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스모크〉 - 연기처럼 사라지는 초라한 인생이라 느껴질 때
[영화와 복음] 영화 〈스모크〉 - 연기처럼 사라지는 초라한 인생이라 느껴질 때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2.06.09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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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뉴욕 브루클린의 한 담뱃가게 매장은 지역주민들의 시시콜콜한 토론으로 시끌벅적하다. 매일 프로야구, 정부 정책, 여자와 시가에 대한 개똥철학이 쏟아진다. 단골손님 소설가 폴 벤자민(윌리엄 허트)이 방문하여 담배를 주문하고, 상점주인 오기 렌(하비 케이텔)은 담배 연기의 무게를 재는 법을 설명한다. 먼저, 안 피운 담배를 저울에 올려놓고 측정한 후, 피운 담뱃재를 저울 위에 턴다. 다 피운 후 꽁초도 재와 함께 저울에 달아 그 무게의 합을 처음에 안 피운 담배 무게에서 뺀다. 그 차이가 담배 연기의 무게이다. 사람이 죽음을 맞이할 때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영혼의 무게도 그렇게 측정할 수 있을까? 실지로 담뱃재나 인간 영혼에 무게가 있기나 한 것일까? 어쩌면, 존재와 상관없이 그냥 흘러가 버린 것 아닐까?

오기 렌은 13년이 지나도록 특별한 사진을 찍고 있다. 매일 아침 8시 상점 앞에서 같은 배경으로 네거리 사진을 찍는다. 4,000장이 넘는다. 그 사진들은 모두 같아 보이지만 다르다. 날씨에 따라, 행인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보는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르다. 어느 날, 오기와 함께 사진첩을 보며 넘기던 폴은 한 장면에 눈이 멈춘다. 3년 전 죽은 아내의 모습을 사진 속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모두 같은 사진 의미 없는 사진인 줄 알았지만, 거기엔 불의의 사고로 죽은 아내의 생전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폴은 오열한다. 매일 같은 삶을 사는 것 같지만 매일의 삶은 다 다르다. 그건 삶을 천천히 바라보고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발견하는 보물 같은 기쁨이다.

웨인 왕 감독의 영화 〈스모크〉는 두 인물 폴과 오기를 중심으로 잔잔하고 느리게 전개된다. 이들의 주변인들은 각자의 삶을 살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 만남과 사건의 공간인 담뱃가게를 중심으로, 교통사고의 위기에 처한 폴을 살려준 허풍쟁이 흑인청년 라시드(해롤드 페리뉴), 음주운전으로 아내를 죽인 후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일러스(포레스트 휘테커), 18년 만에 옛 애인 오기를 찾아와 친자 여부도 분명하지 않은 딸의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며 도움을 청하는 여인 루비(스톡카드 채닝)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별개의 인생이지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 영향을 미친다.

‘인연’은 별개처럼 보여도 우리 삶을 구성하는 씨줄과 날줄이 되어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완성한다. 오늘 만난 그 사람이 내일도 있을 것이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매일 똑같은 사람 똑같은 사건처럼 보여 그 차이를 인식하기 쉽지 않지만, 그 사람과 사건은 수많은 조합으로 이루어진 특별한 결과물이다. 우연으로 여길 수 있는 그 사람과 사건의 만남이 오늘 하루를 채워나간다.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현재의 삶은 그가 살아왔던 과거 삶의 연장선이며 결과물이다. 더불어 그 현재의 삶이 축적되어 미래의 또 다른 모습을 만들어낸다. 이는 단지 한 개인만의 법칙이 아니다. 그런 각자의 삶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공동체가 구성되고, 궁극적으로 ‘인류’라는 보편적이고 거대한 담론을 형성한다. 너무 큰 사건과 중요한 인물에만 초점 맞추는 데 익숙한 우리에게, 영화는 한 개인의 소소한 삶이 얼마나 중요하며 그 모든 게 모여 우리 삶과 사회의 현재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그냥 날아가 버린 담배 연기처럼 초라하고 의미 없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편린들 속에서 차이를 발견할 때, 진짜 삶은 비로소 존재가 드러난다. 하나님은 지금도 측량할 수 없이 방대한 우주 가운데서 우리 각 사람을 예정하시고 섭리하신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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