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칼럼] “이유택소노미” “알이백” 이 뭐죠
[주필 칼럼] “이유택소노미” “알이백” 이 뭐죠
  • 이창연 장로
  • 승인 2022.06.26 0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봄엔가 '메타버스'란 말을 방송 뉴스 시간에 처음 들었다. 거리를 지나다 TV 화면 자막에 비친 그 말을 보는 순간 '새로운 형태의 버스'가 나왔나 하고 무식하게 생각했다. 딴에는 영어 'Meta-bus'를 상상해서 떠올렸던 것이다. 그 후 신문에서 이 단어가 나오는 걸 보고 인터넷을 뒤져 보고서야 Meta와 Universe의 합성어인 것을 알았다.

최근에는 전문가연하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방송이나 글에서 미래 한국경제가 이것에 달려 있는 듯이 얘기하는 걸 보며 많이 익숙해진 말이 됐지만, 여전히 디지털 세대가 아닌 사람에게는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대통령 후보 TV토론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알이백' 과 '이유택소노미'라는 말을 꺼내, 질문을 받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후보가 '알이백'이란 말을 다짜고짜 꺼내는 순간 무심결에 "R200이란 약품이 있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RE100'이란 자막이 나온 후에야 탄소배출 문제란 걸 알았다. RE100 (Renewable Energy재생에너지100%를 약칭하는 용어)은 2050년까지 개별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100%를 쓰자는 캠페인이다.

이 용어가 매스컴에 본격 등장한 것은 2014년 유엔총회기간에 뉴욕시의 '기후주간' 행사 때 영국의 민간단체가 RE100캠페인을 주관하면서 부터이다. 2021년 초 SK가 RE100 멤버로 가입해서 한국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일반인들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말이다. 어디까지나 기업을 상대로 한 민간 캠페인이지 행정이 개입하는 제도는 아니다.

이유택소노미(EU Taxonomy)에 대한 황당한 질문에 윤석열 후보의 당황한 반응 "그게 뭐죠? 모르는데 좀 가르쳐주세요."했다. 아마 유권자 0.01%도 이 용어를 듣고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용어는 작년 11월 글래스고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 언론에 비치기 시작한 말이다. 인터넷에 뜬 외국 신문 기사를 읽다가 처음 보는 'Taxonomy'라는 단어가 나와서 무식하게 '세금경제라는 말도 있나' 생각하며 사전을 찾아보고 '분류 체계'란 뜻임을 알았다. 영어권에서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말이라고 한다.

이유택소노미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금융기관의 투자 가이드로 규정해 놓은 녹색 활동의 분류체계이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당연히 포함되고 석탄과 석유는 배제되었다.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놓고 유럽연합 안에서도 논란이 계속되다가 지난 연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가스와 원자력을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파장을 일으킨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비판받던 터라 EU택소노미 개정안은 한국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이재명 후보가 다짜고짜로 용어의 뜻을 묻는 것도 엉뚱했지만, 탈원전 폐기를 강력히 주장하는 윤석열 후보가, 비록 용어는 모를지라도, 유럽의 원자력 논란이 탈원전 논쟁에 줄 영향력에 대한 이해는 하고 있어야 했는데 아쉬웠다. ​

RE100이나 EU택소노미는 기후변화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므로 중요한 환경 용어로 자리 잡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와 관련된 국정현안을 놓고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자리에 있다. 정부(환경부)는 탄소중립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EU택소노미를 본떠서 'K-택소노미'를 마련했다. '3차원 가상세계' '재생에너지100%' 'EU녹색분류체계'. 이런 표현도 많은 사람들이 쓰면 좋을듯한 용어 같은데 무시되는 것 같다. ​

요즘 방송이나 신문 기사를 보면 생소하고 혼란스러운 기술 관련 외래 용어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뉴스를 듣거나 읽는 게 불편하다. 청·장년기를 20세기에 보냈던 기성세대의 문제일 거라고 생각되지만, 과연 2030 MZ세대 청년들도 이런 외래어를 접하고 그들의 인식능력이 자연스럽게 작동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30년 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얼마나 생소한 용어였는지를 생각하면 자라나는 세대는 새로 생겨나는 용어를 감각적으로 익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미래 세대는 변화된 언어 세계에 편하게 산다고 하더라도, 오늘을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한국적 언어감각에 맞는 용어를 편하게 쓸 수 있게 해주는 게 사회 주류 지식인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교회 젊은이들과 소통하려면 언어감각도 현실에 맞춰가며 익혀야 할 것 같다. 이런 언어 변화에 적응 못하면 산속에 들어가 살라고요? 글쎄요.

이창연 장로(소망교회, NCCK감사)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NCCK감사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703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성경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주승중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엄무환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