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이오스] 우리 사회의 시심이 메마르지 않기를 소망하는 기도회
[텔레이오스] 우리 사회의 시심이 메마르지 않기를 소망하는 기도회
  • 김희룡 목사
  • 승인 2022.07.14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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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김희룡 목사(성문밖교회)

“나의 힘이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시요 나를 건지시는 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요 내가 그 안에 피할 나의 바위시요 나의 방패시요 나의 구원의 뿔이시요 나의 산성이시로다. 내가 찬송 받으실 여호와께 아뢰리니 내 원수들에게서 구원을 얻으리로다. 사망의 줄이 나를 얽고 불의의 창수가 나를 두렵게 하였으며 스올의 줄이 나를 두르고 사망의 올무가 내게 이르렀도다. 내가 환난 중에서 여호와께 아뢰며 나의 하나님께 부르짖었더니 그가 그의 성전에서 내 소리를 들으심이여 그의 앞에서 나의 부르짖음이 그의 귀에 들렸도다.” (시편 18:1-6)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는 “서정시를 쓰기 어려운 시대(Schlechte Zeit für Lyrik, 1939)”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안다. 단지 운이 좋은 사람만 사랑받는다는 것을. 그의 목소리는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아름답다. 농장에 있는 뒤틀린 나무는 형편없는 토양의 상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뒤틀린 나무를 욕한다. 너무도 당연하게.”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운 좋은 사람만 사랑받는 시대라고 말합니다. 우리 시대도 그런 것 같습니다. 운이 좋아서 장애인이 아닌, 운이 좋아서 해고자가 아닌, ‘운이 좋아서’가 아닌 그런 운 좋은 사람만 사랑받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반면에 운 나쁜 사람은 모욕을 감수해야 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운이 나빠서 장애인이 된, 운이 나빠서 해고자가 된, ‘운이 나빠서’가 된, 이런 운 나쁜 사람은 모욕을 감수해야 하는 시대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운 좋은 사람만 사랑받고 운 나쁜 사람은 모욕을 당하는 시대에서 인간의 시심과 감수성은 질식해 버리고 더 나아가 인간성마저 파괴되어 버리고 맙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이런 시대를 일컬어 “서정시를 쓰기 어려운 시대”라고 말합니다. 서정시를 쓰기 어려운 시대는 시편의 기자가 탄식하는 것처럼, 죽음의 사슬이 우리의 시심을 휘감고 불의의 창수가 우리의 감수성을 엄몰하고 스올의 줄과 사망의 올무가 우리의 인간성을 옭아매서 질식시키는 시대입니다.

개신교대책위원회(성문밖교회와 영등포산업선교회를 비롯한 7개의 개신교 에큐메니칼 단위들이 모여 노동자들의 농성 현장에 연대하는 모임)가 연대하고 있는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이 벌써 770일을 넘겼습니다. 이미 두 번의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고 행정심판에서도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으나 회사는 요지부동입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는 3명의 노동자 가운데 이미 2명의 노동자가 길거리에서 정년을 맞았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노동자들은 벌써 길거리에서 두 번의 혹한을 넘기고 세 번째 폭염을 맞고 있습니다.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이 해고된 것은 노동자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회사는 노동자들의 부당해고에 대해 사과하고 상생의 길을 도모해야 합니다.

개신교대책위는 매주 목요일 오후 5시, 농성장에 모여 기도회를 진행하며 우리 사회의 시심이 메마르지 않기를, 인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수성이 마비되지 않기를, 또한 죄 없는, 그저 운이 나쁠 뿐인 사람들을 죄인으로 정죄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김희룡 목사<br>​​​​​​​(성문밖교회)
김희룡 목사
성문밖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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