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손님은 손님일 뿐
[예술과 목회] 손님은 손님일 뿐
  • 최정욱 소장
  • 승인 2022.06.09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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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최정욱 소장

 

저는 주중에 이틀을 새로 오픈한 와인샵에서 와인설명을 통한 판매를 하고 있고, 주말 이틀은 레스토랑에서 와인추천과 판매를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자와 같이 와인샵의 와인리스트를 정하고 판매방식을 전담하는 사람들을 와인 어드바이저(wine adviser), 후자처럼 레스토랑이나 와인바에서 손님에게 직접 서비스를 담당하면서 와인과 음료 전반을 책임지는 사람을 와인 소믈리에(wine sommelier)라고 합니다. 겹치는 일이 많아 같은 듯 보이지만 명확히 구분되는 직종이면서 책임한도도 구분되는 일입니다.

레스토랑에서 손님을 접객하는 일은 손님의 예약부터 시작됩니다. 언제 몇 명이 갈 예정인데 자리는 어느쪽으로 해 달라, 그리고 음식은 어떻게 해 달라는 요구부터, 손님이 선호하지 않는 요리를 변경해달라, 코스에서 어떤 음식은 빼달라, 음료 추천은 어떻게 해 달라는 다양한 요구가 있습니다. 예약한 시간에 손님이 도착해서 자리를 안내하면 다시 자리를 옮겨달라거나 동행하는 손님을 위해 특별한 서비스를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약시간에 한 시간 정도 늦거나, 아예 안나타나시는 손님들도 있습니다. 저는 소믈리에로서, 예약을 받거나 손님이 도착해서 주문을 할 때, 음료로서 와인이나 주류 주문을 어떻게 하시는 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물어보거나 서비스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구식의 음식문화를 가진 곳에서 와인은 음식(food)으로 분류됩니다. 식사에서 중요한 메뉴이기도 하면서, 식사 때 빠지지 않는 중요한 구성요소입니다. 이 경우 와인을 즐긴다는 것은 음식의 보조로서, 혹은 음식을 빛내주거나 보완해주는 또 하나의 음식으로서 즐기는 방식입니다.

그렇지만 또한 와인은 음료(beverage)로서, 알콜을 함유하고 있는 주류입니다. 소주나 위스키보다는 알콜도수가 낮은 편이라고 하지만(일반적인 소주는 16도~25도, 위스키는 35~40도 정도), 맥주보다는 월등히 높은 알콜을 함유하고 있어 마시면 취하게 되는 주류입니다.(맥주의 알콜은 보통 5~8도, 와인은 12~14도)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와인을 음식보다는 주류로 인식하고 있어 음용에 대해 꺼리거나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 듯 합니다.

맞습니다, 와인은 음식으로서의 용도로도, 주류로서의 용도로도 사용되는 음식이자 음료입니다. 적절히 음용하면 약이 될 수도 있지만,(딤전 5:23) 과하게 음용하면 방탕하다는 판단을 받을 정도로(엡 5:18) 본이 되지 못하는 생활양식이 되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나 음용하는 사람의 목적과 정도에 따라 편하게도, 불편하게도 만들 수 있는 하나의 품목일 뿐입니다.

손님이 주류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손님을 대해야 하는 난이도가 정해집니다. 음식으로서 와인을 주문하는 손님의 경우 모든 것이 편안하게 흘러갑니다. 주문하신 음식에 가장 잘 맞으면서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는 것이 소믈리에의 가장 큰 직무이자 그 때가 소믈리에로서 경력이 가장 빛나는 순간입니다. 손님들은 편안하면서 수준있는 서비스에 만족하고, 다시 방문하게 됩니다.

음식으로서가 아니라 취하기 위해서 음료를 주문하는 손님들은 좀 더 다양한 욕구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우들 모임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자신의 지위나 성공을 과시하기 위해서, 접대해야 하는 동행자의 기분이나 만족을 위해서 주류를 과하게 요구하는 손님들은 주문할 때부터 좀 불편한 신호가 옵니다. 호기롭게 비싼 주류를 시킨다고 큰 소리로 요구하기는 하지만, 적절히 너무 비싸지 않은 추천을 알아서 잘 해야한다거나, 주문하는 사람보다는 동행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주류 추천을 해야 한다거나, 모임에 참석한 비주류 참석자의 불편함까지도 체크할 수 있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또 대개 이런 경우 과한 주류 음용으로 인해 목소리가 커지거나,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생깁니다. 옆 손님들은 불편해 하고, 조용히 해달라고 하는 요청에 화를 내거나 윽박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자주 주장하는 얘기가 '손님은 왕'이라는 얘기입니다. 매우 고식적이고 고리타분한 얘기입니다. 저는 정색하고 손님은 왕이 아니라는 얘기로 답변을 대신합니다. 손님은 비용을 내고 잠시 이 곳을 사용하는 사용자일 뿐, 초법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을 시켜드리는 것으로 대부분의 손님들은 납득을 합니다. 그래도 납득하지 않고 무리한 행태나 요청을 하는 경우 불쾌한 상태에서 모임이 마쳐지게 되고, 그 손님들은 다시 레스토랑에 오지 않게 됩니다.

물론 너무 무리하지 않은 손님의 요구나 요청은 모두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 합니다. 손님들이 만족하고 돌아가시는 것이 서비스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기쁨이자 보람입니다. 손님들의 만족스러운 웃음과 미소, 소믈리에는 이 웃음과 미소를 먹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여라. (눅 6:31)
 

최정욱 소장광명시청 주무관, 광명동굴 와인연구소장연세대학교,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에서 교회사 전공
최정욱 소장
소믈리에
최정욱와인연구소장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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