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회]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진정으로 믿는다면
[은퇴 목회]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진정으로 믿는다면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2.02.25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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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_김영태 목사(청북교회 원로)
진행_박진석 목사(본보 상임이사)
김영태 목사(청북교회 원로)

김영태 목사는 30년간 청북교회 담임목사로, 예장통합총회 92회기 총회장으로 섬겼고 은퇴 후에는 제주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고 있다. 김 목사는 진실된 목회 사역과 분립 개척 등으로 한국 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왔지만,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과거에 어떤 일을 한 것은 의미가 없다. 오늘 이 순간, 내가 하나님 앞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자신의 약력을 길게 소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_편집자 주.


어떻게 목사로 소명 받으셨나요?

저는 마치 징용병처럼 목회자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제가 자원한 길은 아니었어요.

어릴 때 폐병에 걸려 죽을 상황이 되었고, 그때 하나님께 매달리는 가운데 신학교에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러면 주님이 내 병을 고쳐주시겠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신학교에서 한 달 정도 다니다가 쫓겨날 처지가 되었어요. 제 마지막 희망이었던 곳이었는데 폐결핵 환자는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죠.

이불 보따리를 싸들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는 길,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는 길에 고등학교 친구를 잠시 만났는데 제게 빨간 색 기드온 성경책을 주더군요. 저는 군산 앞바다로 갔습니다. 모든 희망도 사라진 그때, 물에 들어가 버리면 편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발을 벗고 주머니를 정리하는데 친구가 준 성경책에 손에 잡혔어요. 그런데 성경을 보는 순간, ‘죽으려면 뭘 못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곧장 신발을 신고 돌아와 하나님 앞에 엎드렸습니다. ‘다시 도전 해보자!’ 신학교 학장님과 교수님들께 편지를 써서 보냈더니 건강검진을 받고 건강하다는 결과를 가져오면 받아주겠다고 했습니다. 불가능해보였죠.

그런데 놀랍게도 한 교수님이 저를 책임지겠다고 나섰어요. 학교는 ‘반드시 마스크를 쓸 것, 학생들과 대화하지 말 것, 기숙사 생활 불가’라는 세 가지 전제로 입학을 허가했습니다. 참 감사한 일이었죠.

저는 사실 목사 안수를 받기 전까지 목회에 자신이 없었어요. 오히려 ‘하나님 저를 놓아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주님을 잘 섬기겠습니다’라는 마음이었지요. 그런데 막상 목사 안수를 받으니 기왕 내가 목사가 됐으면 제대로 해보자는 의지가 생겼어요. 가장 먼저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제대로 확립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분명한 소명을 갖게 됐죠.

한국교회는 다음 세대를 살리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50년 전부터 다음 세대 사역에 많은 힘을 쏟아 오셨는데요.

1970년대였네요. 사실 그 전부터 어린이들에게 관심이 많았어요. 신학교를 다니던 전도사 시절부터 수 백여 곳의 교회를 다니며 아이들에게 말씀을 전했는데 당시 저의 목적은 오직 어린이를 살리는데 있었어요. 그 관심은 은퇴 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집회를 다니면 교회에 아이들이 꽉꽉 들어차곤 했습니다. 저는 사실 총회장으로 섬길 때도 다음세대 사역에 대한 강조를 많이 했는데, 특히 신학교에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독교교육학과는 있지만 어린이 교육에 대해 전문적으로 가르치지는 않아요.

만약 신학교에서 어린이 교육을 전문적으로 한다면 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많은 유치원에서 교사들로 채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일반 대학 유아교육과 출신들이 교사로 섬기고 있는데 신학교에서 기독정신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전문인 전도사나 목회자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교회에서 조기 다음세대 교육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

전국 5개 신학대학 총장들이 모인자리에서 이 바램을 이야기해보았지만 통하지 않더군요. 오늘날 교회에서 아동부와 청소년부에 쏟는 예산이 얼마나 됩니까? 아마 5%도 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장년부의 수련회나 프로그램에는 예산이 잘 투입되고 있지요. 관심이 없으니 아이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결국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서 무엇이 없다, 무엇 때문에 사역이 안 된다고 말하기 전에 ‘실제 행동’을 해야 합니다. 교회 본당은 잘 꾸며놓지만 아이들의 공간에는 그만큼의 투자를 하고 있나요? 진정으로 미래 세대를 걱정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행동이 있어야지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집에 형제자매 사이에도 세대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겨우 몇 살 차이나는 형제가 “너와 세대 차이나서 못 놀겠다”고 말하곤 하죠. 그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어요. 이제 교회가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사역하시면서 가장 강조하신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하나님과 만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늘 하나님 앞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요.

