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회] 자비량 선교로 은퇴를 준비하다
[은퇴 목회] 자비량 선교로 은퇴를 준비하다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2.03.17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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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목에서 호스피스 사역, 바비큐 식당까지
인터뷰이_김동섭 목사
진행_박진석 목사
인터뷰 중인 김동석 목사. 최상현 기자.

군목으로 사역한 김동섭 목사는 소령으로 예편,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호스피스 사역과 국내 및 해외 선교에 힘써왔다. 현재 ‘일리다 텍사스 바비큐’ 식당을 운영하며 자비량 목회의 비전을 나누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_편집자 주


Q. 목사님의 신앙성장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6대째 신앙 유산을 이어받았고, 자녀까지 합하면 7대째 믿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국민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늘 세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공부에 재능이 있어서였는지 늘 상위권이었어요.

증조할아버님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셨는데 김구 선생님과 같은 독립운동가들의 책을 많이 읽었고 아버지와 형들에게도 관련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고등학생 시절에는 학내 문제로 데모를 하다가 경찰이 저를 민청련 사건과 엮어버리면서 강제로 퇴학을 당하게 됐죠.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1975년, 형님은 25세의 나이에 병환으로 돌아가셨는데 병상에 누워계신 형님께 “신학교에 가겠다”고 말했더니 “그것만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이 아니다. 오히려 영광을 가릴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씀이 평생 가슴에 남아 목회를 하면서 실수와 허물이 보일 때마다 떠오르곤 했습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에 입학한 저는 세상적 기준으로 신학교를 바라보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쫀쫀해보였어요. 기도하고 찬송은 열심히 하는데 배포가 작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회 개혁에도 힘써야 하는데 골방에서 기도만 하면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학생운동에 참여하기도 했죠.

Q. 군목으로 사역하셨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었나요?

신학교에서 군목을 준비하여 10년 간 복무한 후 소령으로 예편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군대 생활을 통해 복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행정과 조직도 배우게 됐죠. 설교 또한 소신껏 준비해서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지휘관이 바뀔 때마다 그분에게 맞춰야 했고 비그리스도인 지휘관이 부임하면 비위를 맞추느라 고생하기도 했죠.

그러던 어느 날 건강검사를 해보니 간수치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순간 간염으로 돌아가신 형님 생각이 나면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내가 목사를 하고 있지만, 과연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제게 구원의 확신이 없었던 거죠. 주님은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것과 다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이 주는 술, 마약, 이성, 권력은 참 기쁨을 줄 수 없어요. 그런데 제 안에 참 기쁨, 참 평안이 보이지 않았고, ‘나는 지옥에 가고 말 것인가?’하는 생각과 함께 심각한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가 찾아왔습니다. 저는 매일 주님께 간구했습니다.

‘주님, 나를 구원해주십시오. 나를 지옥에 보내지 마십시오. 천국에 가게 하옵소서.’

다시 신약 말씀을 읽어가면서 구원의 확신을 소원하며 말씀을 깊이 묵상했습니다. 식은땀이 나고, 잠을 자지 못하는 가운데 오직 천국을 묵상하며 구원해달라고 매달렸어요.

하루는 고린도후서 7장 10절 말씀을 읽는데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근심은 후회할 것이 없는 구원에 이르게 한다’는 구절을 읽고 한줄기 빛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너 성령 훼방죄를 지었잖아. 그건 용서 받지 못한다고 했어. 한 번 구원받고 타락한자는 구원받지 못한다고 했는데?’하는 음성이 귓가에 맴돌기도 했죠.

저는 계속해서 골방에 틀어박혀 말씀을 읽고 기도했습니다. 또한 이렇게 기도했어요.

“하나님, 저 딱 4시간만 잠들게 해주시면 새벽기도에 힘쓰겠습니다!”

얼마 후 우연히 ‘성령 세례와 방언’이라는 책을 읽게 되면서 어린아이처럼 방언의 은사와 성령세례를 달라고 간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방언이 터져 나오며 강력한 오순절 성령님을 경험하게 되었죠. 저를 인치시고 만지시는 주님의 손길을,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음성을 체험한 후 불면증과 우울증이 한꺼번에 치유되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열정적으로 전도하고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특히 신병 교육대에서 사역할 때는 한 달에 3-400명에게 세례를 줬어요. 혼자 감당할 수 없어서 목회자 10여 명을 초청하여 합동 세례식을 가졌죠. 이것이 시초가 되어 당시 합동세례식을 접한 목회자들이 이 방식을 적용하면서 군대 합동 세례식의 붐이 일어났습니다. 전군 복음화 운동의 단초가 되었다고 봅니다.

