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먹고사니즘으로 읽는 성경
[전문가 칼럼] 먹고사니즘으로 읽는 성경
  • 조성진 이사장
  • 승인 2022.03.31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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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조성진 이사장(한국영성예술협회, 마임이스트)

학부에서 신학을 전공했지만, 좀 다른 길을 갔다. 지역문화운동이라는 말 하나를 붙들고 여기저기서 여차저차 살았다. 마임이스트가 된 것도 그 실천의 일환이었다. 당연히 먹고사는 일과는 거리가 있었다. 유사 이래 가장 풍요로운 시절이 시작되고 있었다. 대부분의 교회가 물질의 축복을 주문처럼 외웠다. 나도 흔들렸다. 50대 길목에 공연콘텐츠 회사 대표를 맡아달라는 말에 혹하여 발을 딛었다가, 적지 않은 손해를 보고 패닉을 겪었다.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삶과 먹고사니즘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성경을 다시 읽었다. 다시 묻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 둘을 다 얻을 수 있는가? 그렇게 오십줄에 다시 읽은 성경은, 복음화의 열정으로 뜨거웠던 시절의 성경이 아니었다. 민주화의 열망으로, 공의의 하나님을 그리던 성경도 아니었다. 성경은 일상의 지침서였다.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거기에 레이저로 판각하듯 박혀있었다. 적어도 60대중반 지금까지 십여년을 그렇게 읽고 그 해석으로 산다.

먹고사니즘으로 읽는 성경은 만나와 메추리를 먹던 광야와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이라는 각각의 삶의 자리에서 율법과 복음의 의미를 묻는 일이다. 창세기의 에덴은 광야를 떠돌던 무리가 굶주림을 견디며 꾸었던 꿈이었으리라. 모든 사회적 안전망이 갖추어지고, 아담이 사물들의 이름을 지어주듯이 신의 창조에 참여하는 꿈을. 유목과 정착의 갈등을 드러내는 카인과 아벨 그리고 아브라함의 탈주. 홍수와 가뭄이라는 불확실성을 피하여 노예의 삶을 택한 하비루들, 처음으로 먹고사니즘을 넘어 떠난 자유를 향한 여정에서 겪는 굶주림. 그들은 친일을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오늘이 그렇듯 출애굽 세대의 노예근성 때문에 광야를 떠돌았다. 가나안은 우리의 통일에 대한 열망과도 같다. 노예의 삶을 경험한 세대는 갈짓자를 하거나 뒤로 걷는다. 모세의 역할은 거기서 끝난다. 우리에게 모세가 누구였는지는 상상에 맡긴다.

가나안은 풍요의 땅이다. 젖과 꿀이 흐른다. 그 말은 광야의 삶이 그토록 피폐했다는 것. 율법은 하나님으로부터 얻어낸 그들의 생존 방식이었다. 방석종 교수에 따르면, 그 율법으로 군대처럼 움직여서 겨우 살아남았고, 야금야금 가나안으로 들어가 살았다. 그리고는 농사를 모르는 전쟁의 신 야훼 몰래 풍요의 신 바알과 뺨을 부벼댄다. 오늘의 우리처럼 두 주인을 섬기는데 익숙해진다. 국민을 위한다면서 뒤로는 땅 투기를 일삼는다. 세례요한은 ‘독사의 자식들‘이라 했고, 가수 안치환은 ‘개새끼들’이라 했다. 예수께서 그 독사의 자식들과 회칠한 무덤들 사이에 오셨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를 창조하시고 가나안까지 인도하신 그분은 동시에 너희를 더욱 풍요하게 하시는 분이다. 그러니 아버지라 불러라. 그 아버지와 함께 사는 삶, 곧 하나님나라에 초대한다. 회칠한 무덤으로 남고자 하는 이들이 그 초대장을 가져온 나를 십자가에 매달았지만, 너희가 그 나라의 거하면 나도 그곳에 있을 것이다. 난 너희들의 영원한 밥이요, 빵이다.”

조성진 이사장
한국영성예술협회
마임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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