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는 어디에 서있는가 (2)
한국 민주주의는 어디에 서있는가 (2)
  • 권혁률 교수
  • 승인 2022.04.14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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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결과를 보며’
글_권혁률 교수 (성공회대 연구교수)

(지난 호에 이어)

2-5) 시대정신을 반영한 대형 의제 대신 응징 선거전략이 주가 된 선거

역대 대선에서는 이긴 후보가 제시한 대형 의제와 승리를 위한 기본 선거전략이 있었다.

역대 대선에서 이긴 후보가 제시한 대형 의제와 승리를 위한 기본 선거전략을 살펴보면, 15대 대선(1997년); 외환위기 극복, DJP연합(충청-호남연합). 16대 대선(2002년); 행정수도 이전, 민주당의 영남출신 후보, 17대 대선(2007년); 경제 살리기, 정권심판, 18대 대선(2012년); 경제민주화, 정권 차별화 그리고 19대 대선(2017년); ‘이게 나라냐’는 말로 표현되었던 적폐청산이었다. 그런데 2022년 20대 대선은 대형 의제가 ‘정권교체'였고 선거전략은 ‘응징 선거전략'이었다.

이긴 후보와 정당뿐 아니라 다른 정당도 서로 상대를 응징하는 선거로 규정하고 치르면서 '비호감 대선'으로 낙인찍힌 선거가 되고만 것이다. 이는 실제로 선거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었다. 한국갤럽이 선거 다음날인 3월 10일 전국 제20대 대선 투표자 1천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윤 당선인에게 투표한 423명 중 39%는 '정권 교체'를 투표 이유로 꼽았다. 이어 '상대 후보가 싫어서·그보다 나아서'(17%), '신뢰감'(15%), '공정·정의'(13%), '국민의힘 지지·정치 성향 일치'(7%) 순이었다.

사실 앞서 지적한 이번 대선의 4가지 특징은 바로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의제가 실종된 선거였기에 부동산과 그에 따른 세금 폭등에 대한 분노, 2030세대의 분열 , 40세대의 좌절, 왜곡된 미디어환경이라는 특징이 두드러지게 표출된 것이고 그 결과 더더욱 의제가 상실된 선거가 되어 ‘시대정신’이 실종된 선거로 귀결된 것이다. 서론에서 언급한 정치적 민주화에 이어 사회 각 분야의 실질적 민주화를 이루는 과제, 경제성장의 열매가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하는 경제민주화 내지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이루는 과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 평화 실현이라는 과제는 오롯이 새 정부의 과제로 무겁게 넘겨졌다.

3. 20대 대선 결과에 대한 분분한 해석

여기서는 왜 20대 대선이 윤석열 후보의 아슬아슬한 당선이라는 결과로 귀결되었는지, 그 결과에 대한 분석 가운데 해석이 엇갈리거나 주목해야할 지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3-1) 영호남은 더욱 결집했나

이번 대선 결과를 보도한 언론들 다수가 습관적으로 언급한 요인인 영호남 전통적 지지자층의 결집이 더욱 강화됐다는 해석이다. 대표적으로 “진보와 보수진영의 총결집으로 대결이 진행되면서 영호남이 특정 후보에 몰표를 주는 경향이 이전보다 선명해진 것도 이번 대선 표심의 특징”이라고 보도한 연합뉴스 기사를 들 수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다른 분석을 내놓은 기사도 있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뇌리에는 이런 종류 기사가 각인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된 것일까? 진실은 그렇지가 않다. 윤 당선인이 호남에서 역대 최고의 득표 등 의미 있는 선전을 하지 못했다면 24만7077표 차이로 승부가 난 20대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윤 당선인은 호남에서 44만6869표를 얻어 18대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얻은 33만6185표 보다 11만684표 더 얻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호남에서 2.54%p 득표율을 더 올리며 역대 최고인 12.86%(박근혜 10.32%)를 기록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텃밭인 호남에서 18대 때 문재인 후보가 얻었던 89.1%보다 무려 4.28%p나 더 낮은 84.63%의 득표율에 머물렀다. 반면 윤 당선인은 이재명 후보의 고향인 경북에서 75.14% 대 23.80%, 대구에서 75.14% 대 21.60%라는 압도적 차이로 이겼다. 다만 경남에서의 득표율은 18대 당시 박근혜 후보의 63.12%에 못 미치는 58.24%에 그쳤다. 굳이 영호남의 결집을 이야기하자면 상대적으로 (출신고향조차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대구, 경북의 보수후보 결집현상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3-2) ‘10년 주기 정권교체’가설은 왜 무너졌나

