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과 음해로 이긴 선거
모욕과 음해로 이긴 선거
  • 박충구 교수
  • 승인 2022.03.16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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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박충구 교수(감신대 윤리학)

나는 이번 대선을 이렇게 정리하고, 다음 장으로 넘어 가려고 한다. 이번 대선은 여러 분석이 있겠으나, 국힘당이 상대에 대한 ‘모욕과 음해로 이긴 선거'라고 결론을 짓는다.

1.

어제 하루는 마음이 매우 힘들었다. 승패는 있는 법, 이기면 기쁘고, 지면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결과를 겸허히 인정하는데 퍽 시간이 걸렸다. 오늘 새벽에 비로소 내 마음의 상처를 보았다. 서로 최소한의 존중과 존경을 보이는 공정한 싸움이었다면 이리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비열한 모욕과 음해의 수단을 사용한 집단에게 패했기 때문에 마음이 몹시 어렵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민주당 문재인 정권이 임명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이 국힘당으로 달려가 반기를 들더니 급기야 한 사람은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한 사람은 이낙연이 버린 종로 국회의원직을 차지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자신에게 국민이 안겨 주었던 자리를 국민이 다시 그 모반자들에게 넘겨준 모양이 되었다. 국민은 왜 46%의 지지를 받고 있는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모반자를 선택했을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승리했고, 다른 편은 패배했다.

윤석열은 선거운동기간 내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비방했다. 심지어 문재인 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몰아갔고, 문재인 정권을 운동권들이 자리를 탐하며 나눠먹는 부정부패 정권, 대장동 검찰 수사를 막은 정권, 부도덕한 정권이라고 규정하기를 서슴치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대통령 되면 다수당이 힘을 합쳐 자신을 탄핵을 할 것이나 자기는 국민을 믿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등 자신이 민주당 모략에 시달릴 것이라는 엄살도 떨었다. 그는 진실여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지지자들을 자극하기 위하여 이런 근거없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리고 언론은 그의 발언을 계속 반복하여 내 보냈다.

2.

민주사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선거에 즈음하며 국힘당 선대위가 대거 검사 출신들로 꾸려지고, 그 위원장은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아가던 시절 국정원 파견 검사였던 이가 맡았다. 이 집단이 지난 선거 기간 취했던 전략은 정정당당하게 후보자의 정치 철학이나 인문학적 지성, 정치적 신념이나 가치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거기에서 이기려는 것이 아니었다. 이번 선거에서 국힘당 검사 출신 정치인들은 정치담론이나 사회에 대한 비젼, 오늘의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처방 등, 선거 기간 중 마땅히 있어야 할 담론을 전개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이 취한 수단은 상대를 향한 비열한 ‘모욕과 음해’라는 전략이었다.

상대를 모욕하고 음해하는 수단을 동원하여 이들은 이재명의 어린 소년 시절을 집단 강간범이라 도색하기도 했고, 그의 소년공 시절을 범죄적 이미지와 연계시켰으며, 그의 성공적인 시장, 도지사 공직 생활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명료한 근거도 없이 대장동 비리 주범으로 몰아갔다. 심지어 종교인들이 가담한 선대위에서는 이재명을 악마로 묘사하는 포스터를 만들어 유통하기까지 했다. 이에 더해, 그들은 이재명의 아들과 배우자를 뒷조사 하여 한 인간으로서 그들의 존재와 인격을 말살 매도하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평범한 사람들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모욕하기’는 삼중의 효과를 불러온다. ① 당사자를 공격하여 그의 사람됨을 비하하여 그의 인격과 품위를 통째 지워버리는 잔인한 공격 효과가 있다. ② 당사자 지지자들에게는 혐오와 수치심을 느끼게 하여 지지를 철회하거나, 실망하여 비난하게 만든다. ③그리고, 자기 편 사람들에게는 당사자를 매도하고 모욕할 대상으로 지목하여 물어뜯는 먹잇감으로 던져준다. 여기에 극우 인사 김동길이라는 인물(실제가 아니라고 나는 믿고 싶다)도 가세하여 끔찍한 해석을 덧붙였다.

