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권혁률(성공회대 연구교수)
1. 들어가며: 20대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었나?
사상 유례없는 0.73% 차이로 당락이 갈린 지난 대통령 선거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이 선거의 특징과 논쟁점은 무엇이었는지, 이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는 어느 지점에 서있으며 어떤 과제를 떠안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이번 20대 대통령선거의 시대정신은 무엇이었을까, 혹은 무엇이 되어야했을까? 필자는 20대 대선을 치른 2022년 대한민국은 세 가지 상황에 주목했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로는, 촛불 시민항쟁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 4.19 혁명 이래 한국사회가 추구해온 ‘민주화’가 제도와 운영의 측면에서는 완성되었다는 사실이다.
둘째로는, 2021년에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가 한국을 발전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재분류했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박정희 정권 이래 추구해온 ‘근대화’‘경제개발’의 목표 역시 수치상으로는 일단 달성되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해방과 분단, 한국전쟁을 거치며 우리 민족의 숙원으로 자리매김한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시아 평화가 미. 중 대립의 격화와 국제정세의 격변 속에서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는 현실이다.
이런 시대상황으로 인해 이번 20대 대선은 정치적 민주화에 이어 사회 각 분야의 실질적 민주화를 이루는 과제와 함께 경제성장의 열매가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하는 경제민주화 내지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이뤄야한다는 내부적 과제와 더불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 평화 실현이라는 과제를 어느 정권이 어떤 정책으로 해결할지 결정하는 선거였던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이번 20대 대선의 시대정신이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 선거상황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20대 대선을 상징하는 정치구호는 ‘정권교체’와 ‘검찰독재 저지였던 것이다. 이렇게 퇴행적인 구호가 전면에 나서게 된 문재인 정부 5년의 상황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분석과 평가를 생략하겠지만 윤석열 정부가 향후 감당해야 할 시대적 과제는 달라질 수 없음을 상기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2. 20대 대선의 5가지 장면
2-1) 서울과 부동산
불과 0.73%포인트 차로 당락이 갈린 이번 20대 대선에서 서울 지역의 표심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에서만 31만766표를 앞서면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전국적으로 24만7천77표라는 격차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정당 지지지역인 강남3구는 물론,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비롯해 광진, 강동, 양천 등 문재인 정부 시절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부동산관련 세금이 상대적으로 급격히 오른 지역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 이반의 영향이 확인된 것이다.
2-2) 2030세대의 절묘한 선택
이번 대선의 또 다른 승부처는 2030세대라 할 수 있다. 과거와 달라진 이들의 선택이 대선 승부 갈랐기 때문이다. 19대 대선까지의 역대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이 강했던 2030세대가 이번에는 두 후보에게 표를 균등히 나눠주며 결과적으로 윤의 당선을 견인한 셈이다.
출구조사를 보면 20대에서는 이 후보가 2%포인트 앞선 반면, 30대에서는 윤 당선인이 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 결과에 나타난 2030세대 표심의 또다른 특징은 성별에 따라 정반대의 지지성향을 드러낸 점이다. 2030세대의 남성은 윤 당선인을, 여성은 이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다.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를 보면 20대 이하 남성은 58%가 윤 당선인을 지지한 반면 여성의 58%는 이 후보를 선택했다. 성별에 따라 지지 후보가 달라지는 양상은 30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0대 남성은 윤 당선인 지지가 53%인 데 비해, 여성의 50%는 이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3) 왜 40대는 투표장에 덜 나왔나
이번 20대 대선의 40대 유권자 투표율은 70.4%인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에서 집계되었다. 이는 지난 19대 대선 당시의 74.9%보다 무려 4.5%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이번 대선의 40대 유권자 817만명 가운데 4.5%인 36만6천명이 선거에 참여하였다면 선거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도 있는 숫자가 투표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 센터장은 “40대는 가장이 되면서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으로 인해 경제 상황에 민감해지는 세대”라며 “부동산 폭등과 전세난 등으로 불만은 있으나 현 정부에 우호적인 이들이 국민의힘으로 가지 못하고 투표 불참으로 자신들의 고민을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그로 인해 뜨거워진 선거 열기에 비해 막상 투표율은 0.1%포인트 낮아 ‘뜨거우면서도 차가운 선거’가 된 이번 대선의 특징을 이들 40대 유권자들의 투표포기 심정이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리라.
2-4)미디어의 ‘두 얼굴’
선거철이 되면 신문과 방송을 비롯한 미디어들이 강조하는 지점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책선거이고 두 번째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보도다. 그런데 대선 기간 우리 언론에서는 이러한 원칙을 지켰던가?
대선기간 동안 유감스럽게도 정책관련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특히 각 후보의 정책을 비교분석해 유권자의 판단을 도와주는 심층기사는 더더욱 보기가 어려웠다. 대선 기간 포털에서 주목을 못 받았던 정책 기사는 마지막 주엔 더 관심권에서 밀려났다. 해당 기간 포털 뉴스 모니터링 표본 중 비정책 기사는 593건으로, 정책 기사(6건)를 압도했다. 정책 기사의 비중이 1%에 불과했던 셈이다. 비정책 기사와 정책 기사가 각각 542건, 19건이었던 한 주 전보다 차이가 벌어졌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종편 모니터 보고서에 의하면, 2월9일부터 15일까지 종편 4사 시사 대담프로그램 4편에서 각 후보 별 배우자 의혹을 다룬 방송시간은 김혜경 의혹 172분 VS 김건희 의혹17분으로 무려 '10배 차이'였다. 매체별로 보면, TV조선은 김혜경 71분 김건희 11분, 채널A는 김혜경 52분 김건희 3분, MBN은 김혜경 40분 김건희 0분. JTBC는 김혜경 10분 김건희 3분이어서 최소한의 형식적 균형조차 내버린 양상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