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기드온의 빛과 그림자
[예술과 목회] 기드온의 빛과 그림자
  • 심광섭 목사
  • 승인 2022.03.16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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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심광섭 목사(예술목회연구원 원장)

사사 기드온에 대한 기록은 앞선 사사들 옷니엘, 에훗, 삼갈, 드보라보다 긴 3장에 걸쳐 전개된다. 그 양은 사사 삼손 다음으로 많다. 그만큼 이스라엘 신앙에 기드온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스라엘은 기상천외의 이동 수단으로 무장한 미디안의 공격에 직면한다. 그들은 사막 땅을 질풍처럼 달리는 낙타부대로서, 이루 셀 수 없는 낙타를 타고 쳐들어 왔는데 마치 메뚜기 떼처럼 많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메뚜기 떼가 지나간 논밭에 쭉정이만 남듯이, 미디안이 지나간 자리는 예외 없이 온 땅이 황폐화될 정도로 속수무책이었다. 그때 주님은 천사를 통해 기드온을 부른다. 그러나 기드온은 야훼 하나님이 불렀다는 확실한 증거를 달라고 벨기에 화가 야콥 요르단스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주님께 기도한다. 그 응답은 즉시 이루어졌고, 확실한 증거를 얻기 위해 기드온은 한 번 더 증거를 요구하는데, 주님은 참으로 아무 말 없이 기드온의 요청을 두 번 다 순조롭게 들어준다(삿 6:36-40).

기드온이 미디안의 모든 왕들을 죽이고 물리치자, 이스라엘은 기드온에게 왕이 되어 우리를 다스려달라고 요구한다. 그리나 기드온은 이 요구를 거절한다. "나는 여러분을 다스리지 않을 것입니다. 나의 아들도 여러분을 다스리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주님께서 여러분을 다스리실 것입니다."(삿 8:23).

얼마나 훌륭한 신앙적 고백인가! 이스라엘 신앙의 골격이며 이스라엘 집의 기둥이다. 그런데 기드온은 백성들에게 이상한 것을 요구한다. 그것은 전리품 중에 얻은 패물을 달라는 것이며, 그것들을 가지고 에봇(제사장의 의복) 하나를 지어 성읍에 둔다. 그러나 온 이스라엘은 그 곳에서 에봇을 음란하게 섬겼고, 그것이 기드온과 그 집안에 올가미가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삿 8:27). 기드온에 관해서 기록한 100절 중 딱 한 절에 불과한 아주 작은 양이다.

그러나 그 작은 것이 말년에 저지른 아주 불행한 사건으로 남게 된다. 결국 이 사건은 기드온의 발목을 잡고 그 집안에 올가미가 된다. 大사사 기드온에게 씻을 수 없는 큰 흠이 된 것이다. 왜 기드온은 왕위를 거절했음에도, 그것에 비해 한참 보잘것없어 보이는 제사장이 입는 에봇을 지었던 것일까?

기드온은 우리를 다스릴 분은 오직 야훼 한 분이라고 자기를 낮추고 비우는 고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에 무엇이 부족했거나 채우고 싶었던 것일까? 최고의 원칙은 지키면서 그 아래 사소한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여 결국 본 궤도에서도 이탈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원인은 무엇일까? 기드온과 같은 위대한 사사까지 꼬드김을 당하고 유혹당하여 넘어가는 실체는 무엇일까? 에봇을 만들어 한 곳에 두자, 이스라엘은 보이는 에봇에 마음을 두어 왕으로 섬기게 된다.

성경은 주님 외에 다른 것에 마음을 두는 것을 ‘음란’으로 규정한다. 그래서 에봇을 음란하게 섬겼다고 표현한다. “당신의 마음이 매달려 있고 당신의 모든 것을 지탱하는 대상, 그것이 바로 당신의 신입니다”(루터, 『대교리문답』, 53) 기드온은 바알 제단을 허물고 바알과 싸웠기 때문에 여룹바알(Jerub-baal)이라 불렸는데(삿 6:32), 기드온이 죽고 나니 이스라엘은 다시 바알들을 섬기고 바알브릿을 자기의 신으로 삼게 된다.(삿 8:33) 야훼 하나님 대신 바알이 언약을 지켜보는 신, 언약의 주인(Baal-berith)이 된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사사들이 사라지자마자 곧바로 야훼 하나님을 버리고 바알을 따르는 타율적이며 종속적인 삶에 떨어지는 삶을 반복한다. 그들은 과연 하나님을 알고 믿은 것인가? 하나님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인가? 인간의 속성이 의존적이고 변덕스러우며 자신의 이해가 걸린 사안 앞에서는 원칙도, 의리도, 신의도 99%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실상이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백성의 배신과 지조 없음만을 탓할 것은 못된다.

인간은 누구나 “추악한 이익을 위해서 미래를 배신하지 마십시오” 라고 말한 대 바실리우스 교부의 경고를 곧잘 어긴다. 그렇지만 참 자기를 찾아 부분 대상에 안주하지 않고 언젠가 도달하고 싶은 경지(화해된 전체성)에 대한 정신적, 영적 탐구와 질문은 계속 남는다.

영적 수련을 거친 인간은 자신의 본성을 밖으로 대상화, 사물화, 물신화하지 않고 어떤 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영혼에 머물러 자신의 영혼 안에 이미 늘 거주하시는 하나님을 알게 된다. 그러면 계명도 사사들의 지도도 교리도 초월한 살아 계신 하나님을 내 안에서, 강에서, 산에서, 길목에서, 심연의 어둠 속에서도 만날 수 있다.

심광섭 목사 전 감신대 교수(조직신학/예술신학)예목원 연구원
심광섭 목사
전 감신대 교수(조직신학/예술신학)
예목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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