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겔 칼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성전인가?
[데겔 칼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성전인가?
  • 김명희 교수
  • 승인 2022.07.14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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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김명희 교수(서강대학교)

쟈크 루엘랑은 그의 책 『성전, 문명충돌의 역사』에서 성전과 신성시된 전쟁을 구분한다. ‘성’(聖)이 하나님 자체의 신성(神聖)을 가진다면, ‘신성시’(神聖視)는 인간들의 숭배대상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신성시’는 인간이 어떤 것에 신성을 부여하면서 하는 숭배를 표현하는 말이다. 이것은 ‘성전’(聖戰)이라는 말에도 적용된다. 전쟁의 한 형태를 두고 ‘성’(聖)자를 넣어 ‘성전’이라 부르는 것은, 전쟁은 신의 뜻에 의해 이루어져 그 자체로 성스러운 것이지 인간이 저지른 행위가 아님을 나타내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전은 ‘신성시된 전쟁’이라는 말이다. 사실 지구상에 일어나는 전쟁 중에는 성전은 없다. 신이 직접 전쟁에 참여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전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탐욕으로 일으킨 전쟁을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다. 지구상에 신의 이름으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성전은 정당한 전쟁, 곧 신성시된 전쟁일 뿐이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다. 이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서는 수만 명의 민간인과 군인이 희생되었으며, 도시는 완전히 파괴되었다. 상당수의 러시아군도 목숨을 잃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면에는 러시아 정교회의 푸틴과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적극적 지지가 있었다. 러시아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는 미사에서 러시아군을 축복하며 “이번 전쟁은 기독교의 미래에 관한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부활절에도 키릴 총대주교는 “(푸틴은) 러시아 국민에게 고상하고 책임감 있는 봉사를 하고 있다.” “군 복무는 이웃을 향한 적극적인 복음주의 사랑”이라며,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성전으로 정당화했다. 키릴은 ‘제3의 로마’ 사상과 ‘루스키 미르’ 개념 등을 동원해 ‘신은 러시아 편’이라며 푸틴을 지원했다.

1453년 동로마제국과 정교회의 중심이었던 콘스탄티노플이 이슬람의 오스만 투르크족에게 함락되자 러시아인들은 이 사건을 세계적인 재앙이라고 생각했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타락했고, 정교회의 본산 비잔틴은 멸망했다고 믿었다. 러시아인들은 제1의 로마와 제2의 로마(콘스탄티노플)에 이어 러시아가 ‘제3의 로마’라고 확신하며, 러시아 정교회에 그리스도교의 최종적 정통성이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제3의 로마 사상에서 러시아의 정통성을 찾았다. 이 사상을 기반으로 러시아는 거룩한 나라이고, 러시아 민족은 선민이라는 자의식이 생겨났다. 교회와 국가는 공존의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고, 러시아는 특별한 나라가 되었다. 러시아 정교회는 정치 권력에 개입하면서 정치와 유착 관계를 형성해 나갔다.

또한, 키릴은 러시아 정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루스키 미르’ 개념을 통해 정당화했다. 루스키 미르란 ‘러시아 세계’ 혹은 ‘러시아 평화’가 실현되는 국가 통합의 문명 공간이다. 키릴은 문명 공간을 구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정교회 신앙이라고 주장했다. 모두가 키예프(키이우) 교회 아래에서 세례를 받았기에 공통적 문명 공간인 ‘루스키 미르’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병합해야 하는 이유다.

키릴 총대주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성전으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신성한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신성한 전쟁’이 아니다. 인간이 ‘신성시한 전쟁’일 뿐이다. 키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신이 지지하고 있으며, 푸틴은 신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인간의 탐욕을 위해 신의 이름을 앞세운 ‘신성시된 전쟁’이다. 몰트만은 종교가 올바른 정치적 기능을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국가교회를 만들어 히틀러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독일교회와 성직자, 신학자들처럼, 러시아 정교회가 러시아의 국가 폭력을 정당화하며 지지하는 교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명희 연구교수(서강대학교)
김명희 연구교수
서강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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