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영화 “라만차의 사나이”의 사닥다리 꿈 (2)
[전문가 칼럼] 영화 “라만차의 사나이”의 사닥다리 꿈 (2)
  • 김선중 목사
  • 승인 2022.05.12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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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김선중 목사(UMC, 위스콘신 연회 정회원 목사)

(지난 호에 이어)

2. 꿈

돈키호테의 꿈은 “덕이 승리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고 그의 사명은 “약자와 도움이 필요한 자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지만, 그는 미친 사람으로 놀림 받습니다. 자신을 돈키호테라고 여기는 알론조의 배역을 맡아 연극을 진행시키는 세르반테스에게 현실 감각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세르반테스는 이 세상에서 “있는 그대로의 삶”은 “고통스럽고 비참하고 잔인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아프리카에서 전투에 참여했을 때의 경험을 들려줍니다.

그의 동료들의 눈은 혼란으로 가득한 채, “왜 죽느냐”가 아니라 “왜 살아왔는지”를 물으며 절망 속에 죽어갔습니다. 하지만 세르반테스에게는 “너무 현실적인 것이 미친 것이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 미친 것이고, 정신이 너무 멀쩡해서 쓰레기만 있는 곳에서 보물을 찾지 못하는 것이 미친 것이고, 그 중에 가장 미친 것은 삶을 있는 그대로만 볼 뿐, 달라져야할 삶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확신 때문에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로 하여금 여관의 창부 알돈자에게서 현실 그대로의 알돈자가 아니라 자신이 평생 꿈꿔온 이상적인 여인 둘시네아를 보게 합니다. 물론 현실과 이상 사이에는 슬픈 괴리가 있습니다.

성주 (여관주인)에게서 기사작위를 받은 밤에 돈키호테는 “고귀함이 승리하고 덕이 이길 것이다”는 감격에 도취되지만, 그 시각 알돈자는 숙소에서 손님들에게 집단으로 농락당합니다. 다음 날 아침에 돈키호테는 말을 타고 새로운 기사의 길을 가면서 “고상한 목표를 의심하지 말라”고 시종 산초에게 의기양양하게 말합니다. 하지만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길거리에 주저앉아 있던 알돈자는 돈키호테에게 “거짓말이라”고, “최악의 범죄는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라”고, 자신은 “허풍쟁이 남자들이 쓰고 버리는, 여관의 창부”일 뿐이고 “배설물 더미에서 죽을 운명으로 태어났다”고 울부짖습니다. 하지만 돈키호테는 “당신은 나에게는 영원한 둘시네아”라고 그녀를 어루만지며 함께 아파합니다. 꿈꾼다는 것은 현실을 부정하거나 회피하거나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으로 바뀔 현실을 내다보고 미리 끌어당기려 노력하면서 현실을 아프게 끌어안는 것임을 그 영화는 보여주는 것입니다.

3. 구원

세르반테스는 처음에는 알론조가 돈키호테라는 망상에서 깨어나 원래의 알론조로 되돌아와 절망 속에 쓰러지는 것으로 연극을 끝냈지만, 다시 돈키호테가 되어 꿈을 꾸다가 죽는 것으로 바꿉니다. 망상에서 깨어난 알론조가 고향 집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 알돈자가 찾아옵니다. 알돈자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알론조에게 돈키호테를 기억하도록 애를 씁니다.

“당신은 꿈에 대해 얘기했어요. 기사의 사명에 대해 이야기 했어요. 그 사명만 따른다면 이기거나 지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했어요.”

알돈자가 간절한 마음으로 주제가를 부르자 알론조는 눈물을 글썽이더니 따라 부릅니다.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제정신이 드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에서 꿈과 사명에로 다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제정신이 드는 것이라는 역설입니다. 알론조는 병상에서 일어나서는 “방랑 기사의 몸에 질병이 무슨 말이냐, 부상이 문제냐,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난다”며 갑옷과 무기를 찾습니다. 그리고 “운명이 부르면 우리는 간다”고 진군의 구호를 외친 후 쓰러져 알돈자의 품에서 죽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김선중 목사<br>UMC. 위스콘신 연회 정회원목사<br>
김선중 목사
UMC.
위스콘신 연회 정회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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