저는 목회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했고, 탁월한 목회를 하는 방법도 알지 못했어요. 그저 열심히 전도하고, 열심히 말씀을 전하고 기도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한 것이 없습니다. 전심으로, 진심으로 사역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제가 총동원 전도 교재를 편집하기도 했고 전도학교를 운영했기 때문에 이런 사역으로 인해 청북교회가 부흥했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러한 열정은 특별한 목회철학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토요일에는 집에서 자본일이 없습니다. 토, 주일에는 교회에서 지내며 의자를 늘어놓고 그 위에 누워 자곤 했지요. 하나님이 오늘 나에게 어떤 말씀을 주실까 기대하고 집중했는데, 설교준비를 하면서 다른 분의 글을 참고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그 분이 받은 은혜지 제가 경험한 은혜가 아니니까요.

후배들에게도 이 점을 강조했습니다. “존경받는 목사님들이 말하는 하나님, 본회퍼가 만난 하나님, 슈바이처가 만난 하나님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나는 하나님을 이렇게 만났고, 만났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너 자신이 만난 하나님을 전하라”고 강조했어요.

장로님들께는 이렇게 말씀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나는 여러분을 믿지 않습니다. 다만 당신들을 사랑할 뿐입니다. 하나님이 사랑하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장로님들은 사랑의 대상이지 믿음의 대상이 아닙니다. 믿음의 대상은 하나님밖에 없지요.

저는 한국 교회 성도들, 목회자들이 정말 하나님을 ‘살아계신 하나님’으로 믿는가?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목회 여정이 어렵든지 혹은 좋든지, 교인이 많이 모이든지 적게 모이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계신 하나님 앞에 부름 받아 서 있다는 사실, 즉 하나님의 종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을 늘 갖고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사실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과 같아요.

한 두 명의 성도와 예배드리면 어떻습니까? 내가 평생 믿고 살아온 그 하나님이 지금 이 순간에도 내 곁에 계신다는 것을 믿는다면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또 한 가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믿으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두려움’, 주님을 경외하는 마음입니다. 하나님을 너무 존경하기 때문에 그 앞에서 나의 말과 행동, 모든 것이 조심스러운 것이지요. 믿는 자들은 그 자세로 살아가야 합니다.

아울러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독생자를 내어주신 분이 무엇을 주지 못하시겠어요? 근심할 것이 없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교인이 없다, 재정이 없다는 말들이 많은데 살아계신 하나님의 종으로 살고 있는데 무엇이 어렵다는 것인가요?

목회자에게는 세 부류가 있습니다. ‘머슴, 노예, 종’입니다. 머슴은 세경을 받아서 살아요. 저쪽 집에서 세경을 더 준다고 하면 그곳으로 떠납니다. 노예는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억지로, 할 수없이 일하는 사람입니다. 끝으로 종은 주인과 한 몸입니다. 주인이 죽으면 종도 함께 죽지요. 오직 주인을 위해서만 살아갑니다.

목사님께서는 전도와 분립개척을 위해 많이 힘쓰셨습니다.

목자는 양을 알고, 양은 목자를 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대형교회의 목자가 양을 잘 알 수 있을까요? 뿐만 아니라 양도 목자를 만날 수가 없어요. 저는 천 명 이내가 좋다고 생각하고, 500명 이내면 더욱 좋습니다. 내가 관리하고 가정을 살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교인이 계속 늘어가니 떼어서 개척을 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동마다 교회를 하나씩 세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보니 사방에 교회가 들어서게 되어 해외로 눈을 돌려 교회를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하시는 역사를 참 제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계속 떼어내고 떼어내어도 계속해서 성도를 보내주셨습니다. 500명, 800명, 1000명, 3000명이 넘어가게 되고, 주일 하루에 5-6번 예배를 드렸더니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내가 회사 사장인가, 목사인가?’ 집사가 2천 명이 넘으니 모르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제 마음이 얼마나 뜨끔하고 하나님 앞에 죄송스럽던지 모릅니다. 물론 대형교회도 하나님이 필요하셔서 세우시겠지만 교회가 너무 크면 목회자가 목자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장통합 총회장으로 섬기셨는데, 잘 하신 일과 아쉬웠던 일은 무엇인가요?

