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 윌 헌팅〉 - ‘내 잘못이 아님’을 넘어 ‘아픈 사람임’의 자각으로
영화 〈굿 윌 헌팅〉 - ‘내 잘못이 아님’을 넘어 ‘아픈 사람임’의 자각으로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2.04.14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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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그런 천재는 없다. 천재는 일반적으로 특정한 분야에 발굴의 재능을 보인다. 하지만, 영화 〈굿 윌 헌팅〉의 윌 헌팅(맷 데이먼)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탁월하다. - 물론 여기서 천재는 신체적 기능보다는 두뇌 작용과 관련된 측면에만 국한한다. - 수학, 법학, 생의학 그리고 역사와 경제학까지! 사실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는데, 머리를 쓰는 모든 학문을 탁월하게 잘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설정이다. 그래도 그런 천재가 있다고 치자! 하지만 책에 수록된 모든 내용을 암기하고 이해했다고 해서 그것을 진짜 아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논하는 IQ, 즉 지능은 주로 뇌의 인지적 작용 능력을 측정하는 방식인데, 과연 이것만으로 한 인간의 천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까? 어쩌면 지적 능력으로의 ‘머리 좋은’ 것에만 초점을 맞춘, 천재에 대한 우리의 섣부른 편견이 아닐까? 타인과의 공감 능력이나 경험, 용기, 판단력과 실천력 등은 무엇으로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당연한 듯 여겼던 윌 헌팅의 천재적인 두뇌에 대한 평가는 인격을 구성하는 최소의 영역인 지정의(知情意) 세 가지 영역 중, 단지 한 가지 차원밖에 측정하지 못한다. 사실, 윌 헌팅은 천재가 아니다. 다만, 지적 능력이 타인에 비해 월등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탁월함은 다른 영역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올바로 구현될 수 없다. 결여된 공감 능력으로 타인과 제대로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면, 정서적 작용이 둔하며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면 천재성은 오히려 〈배트맨의〉 ‘조커’와 같은 냉혈한을 만들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윌 헌팅은 일종의 사회적 정서적 환자이다. 편중된 두뇌 작용으로 인한 정서적, 사회적 결함을 가진 인간이다. 그래서 그는 사랑하지도 받지도 못한다. 거절과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은 적응을 위한 내적 자아의 성장과 성숙을 방해한다. 환자가 치유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환자임을 자각하고 의사를 찾아야 한다. 윌 헌팅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과도한 자만으로 타인을 무시한다. 은근히 드러내려는 욕망과 그에 따른 행동 패턴은 타인에게서 자기를 보호하려는 일종의 방어기제이다. 여기에 부정과 분리, 투사, 회피가 첨가된다. 심리학교수 션 맥과이어(로빈 윌리엄스)는 그런 윌 헌팅의 상태를 꿰뚫었다. 그래서 그는 윌 헌팅이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도록 끊임없이 자극을 준다.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라는 선언은 역설적으로, ‘현재 너는 아픈 상태임을 자각하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증상에 대한 자각이 치료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일반적으로 윌 헌팅과 션 박사의 관계를 중심으로 영화를 이해하려 하지만, 영화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션과 램보교수(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윌 헌팅을 대하는 방식에서 발견된다. 션에 가려 철저한 2인자로 살아온, 그러나 치열한 노력으로 사회적인 1인자로 인정받은 램보교수는 주체성을 상실한, 오직 사회적 요구에만 충실한 삶을 살았고, 그것을 윌 헌팅에게 요구한다. 그는 수많은 업적을 이뤘지만, 여전히 목마르다. 경쟁을 통한 상위구도의 점령과 인정에 자신의 존재 근거를 두었기 때문이다. 끝이 없다. 그에 반해, 션은 경쟁을 넘어선 주체적 결정과 만족에 의한 삶을 산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고 만족하는 삶이다. 이런 삶은 사회적 용인이나 계층적 순위를 초월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션 교수가 윌 헌팅을 치유할 수 있는 이유는 사회적 제약인 경쟁구도를 초월했으며, 정서적/의지적인 측면의 인성(personality)이 성숙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신앙인의 삶은 어떤가? 성경 지식을 많이 알기에, 타인보다 오래 신앙생활을 했기에, 사회적으로 인정된 높은 지위를 가졌기에, 노력으로 이룬 업적이 많기에 성공한 신앙인이라 생각하며 살아오고 있진 않은가? 그러나 역설적으로 성숙한 신앙과 인격은 사회적 타자의 평가를 초월할 때 비로소 드러나는 법이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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