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종속된 허약하고 불의한 선거의 위선을 까발리다!
자본에 종속된 허약하고 불의한 선거의 위선을 까발리다!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2.02.10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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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불워스〉
영화 불워스.

구태의연하고 지지부진하며 틀에 박힌 선거운동으로 삶의 의미를 상실한 상원의원 불워스(워렌 비티). 그는 며칠째 식음을 전폐하고 사무실 구석에 처박혀 있다.

재선에 성공하길 원하지만, 지지율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모니터에는 빤한 선거운동 문구가 무의미하게 기계적으로 흘러나온다. 과연 살아있는 것인가? 지독한 무력감과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불워스는 무언가 결단이 필요함을 직감한다. 이윽고, 의료보험 법안 폐기를 목적으로 찾아온 보험업자를 만나, 딸에게 상속될 보험금 1,000만 달러의 생명보험에 가입한다.

이어, 청부업자를 불러 자신을 주말이 끝나기 전까지 암살해달라고 요청한다. 죽음을 각오한 자는 용감하다고 했던가? 이제 며칠 후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자신을 생각하니, 못 할 말이 없다. 그동안 선거자금 유치와 기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내키지 않으면서도 큰 돈 쓰는 자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면, 이제는 진짜 자유를 경험하며 하고 싶은 말들을 마구 쏟아낸다.

선거유세를 위해 방문한 흑인교회에선 민주당 정권이 왜 그들(흑인)에게 약속한 의료보험 법안을 모른 체하고 있는지 까발리고, 영화산업의 본산인 비버리힐스에선 그들이 제작한 영화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쓰레기라고 욕하고, 막강한 자금력의 유태인 모임에선 돈밖에 모른다고 조롱한다.

이런 솔직하고 시원한 언사에 환호하는 흑인 자원봉사자가 생겨나고, 매력적인 여성 니나(할리 베리)가 불워스 앞에 등장한다. 그는 이들과 함께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진짜 흑인문화와 생활을 접한다. 피상적으로만, 그저 선거의 승리를 위해 필요한 한 표로만 인식해왔던 흑인과 소수자들의 문제와 실상을 보고 들으며, 삶의 진정성에 대해 깨닫는다.

기존 선거운동의 그저 그런 방식에 실망한 사람들은 불워스의 파격 행보에 관심이 생기고, 차츰 그의 인기는 높아간다. 여기에 현실의 위선과 정치판의 허위, 자본주의 그늘에 가려진 편향적이고 왜곡된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랩으로 담아 노래하고, 급기야 그의 인기는 메인 언론과 방송매체의 주목을 받고 대선주자로까지 언급된다.

영화는 물론 허구다. 배경은 1996년 로버트 밥 돌 공화당 후보와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선거전 와중에 치러진 것으로 설정되었지만, 불워스의 존재와 선거운동은 당연히 가상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관객은 통렬함과 시원함을 느낀다. 진짜 삶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단지 표를 얻기 위한 입발림이 아니라, 현실을 풍자하고 감춰진 고름을 그대로 드러낸다. 진짜의 힘은 바로 여기서 발휘된다. 체면과 사회적 지위, 심지어 생존의 문제까지 모든 걸 체념하고 버리자, 세상 무서울 게 없어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감동한다. 진실함과 솔직함의 위력이다. 물론 여기에는 감수해야 할 위험도 도사린다.

영화 〈불워스〉는 두 가지 면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먼저, 거대 금권에 종속된 자본주의와 그 그늘에 가린 편향된 민주주의의 허약한 실체이다.

민주주의 자체가 악하거나 약하지는 않다. 다만, 그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거대 자본에 대한 효율적 통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서민(인종, 복지, 경제, 난민, 가정)을 위한 공약(公約)을 발표하지만, 말 그대로 공약(空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표를 얻기 위해 내뱉는 립서비스는 실제 정책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돈을 대는 권력과 이익단체(보험, 제약/의료, 은행/금융, 군수물자, 석유/에너지 등) 앞에 자취를 감춘다.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라 칭송받는 미국이 그러할진대, 한국은 더 말해 무엇하랴! 둘째, 왜곡과 거짓이 없는 솔직한 선거운동이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단지 표를 얻기 위한 쇼가 아니라 서민과 약자의 진짜 삶을 경험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인다면, 예상치 못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에 우리는 권력을 잡고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작태들을 목격한다.

빛 좋은 개살구로 가려진 거짓된 진실은 유권자들에게 장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순간의 달콤함에 취하게 만든다. 물론 그로 말미암는 결과는 오래도록 약자들이 짊어져야 할 무게로 남는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누구의 편에 섰으며, 왜 그토록 기득권과 싸우셨는지 되새겨 볼 일이다.

정의와 공의는 공허한 구호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소외된 자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는 지나온 삶의 궤적을 통해 검증된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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