한편, 군대에 오랫동안 있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저 실컷 기도하고 성경을 원 없이 읽고 싶었어요. 기도 중 미국에 가라는 감동을 받아서 유학 초청장을 받아 1992년에 출국했습니다. 그렇게 4년 간 신학을 공부하고 고국으로 돌아왔는데 그때부터 교회 자립과 새로운 길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 같아요.

식당 앞 정원에서.

Q. 호스피스 사역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미국에서 돌아와 교회를 개척했는데 일반 목회는 정말로 쉽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전도해서 성도들이 조금 모이면 흩어지고, 또 모이면 흩어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저는 병원 목회로 눈을 돌려 수술을 앞둔 환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시작했어요. 그러자 한 병원에서 호스피스 사역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하더군요. 진지한 고민 후에 대구 동산병원에서 강사를 지원받아 호스피스 교육을 시작했는데 첫 강의에 600여 명이 등록했고 경남, 경북 지역을 돌며 2차, 3차 강의를 열 때마다 수백여 명이 몰려드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교회 사택에서 호스피스 환자들을 모셨더니 통증 조절이 제대로 할 수 없어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목사님, 아파서 죽을 것 같은데 십자가를 바라보면 이 고통이 사라지나요?” 저는 이대로 안 되겠다는 생각에 모르핀을 쓸 수 있는 병동을 구상했고 호스피스 사단법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울산 소재 ‘엘림요양병원’이었습니다. 초기에는 재정적 압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주님 은혜로 필요한 채움을 받으며 운영할 수 있었어요.

Q. 자립 목회와 선교를 위한 일리다 식당을 오픈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엘림요양병원의 규모가 커지다보니 안타깝게도 내부 갈등이 싹트기 시작했고, 결국 저는 호스피스 사역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길을 고민하며 자립 선교와 목회를 두고 기도하고 있을 때 미국에서 교제한 ‘짐 남’(영어이름, 성) 장로님이 한국에 와 도움을 주셨습니다. 남 장로님은 직접 바비큐 사업과 요리 노하우를 전수해주셨고 그 결과 이곳 곤지암에 ‘일리다 텍사스 바비큐’ 식당을 시작할 수 있었죠.

훈제 바비큐 화로 앞에서.

Q. 이중직 목회, 자립 목회에 대한 목사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노동을 통해 자립하고 살 수 있도록 능력과 재능을 주셨습니다. 일용할 양식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주셨지요. 목회 방식이 다변화되어야 합니다. 저는 오히려 기존의 일반 목회가 특수 목회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제 목회자들이 물질적인 부분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까요? 바울과 브리스길라, 아굴라처럼 때로는 자비량 목회를, 때로는 후원을 받을 수도 있겠지요. 헌금을 통해 유지하는 고정된 자립 목회뿐만 아니라 다른 길을 택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과거의 방식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예를들어 기독교를 배척하고 박해하는 중동 국가에서는 취업과 기술, 재능으로 선교를 하게 되면 수익과 선교를 병행하기 좋고 재정부담도 덜 수 있어요. 아무리 큰 교회도 선교지에서 사역하는 목회자의 생활비를 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죠. 후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현지의 자립 선교 모델을 구축하면 더욱 안정적이고 온전한 목회가 되지 않을까요?

뜻이 있는 분들이 찾아오시면 최소 비용을 숙식과 교육, 컨설팅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자비량 선교사, 시골 목회자, 일반 성도 누구든 환영합니다.

Q. 끝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사람을 세우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목회가 다양화 되는 오늘날, 지혜로울 필요가 있습니다. 악한 세대 속에서 우리가 좀 더 생각을 열어야 해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죠.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위해 고민하고 계신 목사님들이 ‘복음과 생명’에 포커스를 맞추고 다양한 방법과 수단을 강구하여 하나님이 열어주시는 길을 잘 걸어가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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