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칼럼] 인권과 도그마(dogma)
[주필 칼럼] 인권과 도그마(dogma)
  • 이창연 장로
  • 승인 2022.02.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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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연 장로
픽사베이 이미지.

인권은 누구에게나 매우 익숙한 단어다. 선진국이란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나라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을 비롯한 구미제국은 앞서가는 나라다.

1800년 미합중국의 3대 대통령에 취임한 제퍼슨(Jefferson)은 그 후 8년간 미국사회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초대 대통령 워싱턴은 수도이름으로 남아있지만 그 안에 있는 것은 <제퍼슨 기념관>과 <링컨 기념관>이다.

제퍼슨은 그가 생전에 스스로 써놓았다는 묘비명 “미국독립선언과 종교자유법의 기초자, 버지니아 주립대학의 아버지, 제퍼슨 여기 잠들다.”만으로 기억되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물이다. 그는 철학, 자연과학, 건축학, 농학 등 다방면에서 당대 최고의 권위자였으며, 그 무엇보다도 인류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혁명적 사상을 구축하고 전파한사람이다.

즉 인권이란 개념을 구체화 한 것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음을 천명한 독립선언서의 한 구절은 아직도 많은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하나의 혁명이다.

1776년 프랑스 대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제퍼슨에게 흑인 노예의 인권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프랑스 대혁명당시 그는 프랑스 대사로 있었다. 그는 파리에 부임하면서 딸들의 몸종으로 노예를 데려갔는데, 14살짜리 흑인소녀도 있었다. 50세의 제퍼슨은 이 소녀를 건드려(?)아이까지 낳았다.

그 후 자녀를 다섯이나 더 보게 된다. 이들이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소위 블랙 제퍼슨(Black Jefferson)인데, 오늘의 우리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엄청난 인권유린이다. 그의 유언에 의해 검은 부인과 자손들은 노예장부에서 빠지고 훗날 자유인이 되었다. 그거라도 다행일까? 제퍼슨에게 인권이란 <All white men are created equal>이었음이 틀림없다.

인권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인간사회에 수많은 갈등과 대립이 있지만 가장 무섭고 뿌리 깊은 갈등은 종교 갈등이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갈등이 그것이다. 이 갈등은 중세이후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셈족의 3대종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모두 아브라함을 같은 조상으로 모시고, 모세5경도 공통적으로 사용한다. 한 뿌리에서 나온 세 종교가 서로를 원수처럼 여기는 것은 이들 종교가 지닌 완강한 배타적원리주의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슬람의 지하드는 저들의 종교전쟁이나 다름없다.

이슬람원리주의 테러집단인 텔레반이 20년간 싸워서 아프가니스탄 정부군보다 우세한 것도 한 원인이다. 그 종교적 신념으로 자기 몸에 자살폭탄을 두르기도 하고, 그 도그마(dogma)로 남의 목숨을 서슴없이 끊기도 한다.

“교회는 종교적 차별을 이유로 하는 일체의 박해를 그리스도의 뜻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기고 배격한다.”

이 문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채택한 <비 그리스도교에 대한 선언>이다. 신앙의 정체성은 배타적 차별성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관용과 사랑으로 지키는 것이다. <레미제라블>에서 미리엘 신부는 생면부지의 장발장을 이름도 묻지 않고 받아준다.

내가 내 이름을 묻지 않듯이 타인의 이름조차 묻지 않고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 이것을 자크 데리다는 ‘절대적 환대의 윤리’라고 했다. 관용은 타인을 내 경계 안으로 불러들이는 것이지만, 환대는 아예 경계자체를 허물고 나와 타자의 구별조차 없앤 것이다. 철학의 세계가 이럴진대, 하물며 종교와 신앙의 세계는 어떻겠는가.

성경은 ‘신의 형상화’를 금지한다. 눈에 보이는 형상으로 빚은 조각된 우상이라면 보이지 않은 형상으로 빚은 신이 원리주의 도그마의 우상이다. 자기 종교 안에 도그마가 그렇다. 모든 종교를 포용한 간디는 힌두교와 이슬람교도의 화해를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힌두교 광신자의 총탄에 쓰러졌다.

두 종교의 갈등은 마침내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두 쪽이 났다. 나라를 분열시키는 것은 외세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의 종교 갈등이었다. “진리를 찾으려는 사람은 믿을지언정 진리를 찾았다는 사람은 믿지 말라.” 좁은 문의 작가 앙드레지드의 충고다. 겸손의 결핍, 관용의 부족, 소통의 단절, 환대의 부재가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가 예수님의 가르침에 스스로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지...자신을 겸허히 돌아본다면, 부끄럽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터이다. 불완전한 과정 속에 있는 크리스천이 남에게 완전한 도그마를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하는 교만이다.

겸손과 관용의 인격, 소통과 환대의 삶으로 종교의 진실을 회복할 때, 종교 갈등은 비로소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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