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튜립, 바니타스 그리고 메멘토 모리
[예술과 목회] 튜립, 바니타스 그리고 메멘토 모리
  • 오동섭 목사
  • 승인 2022.05.11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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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오동섭 목사 (미와십자가교회)
필리프 드 샹파뉴(Philippe de Champaigne 1602~1674년)의 해골이 있는 정물(판자에 유채, 28 x 37 ㎝, 테세 박물관, (1651))
필리프 드 샹파뉴(Philippe de Champaigne 1602~1674년)의
해골이 있는 정물(판자에 유채, 28 x 37 ㎝, 테세 박물관, (1651))

‘튤립버블’이라고 아십니까? 이 용어는 최초의 경제 버블 현상으로 16세기 중반부터 네덜란드에서 튤립이 인기를 끌며 생겨난 현상이다. 사실 튤립은 네덜란드의 꽃이 아닌 1554년 신성로마제국의 오기에르 부스베크(Ogier de Busbecq)라는 사람이 오스만튀르크에 대사로 파견되었다가 튤립 뿌리를 빈에 가져온 것이다. 그가 튤립을 네덜란드 식물학자에게 선물하게 되면서 서서히 알려지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튤립은 바이러스에 의해 변종이 생겨나게 되어 400여 종의 품종이 개발되었다. 그 품종 중에 가장 비싼 것이 ‘영원한 황제’(Semper Augustus, 셈페이 아우구스투수)였다. 튤립버블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당시 네덜란드의 교회 독실한 칼빈주의 기독교인들이 금욕적인 삶의 버리고 튤립 뿌리 구매에 마음을 모두 빼앗겼다고 한다.

당시의 상황을 너무도 잘 표한 작품이 네델란드의 화가 필리프 드 샹파뉴(Philippe de Champaigne 1602~1674년)의 <해골이 있는 정물>(판자에 유채, 28 x 37 ㎝, 테세 박물관, (1651))이다. 바로크 시대의 프랑스파 화가인 샹퍄뉴는 브뤼셀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파리로 건너가 활동했다. 샹파뉴는 루벤스의 영향을 받으며 주로 종교화, 초상화를 그렸다. 그가 그린 정물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작품에는 해골과 튤립 그리고 모래시계만 돌 위에 놓여있다. 이렇게 해골과 함께 죽음과 허무의 상징인 물건들이 가득한 그림을 바니타스 정물화(Vanitas Still Life)라고 한다. 바니타스(vinitas)의 어근은 van to empty(비다)로 van(empty)+ish(비게하다) vanish 사라지다, 소멸하다의 뜻을 담고 있어 죽음, 덧없음, 무의미함(vanity, meaningless)을 의미하는 것으로 허무주의 회화 양식을 말한다. 이것은 구약성경 전도서에서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Vanity of Vanities, All is Vanity)에서 따온 말이다. 일반적으로 바니타스 정물화에는 죽음과 허무함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가득히 배치해 놓은 것이 특징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구성이 단순화되어 중요한 상징을 나타낸 물품들만 배치하여 그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샹파뉴는 특이하게 튤립꽃을 배치했는데 그 이유는 당시 튤립파동의 영향으로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린 것이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검은 튤립’의 소재가 되기도 한 ‘튤립버블’로 인해 1636년 말까지 튤립가격은 급등하였는데 가격이 급격하게 오를 때는 한 달 만에도 20배 이상 뛰었다고 한다. 그러던 가격이 1637년 초에 접어들면서 불과 3개월 만에 시세가 100분의 1로 추락하였다. 당시 직공이 1년에 200 플로린을 벌었는데 희귀한 줄무늬의 튤립인 ‘영원한 황제’의 한 뿌리 가격이 1200 플로린이나 되었다. 현재 한화로 환산하면 약 1억 2천만 원이 된다. 튤립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다가 거품이 한 순간에 빠지면서 어처구니없이 가격이 95~99%까지 폭락한 것이다. 그러자 샹파뉴는 많은 바니타스 상징물을 다 제거하고 단순하게 그들이 뼈저리게 경험한 헛된 꿈이었던 튤립꽃 하나로 바꾸어 배치한 것이다. 당시 이 작품을 본 많은 사람은 인생의 허무함 그 자체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죽음을 기억하라(메멘토 모리, Memento mori)”고 외치는 해골과 시시각각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모래시계는 당시 튤립이 주었던 허망한 꿈과 함께 인생의 덧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열왕기상 11장 42, 43절에 “솔로몬이 예루살렘에서 온 이스라엘을 다스린 날 수가 사십 년이라, 솔로몬이 그의 조상들과 함께 자매 그의 아버지 다윗의 성읍에 장사되고”라 기록하고 있다.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렸던 이스라엘 3대 왕이었던 솔로몬의 인생이 단 두 줄로 요약된 것이다. 솔로몬은 전도서 1장 2절에 단 한 줄로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이렇게 표현한다.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인생은 한마디로 허무하고 의미없음이다. 그런데 그 허무한 삶을 알면서도 많은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모으고, 더 높이 오르려고 한다. 하나님의 충만한 지혜를 소유했던 솔로몬조차 그의 인생이 끝날 때 즈음해서야 자신이 얼마나 바보같이 살아왔었던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우리는 시간이 지난 후에 뒤돌아보며 ‘꼭 그렇게 살 필요는 없었는데’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허무한 인생은 모든 인간에게 주어지는 인생의 해답과도 같다. 하지만, 그 허무한 인생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손에 붙들릴 때 감사와 기쁨과 소망으로 충만한 인생으로 변화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주신 ‘하루’를 정성껏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삶이 작은 순간마다 감동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주어진 것에 성실히 살아갈 때 허무함으로 가득한 세상이 소망과 기쁨으로 변화될 것이다.

오동섭 목사미와십자가교회 위임목사스페이스 아이 대표극단 미목 공동대표
오동섭 목사
미와십자가교회 위임목사
스페이스 아이 대표극단
미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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