불법도박, 소고기 한 근, 샌드위치 10인 분이면 한 인격을 매도하고, 그의 인격을 공공의 세계에서 완벽하게 박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깨달았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는 대중 심리를 이용해 선동선전에 능한 이들이다. 자기 집단에 속하는 이들에게는 룸살롱 접대, 성매매, 성폭행, 경찰 폭행 등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단 적대적 대상이 된 이는 이들의 수법에 걸리면 중대 범죄자나 파렴치범으로 언론에 무수히 대서특필된다.

3.

나는 대통령 노무현도 이들의 타깃이었고, 전직 국무총리도 이들의 집요한 공격의 대상이었다고 생각한다. 김경수 도지사도, 조국,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이들의 타깃이었다. 일단 이들의 타깃이 되면 진실여부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팩트체크없이 마구 쏟아내는 언론을 통해 일시에 대통령도 ‘논두렁에 시계 버린 웃기는 사람’으로 공개되고, 국무총리는 ‘공관에서 뇌물이나 받아먹는 파렴치한 여인’으로 공개된다. 멀쩡한 대학 교수가 교양이나 도덕성이 파산당한 사람으로 간주 되어 하루아침에 자식을 위해 표창장이나 위조하는 표창장 위조범으로 몰린다.

이재명은 6천 억 이상 성남시에 유익을 끼쳤다고 생각하던 시장에서 대장동 개발 비리 주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 오명에 사람들이 쉽게 동의를 하지 않자 이어 그의 자식을 비정상인으로 몰아 모욕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의 배우자는 법인카드로 소고기 한 근, 샌드위치 10개를 훔친 기생충과 같다고 조롱하며 몰아갔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이들은 이런 짓 못한다. 이런 일련의 행위들은 인격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함부로 할 수 있는 짓이 아니다. 사람에게서 상습적으로 인격을 박탈하며 살아온 사람들만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권력 관계가 심각하게 기울어진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는 일이다. 당하는 이는 그가 겪는 비인격적인 매도와 모욕주기에 대항하여 고소 고발 할 수도 없다.

이런 짓을 하는 이들이 바로 판검사, 아니면 판검사 출신, 김학의를 알아 볼 수 없었다고 하는 검사들, 불리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전직 검사 국회의원 - 치외 법권적인 특권 귀족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날, 이들에게 잘못 걸려들어 사형수가 되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교수대에 매달려 죽은 이들도 무수히 있었다. 법이 구제한다고 누가 말하는가? 재판 재심의 기회를 찾던 한명숙도 이 집단의 훼방에 의해 기회를 잃었다.

혐의자에게서 범죄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상대를 범죄자로 간주하고 그가 범죄를 자백하기까지 집요하게 심문하는 일은 아마도 검사 세계에서는 익숙한 일일 것이다. 윤석열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을 괴롭힌 일련의 사태도 ‘모욕과 음해하기’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기괴한 법기술자들의 공격 앞에서는 한 인간이 지난 날 살아오면서 습득한 인문학적 지성, 사회과학적 이해 능력,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켜온 가치, 그의 인격과 품위, 희망 같은 것은 일시에 부정되거나 몰수되고 만다. 공격자의 눈에는 그가 오로지 ‘범죄자’로만 규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이 우리가 바라는 민주사회, 법치주의 사회란 말인가?

4.

민주사회의 내면은 권력 분립을 통해 민주사회의 존재 이유인 ‘인권 옹호와 공동선을 이루는 기본 가치들’로 채워지는 것이라면, 그 목적을 지켜내기 위한 외적 보호막은 ‘법치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권과 공동선을 지키고 담아내기 위한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법치주의이므로, 법치를 담당한 이들은 인권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공동선을 향한 봉사자로서 소명의 사람이어야 한다. 민주적 가치를 위협하는 다양한 악과 무질서로부터 민주사회 구성원인 인간 개개인을 지키기 위한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사용하는 모든 수단은 반드시 민주사회의 합의인 ‘사람됨을 지키는 인격적인 것’이어야 한다.

