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그랜 토리노〉 - 월트의 퇴장이 숭고하고 아름다운 이유
[영화와 복음] 영화 〈그랜 토리노〉 - 월트의 퇴장이 숭고하고 아름다운 이유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2.06.26 02: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너그럽고 여유 있게 봐줄 수도 있다. 하지만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는 이 모든 게 맘에 들지 않다. 아내 장례식에 참석한 손자/소년들의 옷차림이며 행동거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새파랗게 젊은 신부(사제)가 장례식을 인도하며 내뱉은 삶과 죽음에 대해 설교도 가소롭게 보인다. 세상 물정 모르고 실속만 차리려는 이기적인 손녀의 언사에도 도무지 정이 가지 않는다. 이게 가족인가? 그냥 혼자 사는 게 낫지! 게다가, 옆집에 사는 동양인 몽족의 야만적이고 무례해 보이는 생활 습관도 비위에 거슬린다.

모든 게 불만족스러운 월트에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아픈 기억이 있다. 한국전쟁에 파병되어 복무하던 중, 항복하는 동양인 소년병을 죽이고 혼자 살아남아 훈장을 받았다. 이로 인해 그는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린다. ‘전쟁’의 극한상황이라는 변명에도, 월트의 마음 한편에는 오랜 트라우마가 꽈리를 틀고 있다. 치유되지 못한 마음의 상처는 세상과 단절을 초래한다. 가족, 이웃과 소통하지 못하고 냉소적이고 고립적인 삶을 산다.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한다. 생전에 부인이 그토록 고해성사를 독려했어도, 장례식 후에 신부가 찾아와 고인의 유언이라며 다시금 요청해도,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며 완강하게 거부한다.

어느 날, 옆집에 사는 몽족 소녀 수(아니 허)가 찾아와 살갑게 인사를 나눈다. 수는 갱단의 협박으로 월트의 72년산 그랜 토리노를 훔치려 했던 사건으로 괴로워하는 동생 타오(비 방)에 대한 사과와 용서의 의미로, 타오가 며칠간 월트의 일을 도울 기회를 부탁한다. 마지못해 승낙하는 월트. 비록 하찮고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이지만, 타오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부여받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남자다운 삶의 행태도 가르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이 넓어진다. 부득이 그랜 토리노를 훔치려 했고, 이를 사죄하려는 타오의 행동과 태도에서 월트는 자신의 지난날과 현재의 모습을 발견한다.

미국 사회에는 여전히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소수민족 자체가 가진 열등의식과 주류에 대한 반감이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는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한다. 타오의 경우가 그렇다. 그럼에도 타오의 가족은 따뜻하다. 무뚝뚝하고 냉랭한 월트에게 친절히 대하고 가족 행사에 초청한다. 비록 입에 맞지 않은 음식으로 고생하지만, 월트는 자신의 가족에게서 받지 못한 따스한 환대를 경험한다. 환대는 상대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그들의 태도에 월트의 마음도 움직인다. 조금씩 녹아든다.

몽족 갱단의 복수로 총격과 폭행을 받아 만신창이가 된 타오 가족. 월트는 그들을 위한 생의 마지막 계획을 실행한다. 죽음에 맞서기로 결심하고, 삶과 주변을 하나씩 정리한다. 그리고 비무장 상태로 갱단의 소굴에 들어가 타오의 가족을 위한 희생적 삶을 바친다. 마치, 한국전쟁에서 입은 상처로 내면의 어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속죄의 방법을 찾아 자신과 가족, 세상과의 화해를 위해 거룩한 레퀴엠을 연주하는 모습이다. 멋지지만 창고에 짐처럼 보관되어 있던 그랜 토리노를 타오를 위해 내어준 것처럼, 마음 한구석에 짐처럼 남겨진 아픔의 흔적을 월트는 타오와 가족을 위해 털어버린다. 세상과 자신에 대해 진짜 화해를 이룬다. 죽음을 준비하며 한 걸음 나아가는 월트의 결단과 행동에서 우리를 위해 희생적 제물과 부활의 첫 열매가 되신 예수님을 발견한다. 월트의 퇴장이 숭고하고 아름다우며 감동을 주는 이유이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본보 편집위원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703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성경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주승중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엄무환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