6월 민주항쟁 이후 대체적 관례처럼 받아들여지던 10년 주기 정권교체설이 무너진데 대해서는 많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SBS 민주당 출입기자인 강청완 기자의 주장을 소개해보면, 강기자는 민주당 패배 요인으로 다섯 가지를 들면서 첫째 부동산 때문, 둘째 내로남불 때문, 셋째 강성지지층, 넷째 억지 프레임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여기서 가장 주목되는 해석은 다섯째로, 민주당 자체가 보수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때 국민의힘 계열 정당을 보수정당이라고 부르고 민주당은 진보 정당, 진보 진영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보수지만 민주당에는 이제 ‘진보’ 자를 붙이지 않는다. 그만큼 민주당이 보수화, 우클릭했기 때문이다.

수권 정당으로 거듭나면서 중도 표심을 얻기 위해 우클릭하고 중도로 다가간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있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민주당이 지향하던 여러 가치를 잃었다는 사실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윤석열 후보의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나는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선수(選數)가 낮을수록 국민의힘 의원들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고,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민주당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누구를 대변하는지, 선뜻 말할 수 있는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라는 지적은 5년만의 정권교체, 다시 말해 정권재창출 실패에 대한 민주당의 반성 차원에서 곱씹어볼 대목이다. 반대로 새로 집권하는 여당 역시 명심할 교훈이라 할 것이다.

3-3) 선거전략의 실패

이재명 후보의 낙선에는 민주당 선거전략의 실패가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SNS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는 글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재명은 첫째, 진영 논리에 입각한 응징 선거전략 프레임에 빠졌다. 정권교체론은 처음부터 이재명에게 불리한 조건은 아니었다.

경기지사 시절 이재명은 정권교체론이 높은 상황에서도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지지율 1위였다. 그가 문재인정부나 친문과는 다르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이낙연보다 확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재명의 경선 캠프는 정권교체론에 대한 대응에서, 문제점과 해결 방향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지 못했다.

국힘과 안철수가 또 언론기업들이 계속 이 프레임을 사용할 것에 대해서도 그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연합정부나 통합정부는 이재명이 출마 선언 때부터 문재인과 차별화하며 미리 꺼냈어야 했고, 안철수를 미리 잡았어야 했던 것이다. 이재명은 처음부터 친문을 공격할 수 있었고, 탄핵 세력인 국힘당의 정체를 공격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안철수를 잡았다면 이번 대통령은 이재명이 되었다. 김대중-김종필, 노무현-정몽준 연합을 통해서만 민주당은 집권했다. 이정희가 사퇴하며 문재인을 밀었어도 박근혜가 되었다.

문재인이 된 것은 민주당 때문이 아니다. 광장의 힘이었다. 게다가 이번처럼 탄핵 이후 막강 권력을 쥐고서도 ‘개혁’을 하지 않은 문재인정부와 친문세력을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이재명은 친문을 등에 업으면서 출발했던 것이다. 이 점이 노무현과 그의 경선 캠프와 달랐던 것이다. 이런 큰 전략상 오류는 이재명과 경선 캠프에 책임이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논쟁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비전 제시와 문재인 대통령에 실망한 유권자를 끌어들이는 차별화에 실패한 것은 대체적으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권혁률 교수<br>(성공회대 연구교수,전 CBS 대기자)<br>
권혁률 교수
(성공회대 연구교수,전 CBS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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