나는 그 어떤 가치보다 인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소중하게 여기는 자유 민주주의 사회가, 개인 보다 전체를 앞세우는 사회보다 도덕적 우월성을 지닌다고 믿는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자유 민주주의 사회의 모든 조직, 법, 제도는 바로 그 ‘인간의 소중함’을 지켜내기 위한 수단이다. 만일 이 수단이 비인격화되면 이름만 자유 민주주의 사회일 뿐 전체주의 사회보다 더 큰 해악이 생성될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나는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는 소수의 판검사 특권 집단에게 장악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판검사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소명자가 아니라, 노골적인 이기 집단으로 변종진화하여 우리사회 먹이 사슬의 최상부를 점령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민주화의 과정에서 판검사들을 부리던 초법적인 권위주의적 독재자들이 사라지고, 그 독재자들의 권위를 지켜주며 세상을 감시하던 정보기관들도 하나 둘씩 모두 해체되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은 선출직 5년짜리 대통령은 허수아비가 되고, 평생 신분이 법으로 보장되어 있을 뿐만이 아니라, 그 법 자체를 장악하고 있는 판검사 집단이 실질적인 권력을 거머쥔 세상이다. 독재 권력 아래에서 권력의 요구에 따라 법과 양심을 버리고 권력자 자의에 따라 법을 이용하던 판검사들이, 자신들을 감시하고 지휘하던 권력 구조가 해체된 지금, 과연 본연의 법관으로 돌아가 민주사회를 위한 소명대로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고 있을까? 윤석열 가족, 나경원 가족은 왜 조국 가족과 같지 않은가를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5.

나는 문재인 정권이 예기했던바,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머리가 2,000개 달렸으나 “우리는 한 몸이다“라고 외치는 비대한 검찰 권력을 해체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위험할 것이라는 판단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판단에 따라 검찰 권력을 해체하는 일에서 역부족, 단지 실패한 것만이 아니라, 검찰 권력에 의하여 도리어 문재인 정권이 해체를 겪을 운명을 맞게 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판검사 집단은 이미 기괴한 권력을 가진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이 나라 최고의 권력을 합법적으로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이제 그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지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거 기간 중 내가 경험한 것은 ‘비열한 모욕과 음해’를 함께 겪는 일이었다. 모욕을 당한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민주당, 이재명 후보, 그리고 좋든 싫든 그들을 지지했던 지지자들이다. 우리가 억울한 것은 비열한 모욕과 음해를 일삼는 이들에게 우리 국민이 승리를 안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그 믿음이 허망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슬픈 것은 비열한 모욕을 일삼던 이들에게 속아 나라를 뺏긴 것 같아서 그런 것이다. 특권을 휘두르며 살아온 자들에게 더 큰 권력을 안겨주게 되었으니 부끄럽고 두려운 것이다.

나는 하나님이 매 순간 역사를 주관하신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분은 이 부당한 역사에 대한 책임이 없다. 나는 역사적 책임은 우리의 것이라 생각한다. 그 책임 중의 일부는, 우리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을 미워하지 않고, 그들이 가져온 5년의 짐을 함께 지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5년 동안, 류근 시인의 말씀처럼 ”죽으면 안 됩니다.“라는 책임도 있다.

6.

시편 1편에 이런 말씀이 있다.

“하나님의 법을 업신여기는 사람을 본받지 않고

양심을 버린 이들을 따르지 않는 사람,

막돼먹은 이들과 함께 자리하지 않는 사람은,

얼마나 복이 많은가!

주의 가르침을 즐거워하며

그의 법을 밤이나 낮이나 암송하며 되새기는 사람,

그는 물가에 심겨진 한 그루 나무 같아,

해마다 열매를 맺고 잎이 푸르며 싱그러워라.

그는 하는 일마다 결실을 거두네.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지 않는 이들,

그들은 바람 불면 흩날리는 겨처럼

사는 것이 너무 다르네.

주의 모임에 가도 그들을 위해 준비된 자리가 없네.

주의 음성을 경청하는 이, 주께서 돌보시지만

청종치 않는 이들은 역사에 자취도 남기지 못하네."

- 독일어 성경 졸역 -

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믿는다. 우리는 악인이 되지 말자. 설령 지금 악인이라도 어서 악의 길에서 돌아서야 한다. 악인은 필경 망한다고 했으니 망하기 전에 돌아서야 한다.

박충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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