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국민의 침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국민의 침대
  • 김종생 목사
  • 승인 2022.03.31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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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김종생 목사(글로벌 디아코니아)

그리스 신화 테세우스 편에 ‘늘이는 자’ 또는 ‘두드려서 펴는 자’를 뜻하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악당이 등장한다. 그는 아테네 인근 케피소스 강가에 여행객 숙소를 차리고 지친 여행자가 들어오면 집안에 마련해 놓은 쇠 침대에 눕게 했다. 여행객이 주어진 침대보다 크면 머리나 다리를 자르고 침대보다 작으면 사지를 잡아 늘여 침대에 맞추었다. 여행자는 결국 죽고 만다.

여기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란 말이 생겨났는데 자기의 생각에 맞추어 남의 생각을 고치려는 것, 남에게 해를 주면서까지 자기의 입장을 관철하는 관용구로 인용되곤 했다.

요즘 대통령 선거 이후 대통령집무실 이전 등등을 두고 신구권력의 갈등을 연일 지켜보고 있자니 마음이 착잡하다. 나는 피해자라는 피해의식으로 국민의 동의를 원하지만 상대 또한 아쉽고 억울하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상대적인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지나지 않는데 절대적인 국민의 침대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복지의 대명사가 된 돈 보스코는 “청소년을 사랑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청소년이 그 사랑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진영의 사람들을 제외하곤 신구권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정당함과 의로움만을 내세우는 구호에 지나지 않기에 자신들이 의식한 국민들은 피로감에 냉소적으로 변해간다.

우리의 친구이자 스승인 예수 그리스도는 언제나 먼저 다가오셔서 손을 내미셨다. 그리고 먼저 말을 거시며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으셨다. 병자라면 의당 낫기를 원하겠지만 그런데도 “당신이 낫기를 원하는가?” 다시 한 번 물으셨다.

사순절을 지내면서 ‘하나님의 사랑인 예수 그리스도는 굳이 왜 사람이 되셨을까?’를 다시 한 번 성찰해 본다. 전능하신 하나님이시기에 아마도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국민 곁으로 와 민생 속으로 가 이번 선거에서 대표적 선거구호였는데 우리 주님 역시 사람 속으로 들어오신 것이다. 그것은 동정이나 전략이 아니라 존재의 이전이었다. 하나님의 지위와 형체를 벗어나 영광스러운 하나님 이름이 아니라 선한 것이 태어날 수 없는 ‘나사렛 예수’라는 불편한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병자들과 귀신들린 사회적 약자들과 가까이 한 것으로 죄인이 되었고, 구원을 선점해 온 선민 유대인으로부터 의구심속에 온갖 곡해를 당하시다가 십자가형에 처해지고, 3년간 함께한 제자들마저 모조리 떠난 부서지는 인생을 사셨다. 2천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유대인과 대중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손 씻음으로 권력을 유지하려 했던 빌라도가 아니라 모든 것을 다 잃고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신 예수님을 흠모하며 그분의 사랑을 닮고자 한다. 5년의 승자가 되려는 기 싸움이 아니라 축소지향의 십자가의 길을 국민은 고대하고 있다.

김종생 목사<br>빛과소금 대표<br>​​​​​​​글로벌 디아코니아센터 상임이사<br>
김종생 목사
빛과소금 대표
글로벌 디아코니아센터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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