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 들보] 국회의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 대한 단상
[티와 들보] 국회의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 대한 단상
  • 정종훈 교수
  • 승인 2022.05.2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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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 교수 (연세대학교)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 부서 장관 등 고위공직자를 임명하려면,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모든 인사청문회는 청문회법에 근거해서 진행할 텐데, 정권이 바뀌어도 거의 비슷한 양상을 띤다. 인사청문회에서 여당은 추천된 인사들을 무조건 방어하고, 야당은 무조건 비판하는 공방 형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여권에서는 자체 인사 규정과 향후 전개할 정책에 따라서 적합한 인사를 추천했겠지만, 야당의 비판은 엄격함을 지나서 매우 가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야당의 비판이든 여당의 방어든 후보자가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지,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확인조차 못하고, 매우 사적이고 사소한 사안들로 논쟁할 뿐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이 항상 여당이고 항상 야당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역지사지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여당은 영원한 여당처럼, 야당은 영원한 야당처럼 처신하는 경향이 있다. 현실이 그러니 인사청문회가 개최될 때면 언제나 코미디다. 정치인들은 이전에 야당으로서 강력하게 비판했을 때는 언제고, 여당으로 둔갑하는 순간 이전에 비판했던 이상의 문제를 드러내는 후보자라도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적극 방어한다. 인사청문회의 공방은 선거판의 정치인들에게서도 유사하다. 상대 후보에 대해서는 먼지 하나라도 보이면 문제가 많은 사람처럼 과장하고, 자신의 들보처럼 커다란 문제가 드러나면 별거 아닌 것으로 축소한다. 침소봉대(針小棒大)이자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이로 인해서 시민들은 정치를 불신하고, 냉소하게 된다.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태복음 7:3) 우리가 누군가를 비판하려고 할 때, 먼저 자신에 대해서 겸허하게 성찰하라는 경고의 말씀이다. 또한 예수께서는 간음한 여인을 돌로 치고자 하는 무리를 향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한복음 8:7) 자신도 부끄러운 죄인이라 은혜가 필요한 존재라면, 죄가 있는 상대에 대해서 정죄(正罪)하기보다는 용서하고 기회를 주라는 당부의 말씀이다. 그러므로 예수의 가르침을 듣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나 세상에서 도덕적으로 또 윤리적으로 수준이 높은 사람이라면,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넓은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도 비판할 수 없는 것일까. 모든 인사청문회에서는 추천된 인사를 무조건 수용해야 할까. 그럴 수는 없다. 보다 나은 사회, 보다 나은 정치를 위해서는 보다 나은 인사를 선별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수준을 먼저 높여야 하고, 시민들로 하여금 그것을 사회적인 지평에서 실행하도록 도전해야 한다. 이때 공직에 나서려는 후보자가 도덕과 윤리에 저촉된 행위를 이미 자행했다면, 그는 시민들의 도덕적 윤리적 수준에 비추어 부끄러워해야 하고, 공직에 나서는 것을 스스로 멈추어야 한다. 그러나 도덕과 윤리가 성문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다 명확하게 하려면, 우리는 청문회법에 세세한 규정을 넣어서 법에 저촉된 인사는 처음부터 공직자의 자격이 없음을 인정하도록 할 뿐 아니라 법적인 처벌까지 받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인사청문회가 무의미한 논란의 과정을 멈추고, 정책과 능력을 기준으로 적합한 인사를 선별할 수 있지 않을까.

정종훈 교수 연세대학교
정종훈 교수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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