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시를 통한 치유와 성장
[예술과 목회] 시를 통한 치유와 성장
  • 이영식 목사
  • 승인 2022.07.14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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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이영식 목사(비전교회 담임목사)

“그것을 맛보십시오!”(Taste it!)

나는 2005년도 4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개최된 시치료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중이었다. 실바인(Silvine)이라는 백발의 할머니 지도자가 "Don't say, don' say there is no fountain"(말하지 마세요, 말하지 마세요 우물이 없다고)라는 시를 읽어주며 참여자들을 격려 했던 말이다. 우리에게 시를 큰소리로 낭독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음미 해보라고 했다. 마치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조금씩 입에 물고 쌉쌀하고 고소한 맛과 향을 온 몸으로 느끼듯 말이다. 시는 오감을 열고 몸으로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시치료(poetry therapy)는 인류 친화적이고 오래된 문학 장르인 시를 활용하여 사람들의 치유와 성장을 촉진하는 활동을 말한다.

시(詩)는 매우 오래된 표현매체다. 고대 그리스의 음유 시인 호메로스는 기원전 8세기에 활동했던 인물이다. 동양의 유교 경전 가운데 하나인 《시경(詩經)》은 중국 최초의 시가집으로 기원전 11세기에서 6세기 무렵까지 주나라의 제의와 민속 노래들을 엮은 것이다. 기원전 16세기 인물로 추정되는 출애굽시대 미리암의 노래(출15:19-21)나 모세의 노래(출 15:1-10), 기원전 11세기 인물인 다윗왕의 시편들을 고려해 볼 때 시가 얼마나 오래되고 인류에게 친숙한 문학 장르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시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느낌을 운율이 있는 언어로 압축하여 표현한 글을 말한다. 한자어로 ‘詩’는 言(말씀 언)과 寺(관청 시)가 합쳐진 형성자로 생각과 감정을 언어라는 그릇에 담는 행위다. 시를 의미하는 영어는 'poetry'인데 어원은 ‘만들다’, ‘짓다’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poesis”로서 본질이 동사임을 알 수 있다.

시는 매우 인간 친화적 표현매체다. 인간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언어에 담아서 발설하는 순간 무엇이든지 시가 될 가능성이 있겠지만 조금 문학적이 되기 위해서는 리듬과 함축적 속성을 지녀야한다. 다시 말해서 인간에게 심장박동이나 걸음걸이와 같은 고유한 리듬이 있듯이 시에도 고유한 박자가 있다. 우리 선조들은 시의 리듬을 마음을 다스리는데 활용해 온 오랜 전통이 있다. <동창이 밝았느냐>라는 시조는 단 세 연에다 열 서너 단어 밖에 안 되지만 남계순이 완창 하는 동영상을 보면 4분 52초가 소요된다. 사람이 흥분하게 되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이는 기관이 심장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분노와 같은 강렬하고 위험한 감정을 다루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몇 초간 심호흡을 하면서 심장을 진정시키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 시조창을 한 수 뽑으면서 화를 내기는 극히 어렵다. 나는 우리나라 모든 중·고등학생들에게 필수 과목으로 시조창을 가르치면 좋겠다.

시어는 함축적이다. 이 점이 논증 글이나 설명글과 시가 다른 점이기도 하다. 시가 함축적인 뜻을 지니기 위해서 흔히 사용하는 것이 상징과 은유다. 나의 정신세계를 관리하는 데 성경책 분량의 자세한 설명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부산에서 서울을 가는데 몇 미터 되는 세부 지도보다도 한 눈에 쏙 들어오는 교통 지도가 훨씬 편리한 것처럼 말이다. 시편에는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목자와 양, 산성, 바위, 뿔, 깃발, 반석,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벗 등 매우 풍부한 은유로 표현한다. 은유와 상징의 언어들은 나의 과거 현재 미래의 삶을 한 단어로 요약하여 조감도처럼 마음속에 지니고 다닐 수 있게 해 준다.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을 ‘호수’로 표현했다면 호수가 지닌 다양한 속성들을 활용해서 풍부한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작은 돌을 던져도 파문이 일고, 맑고 깊음과 차가움, 흘러넘침, 많은 동물들에게 식수를 제공함, 고기들을 품어서 기름, 가뭄에 마르기도 하는 속성으로 내 마음을 설명하고 소통하고 이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학창시절 시를 한 번쯤 끼적여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대부분은 시를 문학적으로 접근하여 자신감을 잃었을 것이다. 나 역시 지금도 시를 쓰려고 하면 ‘이게 시가 될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시의 본질은 나의 생각과 감정을 함축적인 언어에 담는 활동이다. 다시 말해서 표현이 본질이고 그것이 문학성을 갖춘 시가 될지 말지는 다음 문제라는 것이다. 시 치료에서는 단 하나의 단어라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문자로 종이에 옮기는 것을 격려하고 나누고 소통한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 마음은 언어의 옷을 입고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우리의 심장은 나도 모르게 빨리 뛰는 것을 멈추고 평안을 얻는다.

이영식 목사 한국독서치료학회 영남지회 대표비전교회 담임목사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이영식 목사
한국독서치료학회 영남지회대표
비전교회 담임목사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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