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작은 생존에 의해 더 큰 생존 놓칠까 우려 된다
[사설] 작은 생존에 의해 더 큰 생존 놓칠까 우려 된다
  • 가스펠투데이 편집부
  • 승인 2022.02.1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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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한달도 채 남겨두지 않고 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여야의 대선후보들은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한 표심공략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흔히 세대간 싸움으로 불려진다. 40-50대의 진보, 60-70대의 보수를 양축으로 하여, 누가 과연 부동층이요, 중도층에 가까운 20-30대를 확보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들 말한다.

그러다 보니, 20-30대의 젊은층을 겨냥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공약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생활밀착형 미세공약이다. 거대담론에 입각한 큰 정치공약보다는 투표자의 삶을 바꾸는 작지만 일차 나와 가족의 삶을 바꾸는 공약을 통해 표심을 공략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당후보의 ‘소확행 공약’ (소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져오는 공약)과 야당후보의 ‘심쿵약속’ (심장에 쿵하고 충격을 주는 매력적 약속)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탈모치료제를 건강보험에 적용하겠다 하고, 골프장의 회원가입비를 현실화하겠다 하며, 공공부지에 반려견 놀이터를 만들고, 택시기사보호 칸막이를 만들어주겠다 한다.

해당되는 시민에게는 금방 피부에 와닿는 공약이요 꼭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생활밀착형 미세공약에 의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의 핵심기능이 질식되는 것 같아 심히 유감스러움을 느낀다. 선거는 두가지 기능을 갖는다.

첫째, 선거는 공약의 형태로 국민의 필요를 감지하고 그 필요를 채워주는 공적약속을 하는 공간이다.

둘째, 후보가 국가 혹은 지역 공동체의 지도자로서 국가나 공동체가 건강하게 번영하게 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공포하고 국민여론을 환기시키며, 이를 토대로 국민을 설득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후자의 관점에 보면, 선거는 공동체의 활로와 명운이 달린 이슈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토론하여, 이 과정에서 정제된 결론에 근접하여 이에 부합하는 후보가 국민에 의해 선택되는 과정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현재의 생활밀착형 공약은 전자에 충실한 실례이다. 투표자의 표심에 충실한 것이다.

하지만, 욕구는 보이는 욕구도 있지만 은폐된 욕구도 있다. 지도자는 은폐되어 있지만, 중요한 요구를 통찰하여 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 국민의 여론을 환기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의 중요한 순기능이다. 하지만, 지금 선거는 이 부분이 거의 배제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후자가 시일이 지나고 난 후에 보면, 더욱 본질적이고, 공동체의 생존과 직결된 이슈인 경우가 많다. 이런 면에서, 지금의 선거유세에서 분단된 민족에서 사활이 걸린 외교, 안보, 국방에 관한 이슈가 거의 사장되어 있는 것이 심히 안타깝다. 전통적으로 외교, 안보, 그리고 국방은 보수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오판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을 건 각축이 치열해지는 과정에서 세계질서는 이미 요동하고 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 논리에 의하면 신흥강국이 부상하면, 반드시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발발했다.

17세기 후반이래 이런 패권경쟁에서 전쟁을 거치지 않고 패권의 질서가 정리된 적은 단 두 차례였다. 20세기 초 영국에서 미국으로 패권이 넘어갈 때와, 미국과 소련의 이념경쟁에서 미국이 승리를 거둔 두 차례가 유일하다. 그만큼 지금의 상황은 세계질서가 요동치며, 판이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위기상황인 것이다.

한국이 한미동맹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패권도전국인 중국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지, 그저 양쪽에서 어느 쪽에도 서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정책이 과연 지탱가능한 것인지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과 토론이 있어야 한다.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력으로 유럽 한복판에 있다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4대강국의 한복판에 있는 운명이기에 반드시 필요한 고민이다. 그렇기에 외교, 안보, 국방의 이슈는 더욱 활발히 토론되어야 한다.

신앙인으로서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외교와 안보 이슈는 교회의 활로와도 유관하다. 민족의 생존 내지 국가공동체의 안녕과 번영(flourishing)은 교회의 안녕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가는 보이는 교회의 토대요 근간이다. 둘째, 기독교적 가치와 관련된 것이다.

기독교 인간학은 인간을 단순히 ‘경제적 인간’으로 보는 것을 거부한다. 그리고, 공동체 전체의 안녕과 번영(flourishing)과 관련된 더 본원적 가치를 소중히 바라볼 줄 아는 ‘공동체적 인간’을 추구한다.

이런 면에서, 교회는 생활밀착형 공약에 과도하게 치우치면서 선거가 국민을 그저 ‘경제만능주의적’ 인간으로 몰고 가는 경향을 경계하고, 보다 국가공동체의 안녕과 평화와 직결되는 공약이 담론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작은 생존 관심갖다가 더 큰 생존 놓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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