인식능력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고 얼음보다 차다.

어찌 알았는지 코드1이 병들자마자 큰 녀석부터 제일 작은 녀석까지 병든 지배자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암살자들은 헐어 있는 상처를 쪼아 먹는다. 이때부터 1미터가 훌쩍 넘는 어항을 호령하던 코드1은 어항 속 가장 낮은 서열로 전락하며 풍찬 노숙을 시작한다. 살아남기 위해 그 녀석도 이젠 사료 먹기에 목숨을 걸지만 나약해진 녀석은 동료들과 경쟁에서 늘 밀린다. 권력의 허망함을 눈앞에서 생생히 바라보면서 녀석이 기득권에 대한 욕심을 조금만 일찍 내려놓았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코드1이 몰락하여 또 다른 권력투쟁이 예고될 무렵 보스가 아닌 리더가 출현했다. 리더는 영역에 집착하지 않는 민중 물고기 출신이다. 일 년을 열심히 먹은 녀석의 덩치는 이제 어항 속에서 가장 거대해졌다. 그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 동료를 살육하지도 않는다. 다만 동료들과 어울려 열심히 먹고 유영을 즐길 뿐이다. 어항 속엔 여전히 히스테릭한 녀석들과 살육자 킬러들의 위험이 존재하지만 그가 있는 한 그런 위협과 공격에 끄덕하지 않을 만큼 어항 속은 건강하다. 왜냐하면 그는 거대한 민중의 지도자이자 물고기들의 메시아이기 때문이다.

이충범 교수<br>협성대 신학과<br>
이충범 교수
협성대 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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