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하여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정부에서는 국민의 생계 안정과 소비촉진을 목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였다. 이를 계기로 하여, 사회 일각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국민 전체에게 일정 금액을 상시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이른바 “기본소득제” 입법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까지 하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언젠가는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게 될 기본소득은 온갖 악조건 속에서 힘겹게 식량 주권을 지켜내고 있는 이 땅의 농어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지급되어야 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농어촌 기본소득이 바로 그것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중요한 이유는, 오늘의 지구촌 공동체가 기후 변화와 기후 위기(재앙)로 인하여 농산물 생산이 크게 타격을 받음으로써 식량 위기가 초래되어 인류의 생존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는 불안한 현실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많은 농어촌 지역들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 오래되어 생명 먹거리를 생산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국내의 곡물 자급률이 매우 낮은 상태에 놓여 있다. 뿐만 아니라 젊은층의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으로 인하여 가임 여성이 급격하게 줄어드는가 하면, 세계 최저 출산율로 인해 농어촌 거주자가 감소함으로써 인구가 소멸되어 사실상 지역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인구소멸위험지역”이 농어촌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참으로 절망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농어업의 공익가치를 증진시킴과 아울러,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과 농어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려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바, 그 가장 확실한 해답이 바로 농어촌 거주민들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우선적으로 지급하는 일이다. 일정액의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자체나 정부가 책임지게 해야만, 도시와 농어촌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양극화의 폐단을 극복하고, 이를 통하여 한국사회의 약자 계층이라 할 수 있는 농어민들의 소중한 생존권과 존엄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농어촌 기본소득은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저하시키는 소득 불평등과 상대적 빈곤율을 낮추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게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장차 닥칠 기후 재앙으로 인한 식량 위기를 극복하게 함으로써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어촌 기본소득에 공감하는 개인과 단체 모두를 망라하여 농어촌 기본소득 법제화를 위한 거대한 물줄기를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선 새로운 정부의 출범 초기라 농어촌 기본소득법의 전망이 다소 불투명하긴 하지만, 국회에서 속히 이 법이 심의•의결되어야만 초고령화 사회의 그늘 속에서 신음하는 농어민들의 근심과 고통이 사라질 것이요, 탄소 중립을 앞당기는 친환경 농어업으로의 전환 및 식량 안보와 식량 주권의 확립도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