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술-철학 간 다중 학문 네트워크를 위해 결성된 신학-기술 공생 네트워크(Korean Theology and Technology Network, 대표 김은혜)는 2021 한국연구재단 국제협력 후속연구 지원사업팀, 한-미 인문분야 특별협력사업팀과 공동으로 미국 신학자 캐서린 켈러(Catherine Keller), 종교학자 로버트 제라시(Robert Geraci)를 초청하여 콜로키움 행사를 개최했다.

뉴욕 맨하탄 칼리지의 종교학자 로버트 제라시(Robert Geraci)는 지난 5월 18일,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가상 세계와 근대성의 신화’를 주제로, 21일에는 서울 왕십리 소재 꽃재교회에서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시대의 종교’를 주제로 강연했다.

꽃재교회(김성복 목사 시무)는 ‘그 많은 교회 청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물음을 가지고, 다중접속온라임 게임(MMORPG) 속에서 종교적 상징의 형상들뿐만 아니라 준 종교적 성격의 게임동호회들의 모습을 통해 가상현실 시대 대안종교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탐색한 제라시의 작업을 경청하며, 미래 시대를 위한 기독교와 목회의 가능성을 살피는 시간을 가졌다.

신학-기술 공생 네트워크(KTTN)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은혜 교수(장신대)는 세속화 시대에 종교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세속화된 모습으로 진화해 가고 있음을 주목하면서, 이미 인구의 60%가 무종교인으로 집계되는 대한민국에서 미래 교회와 목회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기술신학의 관점으로 응답했다.

제라시 교수는 전통적 신자들은 가상세계가 어떻게 종교세계를 대체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지만 오히려 과학이 종교를 활용하고 있는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짚으며 “가상세계와 비디오게임은 어떤 종교와도 연관성을 갖지 않은 채 전통 종교의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날 가상 컴퓨터 게임이 게이머들에게 세속적 종교가 되어왔다”면서 “다중접속자 온라인 게이머들은 오늘날 가장 매력적인 신화를 가상공간에서 발견하며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전통 종교가 제공해왔던 초월을 경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게임 속의 가상공간에서 무적의 힘을 얻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을 하거나 죽음을 정복하고, 부활의 힘을 얻으며, 세상을 구원하는 영웅이나 구세주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사람들은 게임 속에서 옳고 그른 윤리에 대해 토론하고, 캐릭터를 통해 재창조하거나 새로운 자기 정체성을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도 있다”며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컴퓨터 게임과 메타버스는 사용자들에게 기술이 제공하는 새로운 천국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점점 더 신성한 경험을 약속한다. 과학기술은 가상현실 속에서 종교적 만족을 심어주어 더 많은 사람들을 그 세상에 끌어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교와 가상 게임에 대한 제라시 교수의 분석은 현실과 가상 세계의 틈새에 몰린 청년들의 신앙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은 성찰로 이끌 것으로 보인다.

최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