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봄처럼, 다시 공명되는 민중선교의 정신
다시 돌아온 봄처럼, 다시 공명되는 민중선교의 정신
  • 손은정 목사
  • 승인 2022.05.12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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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손은정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들면서 불편한 점도 늘어가지만, 좋은 점도 많다. 세상살이의 고생과 수고를 마칠 시간이 다가오고 천국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의 때에는 잘 보이지 않던 나무의 싱그러움이 보이는 것도 참 좋은 점이다. 이뿐인가? 어른들이 선문답처럼 하시든 말씀이 깨우쳐지고, 성경 말씀이 머리로 이해되던 단계에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지듯 들어올 때도 참 좋다는 느낌을 받는다.

최근에 필자가 속한 목회자모임인 일하는 예수회 회원들이 내년 40주년을 앞두고, 자연휴양림에서 집담회를 가졌다. 스무 명이 넘는 회원들이 한 방에 둘러앉아서 저녁식사를 하는데, 이 광경을 본 어느 회원이 노인정 같다는 표현을 했다. 회원의 절반이 60대를 넘어섰으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러나 식사를 마치고 예배를 드리면서 우리는 새로운 맥박이 뛰는 것을 느꼈다. 휴양림의 나무들이 겨울을 지나며 앙상하게 메마르지만, 봄이 되면 그 싱그러움이 놀랍게 재생되듯 함께 드리는 예배에서 찬양은 크고 맑았다. 말씀은 불의 혀처럼 날카로웠고, 기도는 강물처럼 깊고 융숭했다. 이어서 토론회를 통해 지금 우리 시대에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코로나 이후 언택트 시대가 되면서 플랫폼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하고 플랫폼 노동자 수가 늘어가고 교회도 플랫폼 형태로 운영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현재의 플랫폼들이 생산과 서비스 연결망에 있어서 편리성이 매우 높지만, 의사결정의 과정도 없고 중간관리자도 없이 개별화되고 플랫폼 기업들의 운영 투명성과 책임성은 보이지 않아서 플랫폼 투명성 강화와 책임을 요구해야 하고 대안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제를 맡은 이원돈 목사는 앞으로는 플랫폼 대 플랫폼의 대결이 될 것인데 어떤 플랫폼을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교회는 목회와 선교의 대안으로 직접민주주의마을공화국을 새로운 모토로 마을목회와 선교를 더 실질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이 제안은 시원한 마중물이 되어 주었다.

마을 목회와 선교는 40년 전에 시작된 민중목회와 선교에 뿌리를 두고 있고, 다시 이 민중선교의 정신을 복원시켜야 한다는 데 까지 토론이 이어졌다. 물론 민중 개념 자체로만 보면 철 지난 옷처럼 낡고 매력을 주지 못하는 측면은 있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더 적합한 개념이 발견된다면 대체될 것이다. 귀갓길에 한 선배와 80년대 달동네빈민사역 시절과 지금 진행되는 지역돌봄사업의 차이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너무나 험악한 세월을 살아 왔지만 지금껏 그런 보람, 그런 재미도 없었다고 한다. 빈민지역 아이들에게 청춘을 바쳐 쏟은 사랑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해졌고, 아이들이 변화되어가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지금은 이러한 사역들도 정부와 지자체로 부터 운영비 지원이 이뤄지면서 재정적으로 안정이 되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일을 하는 실무자들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 현실의 한 부분임을 언급했다.

예전의 바닥 민중과 함께했던 선교사역들이 정부 지원 사업이 되면서 행정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반면, 영적인 힘과 사역의 본질이 메말라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대화 가운데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먹을지 염려하지 말고,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적당하게 유지하고 있는 자리, 관행에서 떠나서 하나님의 시선이 머무는 그 일이 무엇인지? 그곳이 어디인지? 그 사람이 누구인지 계속 찾아 나서야 한다는 부름으로 들려왔다. 마음 한구석에만 담고 있었던 산재 유족들의 어두운 얼굴이 떠올랐고, 학교와 직장에서 쫒겨난 이들의 이름들이 떠올랐다. 적당히 먹고 입을 수 있는 것이 확보되는 일자리와 내 자신의 안위에 대한 관심에서 하나님이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민중에게 마음을 열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민주교회연합체로 출발한 일하는 예수회 40주년을 한 해 앞둔 지금, 작은 교회와 민중선교의 정신이 다시 돌아온 봄처럼 곳곳에서 공명되고 발화되길 소망한다.

손은정 목사<br>(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br>
손은정 목사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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