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한국교회의 수사적 전략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의 수사적 전략
  • 김윤태 목사
  • 승인 2022.05.12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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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김윤태 목사 (신성교회)

들으면서 기분 나쁜 말이 있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기분 나빠선 안 되는 말인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기분이 나쁘다. 왜냐하면 인간은 항상 논리적으로 소통하는 존재도 아니고, 행동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항상 합리적인 존재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하거나 설득할 때 우리는 논리 이외의 것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3요소가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라고 했다. 로고스는 논리적 근거를 말하며, 파토스는 감정적 근거, 에토스는 호감이나 윤리, 성품적 근거를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논리적 근거를 통한 로고스적 소통보다 감정적 근거를 통한 파토스적 소통, 호감이나 신뢰를 통한 에토스적 소통이 더 설득력 있다고 한다. 에토스와 파토스를 잘 활용한 인물이 독일의 괴벨스와 히틀러였다.

그들은 나치 인종주의를 통해 히틀러와 독일 국민들을 하나가 되게 했고, 유대인 혐오를 조장하며 독일 국민들 스스로 나치가 되어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하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불구하고 푸틴 지지율이 83%가 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네오나치즘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내세운 푸틴의 파토스와 에토스적 대중 선동 전략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현대 선거전략에도 이런 설득기법이 잘 활용되고 있는데,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전에 이런 전략적 차이가 돋보였다. 예를 들어, 이재명 후보의 선거공보물은 마치 보험 카탈로그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 성과를 냈는지,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조목조목 열거하며 철저하게 논리와 사실에 기반한 로고스적인 접근이 두드러졌다.

이와 달리 윤석열 후보의 선거공보물은 마치 여성잡지를 읽는 느낌이었다. 감성을 자극하는 파토스적 화법, 이웃집 아저씨 같은 연출을 통한 에토스적 화법으로 대중을 공략했다. 젠더 갈라치기나 지역주의 자극,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탄압받는 피해자 코스프레 전략도 대중을 분노케 하며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아주 효과적인 파토스, 에토스적 설득전략이었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시키는 존재다. 이재명 후보 아내의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독설을 퍼붓던 사람이 윤석열 후보 아내의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네거티브 공세라고 항변한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이재명 후보가 틀리고 윤석열 후보가 옳아서가 아니라, 윤석열 후보가 내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편은 항상 옳은 법이다.

인간은 옳기 때문에 선택하는 존재가 아니라, 내 편이기 때문에 옳다고 생각하는 존재다. 파토스나 에토스적 설득전략이 효과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의 소통방식도 조금 달라졌으면 좋겠다. 선거든, 전도든 설득하려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먼저 같은 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같은 편이 되면 나라를 팔아먹어도 표를 주는 것이 인간이다. 불행히도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소통전략은 지극히 로고스적인 화법이었다. 대중을 감동하게 하거나 그들의 편이 되는 것보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진리인지를 설명하는 데 더 주력했다. 설상가상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지고 말았다.

정부 방역 지침에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고, 온갖 정치 현안에 일부 보수 기독교도들은 태극기와 성조기, 십자가를 들고 광장에서 시위까지 벌였다. 그때마다 언론에 비친 교회의 모습은 그리 호의적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완전 해제되었고, 이제 한국교회는 교세회복을 위한 다양한 전략들을 구상하고 있다.

이럴 때 다시 이전처럼 성경의 진리만을 설명하려고 한다면 과연 그 누가 그 진리를 진리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기꾼의 진실을 누가 믿겠는가? 마찬가지로 한 번 신뢰를 잃은 교회의 메시지를 과연 누가 진리로 믿어줄 것인가? 거짓을 전하는 것도 나쁘지만, 진리를 전하는데 그 진리가 거짓처럼 여겨지는 것은 더 불행한 일이다.

설득에 있어서 논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감동을 주는 것이다. 감동을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편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는 파토스와 에토스적인 화법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김윤태 목사 <br>대전신성교회<br>
김윤태 목사
대전신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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