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오월... 어둠 밝힌 크리스천들
80년 오월... 어둠 밝힌 크리스천들
  • 김지운 기자
  • 승인 2018.05.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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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그들의 신앙 본받자"

1980년 5월 19일 오후 11시. 계엄 하에서 광주지역의 치안을 책임져야 했던 정웅 당시 31사단장은 깊은 고심에 빠졌다. 이미 전군에  하달된 강경진압이 불러올 참사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중앙성결교회 안수집사였던 정 전사단장은 하나님께 기도했다. 엄청난 사태 앞에 오직 하나님만이 갈 길을 알려주시리라는 믿음에서다. 오랜 기도 끝에 ‘한사람의 생명이 만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씀이 다가왔다. ‘나 하나의 희생으로 사태가 수습될 수 있다면’이라는 각오도 다져졌다. 정 전사단장은 명령을 거부하고 무혈진압으로의 전환을 지시하게 된다. 신군부는 또다시 무장헬기와 전차를 동원해 진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 역시도 거부했다. 이 일로 정 전 사단장은 작전지휘권을 박탈 당한다. 또 그해 6월 4일 사단장직에서 해임됐고, 9월 4일에는 군복을 벗어야 했다. 그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하나님께서 80년 1월 광주 사단장으로 가게 하신 것은 광주시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계획이셨다”고 간증하고 있다.

정웅 사단장(사단장 임관 당시)
정웅 사단장(사단장 임관 당시)

올해로 광주 5.18 민주화운동이 38주년을 맞는다. 국가기념일로 제정 된지는 21년째다. 오랜 시간을 거쳐 ‘사태’는 ‘민주화운동’으로, ‘폭도의 도시’는 ‘민주화의 성지’로 명칭과 지위가 바뀌었다. 하지만 개신교의 평가는 아직 인색한 편이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색안경을 끼고 5.18을 평가한다.

이같은 흐름은 개신교가 5.18 민주화운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사실 5.18 당시 개신교 지도부는 신군부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했다. 오히려 5.18 직후인 같은 해 8월 6일 총회장급 목사 23명이 스스로 대장 계급장을 단 전두환 국보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열어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같은 일부의 일탈은 결코 개신교 전체의 흐름은 아니었다. 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신군부의 전횡과 압제에 저항하며 그들의 잘못됨을 지적하는 선지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목숨으로 저항했으며, 현장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헌신했다.

1980년 7월 19일 새벽, 부산제일교회 임기윤 목사는 영문도 모른 채 보안사 부산분실로 끌려갔다. 임 목사는 교회 강단에서 신군부의 만행과 5.18의 진상을 꾸준히 폭로해 신군부에게는 눈에 가시였다. 임 목사 가족은 연행된 지 이틀 만에 보안사로부터 임목사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가족들이 도착했을 때 임 목사는 이미 무의식 상태였고, 5일 뒤인 26일 부산대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뒀다. 당시 나이 58세였다. 보안사 측과 담당의사는 고혈압이 사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임 목사는 평소 건강한 체질이었고 혈압은 정상이었다. 사망하기 직전 임 목사의 몸을 살폈던 가족들은 왼쪽 뒤통수에서 외부 가격으로 보이는 3cm 정도의 상처를 발견했다. 지난 2000년 9월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임기윤 목사는 민주화운동과정에서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에 의해 사망한 경우로 인정된다”며 그를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했다.

고 임기윤 목사

시민군에 가담해 있던 전도사 문용동(당시 28세, 호남신학대 휴학)은 1980년 5월 26일 전남도청 지하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 당시 전남도청 지하실에는 2,500여정의 총기와 폭약이 보관되어 있었다. 보관중인 폭약이 폭발하면 반경 3~4km 이내의 광주시민과 계엄군 모두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폭약에 대한 지식이 없던 그는 상무대에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했고 상무대에서 나온 군인은 뇌관분리작업을 해줬다. 그 일로 “문전도사가 폭발물 뇌관을 분리해서 계엄군이 쉽게 도청을 접수하게 했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그렇지만 문용동은 꽃다운 나이에 전남도청을 쳐들어온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장렬한 죽음을 맞았다.

고 문용동 전도사
고 문용동 전도사

부흥강사를 꿈꾸던 방철호 목사(광주주월교회, 당시 45세)는 1980년 5월 19일 금남로에서 착검한 군인들이 젊은이를 무자비하게 때리고 군용차에 싣는 모습을 보고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시민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한 방 목사는 47구의 관을 싣고 망월묘역에서 장례식을 치르기도 했다. 또 총기반납을 주장하고, 회수된 총기와 상무대에 구금돼 있던 시민을 교환기도 했다. 민주화운동기간 중 기독교비상구호대책위원회를 발족하는데 힘을 보탰고, 총무로서 광주시 4대 종합병원을 방문하며 환자들을 보살폈다. 뿐만 아니라 계엄군이 입원해 있는 통합병원에도 방문해 그들을 위로하며 예수님의 사랑을 전했다.

방철호 목사
방철호 목사

기독병원 안성례 간호사는 5.18 당시 희생자가 늘어나면서 피가 부족해지자 “직원들부터 먼저 헌혈을 하자”고 독려하며 헌혈 운동을 확대해 많은 생명을 살렸다. 남편 명노근 교수(전남대)는 시민수습대책위원으로, 본인은 죽어가는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서 동분서주했다. “국가는 상처와 죽음을 안겼지만, 우리는 기독정신으로 살려야 한다”며 병원을 지켜냈다.

안성례 간호사
안성례 간호사

서광주교회는 목회자와 성도가 한마음이 되어 5.18 수습에 앞장섰다. 담임 김용한 목사는 5.18시민수습대책위원회위원으로 활동했다. 장헌권 전도사(광주NCC 인권위원장)는 교회와 학교에서 5.18의 실상을 알리는데 앞장섰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홍인화(The 1904 대표)도 교회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민주화운동 기간 동안 시내를 돌며 상황을 알리는 일과 헌혈운동 등에 동참했다.

최상도 교수(호남신대 한국교회사)는 “그동안 개신교 내에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채의식과 레드콤플렉스가 공존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5.18에 적극 참여했던 크리스천들을 더욱 발굴하고, 그들의 헌신을 기림으로써 교계 모두가 5.18 재해석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회가 그동안 기득권 층에 섰던 모습에서 벗어나 시민들과 함께 했던 원래 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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