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탠바이, 웬디〉 - 삶에 서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영화 〈스탠바이, 웬디〉 - 삶에 서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2.04.21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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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을 앓는 웬디(다코다 패닝)는 TV영화 〈스타 트랙〉 덕후이다. 우연히 시청자 참여 시나리오 공모전 광고를 본 웬디는 응모를 결심한다. 겉보기에 불안하고 주의력도 산만하여 각본을 쓴다는 게 불가능해 보이지만, 막상 원고를 쓸 때의 웬디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특히 창의적이고 복합적인 생각과 암기력, 계산능력에 탁월하다. 하지만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는 조금 어색하다.

작성된 시나리오를 우편으로 보낼 타이밍을 놓친 웬디는 직접 전달하기로 마음먹는다. 만반의 준비사항을 점검한다. 제출처인 파라마운트 픽처스에 가기까지의 여정과 노선을 확인하고, 주의사항을 기억하면서 모아둔 돈과 필수품을 가방에 챙긴다. 세상을 향한 혼자만의 첫걸음이다. 하지만 여행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다. 어느 버스를 어디서 타야 하는지부터 쉽지 않다. 막상 길을 떠났지만 만나는 사람들은 온통 어수룩해 보이는 웬디를 속이고 이용한다. 가진 돈도 도둑맞고 물건도 빼앗긴다.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도 한다. 그래도 오직 하나의 목적, 제시간에 원고를 제출하겠다는 마음엔 변함이 없다.

사실, 자폐증 환자가 동행자도 없이 수백 킬로 떨어진 접수처에 원고를 제출하는 일은 무모한 짓이다. 두려움이 몰려올 수 있다. 하지만 웬디는 도전을 택한다. 여행하는 도중에 시나리오 원고마저 바람에 날아가자, 길에서 주운 이면지에 나머지 부분을 기억력을 통해 작성해낸다. “스팍: 미지의 세계는 정복해야지 두려워할 게 아니네” 스팍의 이 대사는 웬디 자신에게 주는 명령이자 위로의 말이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전진하는 웬디, 그녀는 자신에게 던지는 대사처럼 그렇게 뚜벅뚜벅 전진해나간다. 마침내 시나리오를 접수하고 당당하게 수첩에 기록한다. ‘DONE’

우리는 종종 자폐증을 지닌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갖곤 한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부족하여 다른 이에게 방해가 된다고 여긴다. 아니, 최소한 도움은 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산다. 무언가를 조금 잘하는 사람이 있고 조금 부족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시간이 지나면서 부족하고 남는 부분은 서로 상쇄되어 하나의 하모니를 이룬다. 그렇게 사회는 돌아간다.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에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장애인을 불편한 존재로 여긴다. 실제로 그들을 대할 때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 기다려야 하고 조금 참아야 하기도 한다. 자신의 인내를 시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조금’의 여유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버팀목이 된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성장하며 아름다운 사회를 이룬다.

영화 엔딩씬은 주제를 요약한다. 언니 오드리(앨리스 이브)의 아기가 웬디에게 기대어 살포시 눈을 감고, 웬디는 그런 아기를 안고 언니 오드리에게 기댄다. 서로 신뢰하며 기댈 수 있을 때, 비로소 길은 보이고 소통은 시작된다. 여기에 공감이 첨가되면 금상첨화다. 여행 중 두려움을 느껴 숨어버린 웬디에게 〈스타 트랙〉의 언어를 사용하여 위로와 평안의 대화를 건넸던 경찰관은 공감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는 성육신으로 인간의 몸을 입고 죽음을 통해 부활의 길을 만드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며, 서툰 삶을 사는 우리를 위한 하나님의 배려이기도 하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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