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칼럼] 내 장례식에는 누가 올까?
[주필 칼럼] 내 장례식에는 누가 올까?
  • 이창연 장로
  • 승인 2022.03.31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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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부고를 받았다.

필자가 존경하던 영동농장 창립자 김용복 회장이 88세의 일기로 돌아가셨다. 필자와 자주 식사도 하고 격려도 하시면서 우리 신문사의 직원, 기자들을 호텔로 초청하여 식사대접도 해 주시던 어른이다. 문상을 다녀온 날 밤 Jtbc에서 방영하는 ‘뜨거운 싱어즈’를 밤새 시청했다.

배우 김영옥씨가 ‘천개의 바람이 되어’(가수 임형주씨 노래)를 부르는데 함께한 멤버들. 음악감독 등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노래 가사는 이랬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에는 종달새가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줄게요. 밤에는 어둠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줄게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저 넒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죽음의 찬가인데 왜 이렇게 슬플까.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사랑이 없느니라.’(요15:13)

MBC드라마 전원일기에 출연했던 김수미 씨가 남편 사업실패로 동료들에게 돈을 꾸러 다녔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김혜자 씨가 김수미 씨를 보자더니 “왜 나한테는 돈을 꾸어 달라고 않느냐, 돈이 필요하면 나한테 이야기해야지”하면서 “필요한 돈이 얼마냐, 이거 내 저축의 전부야, 갚지 않아도 돼”하면서 통장 하나를 내놓았단다.

중국 남북조시대 ‘송계아’ 라는 관리가 있었다. 그의 친구 중 여승진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송계아와 더 가까이 있고 싶어서 그의 옆집으로 이사 가기로 했다. 그런데 옆집주인이 집을 안 팔겠다고 하니 백만금밖에 안 되는 집을 천 백만금을 주고 샀다. 이를 알게 된 송계아가 “왜 천만금이나 더 주고 샀나?” 여승진은 “백만금은 집값이고 천만금은 자네이웃이 되기 위한 웃돈으로 지불했네.”라고 했다. 송계아가 감동했다.

세상에는 못된 친구들도 많다.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거나 친구가 잘 되면 배 아파하고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일어나소서. 하나님! 나의 하나님. 도와주소서! 저들의 얼굴을 후려갈기소서. 이쪽저쪽 귀싸대기를 후려갈기소서. 주먹으로 아구통을 날리소서.“

성경을 풀어쓴 ‘더 메시지 바이블’ 시편 3:7에 나오는 구절인데 통쾌하기까지 하다. 다윗이 아들 압살롬에게 쫓길 때 드렸던 기도다. 불효가 한으로 남아 세상 떠나는 부모를 붙잡는 자식, 환자 앞에서 돈 때문에 싸우는 가족, 아내의 속을 무던히도 썩이고 마지막에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남편 등 다양한 군상들이 세상마감 현장에 있다. 낫씽(nothing)! 아무것도 아니야, 이 말은 하워드휴즈 회장의 말이다. 영화사,방송국,비행기회사,호텔도박장등 50개 업체를 가진 그는 낫씽! 낫씽! 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숨을 거두었다.

재물도, 명예도, 친구도, 미녀도 아무것도 아니더란 것이다. 죽음에 이르면 연민과 사랑 같은 따뜻함이 묻어 날 때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 얽힌 갈등, 돈과 욕심 등 삶의 희로애락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한다. 시간과 마음을 투자해서 죽음을 배우면 죽음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이 달라지는 것이다.

글을 쓸 때 마지막 문장을 먼저생각하면 글 흐름에 일관성이 생기고 전체가 한 호흡으로 연결되듯이 인생도 글쓰기와 다르지 않다. 자신의 마지막을 응시하는 것은 삶의 일관성을 부여하고, 힘든 일을 극복하는 용기와 삶에 대한 투자가 된다.

평생교직에 헌신해온 캐나다의 비어트리스 페디욱(94)씨,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부음을 미리 써놓고 떠났는데 자신이 살아온 ‘스펙’을 제시하며 하나님에게 천국 입국지원서를 제출하는 형식으로 돼있다. “하나님 귀하, 부디 제 지원서를 접수해 주십시오. 7남매 둘쨉니다. 부모님은 이미 하늘나라에 가 계시니 저에 관한 추가사항은 그 분들께 문의해 주세요. 저는 1948년 교직을 갖고 동료교사와 결혼해 외동딸을 낳았습니다. 좋은 간병인을 만나 편안한 말년을 보내다 하나님 뵈러갑니다”

누구든 자식결혼식은 부모 손님이 대부분이고 본인이 죽을 때는 자식 손님이 대부분이다. 정작 본인 손님(친구, 동창, 회사동료, 친척, 성도)은 극소수라 한다.

과연 내 빈소에는 자식 손님이 아닌 내 손님이 몇이나 올까, 그것이 인생을 잘살아왔는지, 아닌지에 대한 잣대라는데 나는 과연 인생을 잘살아왔을까?

이창연 장로(소망교회, NCCK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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