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우의 후예 (35) - "Challenge! Your Dream comes True"
아라우의 후예 (35) - "Challenge! Your Dream comes True"
  • 엄무환 국장
  • 승인 2022.05.05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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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철원 집사(예비역대령, 전 아라우부대장)

아라우부대가 중장비를 투입하여 도로, 제방 등 긴급한 기반시설 복구에 나섰고, 서서히 정상화 되고 있을 쯤 “왜 이들은 우리 아라우부대의 활동을 지켜만 보고, 스스로 장비를 투입하여 복구에 나서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라우중장비직업학교 정문
아라우중장비직업학교 정문

우리의 경우 '서해안 기름 유출사고'와 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온 국민이 동참하여 복구에 발 벗고 나서는데 그런 모습을 이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복구활동 현장에 나가보면 비록 낡은 것이긴 하지만 각 시청에서 보유한 중장비도 있었고, 민간에서 보유한 다수의 중장비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하나같이 움직이지 않고 멈춰져 있었다.

그 이유는 레이테주는 대규모 공사소요가 없기 때문에 중장비 자격을 갖고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한정되어 중장비기술자 숫자가 적었다. 또한, ‘하이옌’ 태풍으로 적은 수에 불과했던 레이테주의 중장비 기술자들 중 많은 인원이 사망하였고, 살아남은 기술자들도 대부분 안전을 위해 타 지역으로 이주하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 소유 장비와 지원단체에서 제공한 장비들이 그냥 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중장비를 교육할 전문 교육기관이 없다보니 중장비 운용인력을 양성할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었다.

태풍 피해 이전에도 높은 실업률 때문에 생활이 불안정했던 주민에게 우리가 중장비 기술을 가르쳐 준다면 생활이 향상되고 지역의 중장비 기술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 중장비 직업학교 운영을 생각했다. 부대 캠프 인근 부지를 레이테주로부터 무상으로 공여 받아 교육장 시설을 한국식 국가자격검정 기준에 따라 설치했다. 교육생은 레이테 주지사를 비롯한 시장들과 협의를 통해 각 지역별로 선발하여 순차적으로 돌아가며 입교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필리핀군과 여성에게 교육
필리핀군과 여성에게 교육

필리핀군에게 굴삭기 교육 여성에게 지게차 운전 교육교육 범위는 부대에서 보유한 장비로 실습교육이 가능한 5개 과목(굴삭기, 도쟈, 로우더, 지게차, 크레인)을 6주 과정으로 설정했으며, 3주간의 이론교육은 필리핀 과학기술원이 담당하고, 우리는 한국식 국가자격검정 기준을 적용하여 3주간의 실습교육을 담당하였다. 교육 후에는 두 기관이 공동으로 평가하여 필리핀 국가공인자격증을 부여하였으며 남자뿐만 아니라,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하고 많은 여성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필리핀의 특성을 고려하여 여성도 선발될 수 있도록 했다.

중장비 직업학교 운영을 위한 모든 준비과정을 마무리하고 4월초 1기 교육생을 맞았다. 1기 교육생은 지자체장들이 추첨한 결과 타나완시가 선정되었다. 필리핀군은 전역 후에 새로운 직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매 기수별 5명을 편성하여 파병기간 중 총 10개 기수 약 500여 명의 교육생을 배출하였다. 교육생들은 매우 열정적으로 교육에 임했으며 자발적으로 유니폼을 제작하여 맞춰 입는 등 '아라우 중장비직업학교' 교육생임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각 지역별 교육생 선발에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교육인원과 교육대상지역을 확대해 달라는 요청이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수료생들은 SNS를 통해 ‘아라우 중장비직업학교’라는 소속감을 나누며, 우리의 가장 든든한 지원자가 되었다.

교관을 헹가래치는 교육생
교관을 헹가래치는 교육생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수료생들 중 여러 인원이 취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이다. 이들이 아라우 중장비 직업학교를 통해 생활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꿈을 이루어 가게 된 것이었다.

10월경 필리핀의 모든 직업학교를 관장하는 기술교육원 장관이 아라우부대를 방문하였다. 그는 36세로 하버드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으며 대통령의 신임과 국민들로부터 인기가 있는 장관으로 직업학교 수료식에 참석하여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연설을 하였다.

수료식에서 기술교육원장관
수료식에서 기술교육원장관

"한 젊은이가 태풍으로 인해 해변으로 밀려온 수많은 불가사리를 살리기 위해 한 마리 씩 집어서 바다로 던져 넣었습니다. 점심도 먹지 않고 오후가 되어서도 그 일을 계속하는 것을 구경하던 한 노인이 젊은이에게 '불가사리가 파도에 밀려 계속 물 밖으로 나올 텐데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말하자 젊은이는 '그래도 제가 던져 넣은 불가사리는 살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한국 군인이 주어서 다시 바다로 던져 넣은 불가사리입니다. 한국 사람은 결코 어리석지 않습니다. 우리를 도와줄 가치가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를 위하여 땀을 흘리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러한 믿음을 증명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여 꼭 성공하기 바랍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의 은혜를 갚도록 합시다."

수료식후 기념촬영
수료식후 기념촬영

현재 필리핀의 인구는 1억 명을 돌파했고, 이중 30대 이하의 인구비율이 60~70%에 달한다. 또한, 필리핀은 톱과 망치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뛰어난 손재주와 엄청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이들에게 한국의 도전의식과 열정이 전해질 수 있다면 엄청난 성장과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아라우 중장비 직업학교’가 필리핀에 한국의 기술과 함께 한국인의 도전의식과 열정을 전하는 씨앗이 되어 꽃 피길 기대한다. 그래서 “Challenge! Your Dreams Comes True.” (도전하라! 너의 꿈은 이루진다.)가 중장비 직업학교의 모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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