다음 세대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해서 이 일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총회 구조가 참 복잡하고 어려웠어요. 당시 총회 주제는 매년 바뀌고 있었고, 지속성이 없었습니다. 이래서는 총회가 변화되기도, 역사를 이룰 수도 없겠다는 생각에 총회 주제를 5년 마다 한 번씩 설정하고 총회장은 그 주제에 맞춰서 구체적인 소견을 발표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는 어떤 것이든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우리 교단 총회가 향후 정확한 주제를 설정하고 연구위원이나 발전위원을 두어서 5-10년 간 이어질 수 있는 변화를 통해 발전시키길 바랍니다. 꾸준히 연구하고 매년 단계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하면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껍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최근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각 교단이 정부에 대응해나가고 있는데 이를 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정부가 왜 교회를 탄압하느냐, 교인수가 줄고 있다, 재정이 줄었다”는 어려움을 정부에 토로하고 있지요? 그런데 저는 교회가 그런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교회가 먼저 나서서 더 적극적으로 방역에 나서야지요. 총회 전체가 회개 운동을 하고 그 증거로 전국 목회자들이 확진자들을 돌보는 봉사자로 나섰다면 어땠을까요? 총회가 코로나 봉사자로, 안내자가 되어 한 달에 2-3일 이라도 국민을 위해 섬기는 것이 더욱 아름다운 모습이었겠지요.

하지만 헌금이 줄었다는 이야기, 불만을 표하는 이야기만 나오니 아쉬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교회가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의 일을 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이면서 병자들, 약자들을 돌보고 정부보다 더욱 앞장서기를 바랍니다.

후배 목회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믿음 안에서 살아있는 메시지, 살아있는 설교가 나옵니다. 저는 ‘종교’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하나님을 믿는 것이지 종교를 믿는 것이 아니에요. 하나님은 나의 아버지, 가족이지요. 가족은 종교가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목회를 한다면 한국 교회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살아계신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목회하고, 나의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인간의 도구가 되고, 인간의 욕망을 채울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그것은 주님을 믿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목회자는 평생 야당이어야 합니다. 목사는 하나님 편에서 지도자를 바라보며, 지도자가 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조언하고 지도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여당이 될 수가 없지요. 그런 입장에서 살아야 합니다. 목회자는 공개적으로 누구를 지지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은, 하나님이 세우고자 하는 지도자는 꼭 좋은 사람만은 아닙니다. 심판해야 할 때는 고레스도 세우십니다. 그 시대에 필요한 지도자를 세우시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기도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끝으로 한국교회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예수님을 잘 믿으십시오. 어떻게 잘 믿을 것인지는 본인 스스로 깊이 묵상하며 기도해보십시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 내가 늘 만나는 것입니다.

저는 최근 흙과 친해지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은퇴 후 교회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가기 위해 필리핀으로 선교하러 갔다가 병에 걸려 귀국했고, 제주도에 거처를 마련했습니다.

하나님도 만물을 키우시는 농부시니 저도 농부가 되어 주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었어요. 농사를 지어보니 작은 싹 하나가 올라올 때 얼마나 신비로운지 모릅니다. 흙 속에서 주님을 생각하니 기쁨과 은혜가 있습니다.

농사를 지으며 이런 묵상을 하곤 합니다. ‘주님 앞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으려면 조금이라도 주님을 닮고 싶다.’ 예수님은 하늘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내려’오십니다. 가장 낮은 자리로, 아무도 가지 않는 낮은 곳까지 내려가십니다.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나눠주시지요. 자기 몸을 찢어 살과 피를 내어주십니다. 주님은 그렇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가셨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분의 삶을 백분의 일이라도 천분의 일이라도 닮을 수 있다면, 하나님 앞에 갔을 때 주님께서 ‘나를 닮았다’며 기뻐하시지 않겠습니까?

주님을 닮아가며, 주님을 잘 믿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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