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1=100
99+1=100
  • 김명희 교수
  • 승인 2022.02.10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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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연구 교수(서강대학교)
제네바 종교개혁기념비. 왼쪽부터 파렐,칼뱅, 베즈, 녹스 석상. 출처 픽사베이
제네바 종교개혁기념비. 왼쪽부터 파렐,칼뱅, 베즈, 녹스 석상. 출처 픽사베이

얼마 전 우연히 EBS <위대한 수업>을 시청했다. 그날 『호모 데우스』와 『사피엔스』로 잘 알려진 이스라엘 예루살렘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유발 하라리가 ‘민주주의’에 대해 강의하고 있었다. 하라리 교수는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민주주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TV 앞에 바싹 앉아 귀를 기울였다. 그것은 ‘투표’에 관한 내용이었다. 요즘 대통령선거로 나라가 떠들썩한 터라, 더 관심이 갔다.

하라리 교수는 많은 사람이 선거만 하면 민주주의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51%의 사람들이 표를 던진 정당이 정부가 되면 그게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데 그렇지 않다고 강변했다. 그는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잘못 인식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국민의 99%가 나머지 1%를 강제수용소에 끌고 가서 죽이라고 투표하는 건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국민 51%가 나머지 49%의 투표권을 박탈하라고 투표해도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란, 모든 시민에게 보편적 자유와 기본적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입니다. 다수의견뿐 아니라,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그 날 나는 하라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를 듣고 눈이 번쩍 뜨였다. 그것은 내가 교회 생활을 하면서 평소에 생각해 오던 것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누가복음 15장 1~7절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의 비유가 생각났다. 예수는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에게 말한다.

“너희 중에 어느 사람이 양 일백 마리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들에 두고 그 잃은 것을 찾도록 찾아 다니지 아니하느냐.”(눅15:4) 이어서 예수는 “죄인 하나가 회개하면 하늘에서는 회개할 것 없는 의인 아흔아홉을 인하여 기뻐하는 것보다 더하리라.”(눅15:7)고 덧붙인다.

예수는 들에 있는 99마리의 양보다 잃어버린 1마리 양을 찾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99에 1을 더하면 100이다. ‘100’은 완전을 상징하는 수다. 100이 되려면 어느 한 수라도 없어선 안 된다. 예수는 완전한 구원의 수 ‘100’을 알았기에 ‘1’을 찾아 나선 것이다. ‘한 마리 잃은 양을 찾은 후 벗과 이웃을 불러 함께 즐겼다.’라고 성경은 전한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어떠한가? 교회는 ‘우리(교회)’ 안에 있는 99마리 양을 보며 만족해한다. 1마리 잃은 양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배금주의로 세속화된 교회를 보고, 복음의 길과 멀어진 목사를 보고, 권력을 휘두르는 장로를 보고 상처받고 실망해 떠나는 1마리 양을 붙들 생각이 없다. 왜일까?

교회는 1마리 양이 없어도 예배당 건물은 커지고 헌금은 쌓이고 교인은 저절로 찾아온다고 믿어서다. 1마리 양이 없는 교회가 완전한 교회일까? 1이 빠진 99로만 100이 될 수 있을까? 500년 전 교회가 99로 만족했을 때 교회는 서서히 몰락하였다.

1517년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채 교회 문에 95개 조 반박문을 붙이며, 교회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일개 수사 한 명의 작은 소리가 교회를 개혁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사제(99)가 아닌 소외된 신자(1)에게 신앙의 자유가 주어졌고, 만인이 제사장이 되는 ‘100’의 교회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지금 한국교회는 500년 전 교회처럼 몰락의 길에 들어섰다. ‘소수’의 신자가 교회를 향해 외치는 개혁의 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교회 밖 ‘1’마리 양을 찾는 일이 교회의 사명임을 잊고 있다. 이제라도 ‘99’에 ‘1’이 더해져야만 온전한 ‘100’이 된다는 진리를 교회가 깨달아야 한다.

김명희 연구교수(서강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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