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회] “말씀이 사회 모든 영역에서 꽃 피도록”
[은퇴 목회] “말씀이 사회 모든 영역에서 꽃 피도록”
  • 강경민 목사
  • 승인 2022.02.09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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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강경민 목사 (일산은혜교회 은퇴목사)
강경민 목사.

목회자로 부름 받은 동기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평생을 주님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지만, 목회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못했지요.

예수님 영접이후 기독동아리를 통해 사회변혁에 대한 관심이 커져 갔고, 동아리에서 친구들의 권유가 신학의 길을 가는데 큰 동기가 되었습니다. 사회 변혁운동을 지속하려면 아무래도 우리 안에 신학자가 한 사람 정도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죠.

총신대학교 학부에 들어가서 몇 년 후에 전도사 일을 시작했는데 저에게 주신 은사가 목회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오랜 세월동안 훈련 받으면서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한 영혼 구원이 하나님 나라 운동의 시작

한국교회는 진보적 신학과 보수적 신학의 흐름이 뚜렷이 구별되어 있으면서도 목회현장은 거의 비슷합니다. 보수적 교회에 뿌리를 두었지만 신학적 각성을 통해 사회변혁(사회 선교)에 관심을 갖게 된 운동을 복음주의 운동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진보적 교회에 속한 분들은 한 영혼의 구원이 하나님나라 운동의 시작임을 각성하고 한 영혼 구원하는 일에 전심해야 합니다. 그런가하면 보수적 교회나 혹은 복음주의적 교회에서 목회하는 목사님들은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이 새의 양 날개와 같은 복음의 정체성임을 깨닫고 사회선교에도 진력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말하려하는 것이 <복음의 총체성>인데 이와 같은 균형감각을 추구해 가면 반드시 복음의 공공성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복음의 공공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교회의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퇴 후의 아쉬움

은퇴 후에야 아쉬움을 말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인데 인생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목회자로 부름을 받았지 사회운동가로 부름 받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목회 기간 중 지나치게 사회변혁 혹은 교회개혁 운동에 시간을 많이 썼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복음주의(보수주의)교회가 사회 선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여기 저기 관여하게 된 측면도 없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 교회 성도님들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함께 하고, 위로하고, 성장시키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후회입니다.

은퇴 후의 삶 미리, 스스로 준비해야

은퇴준비는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후임자를 세우고 그 후임자에 의해 교회가 지금까지 추구해 왔던 ‘하나님나라 확장에 선취적 도구로 사용되는 일’을 계속하게 하는 것이고 하나는 ‘내 자신이 은퇴 후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후임 목회자를 세울 때 당회 의결로 <청빙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당회원, 원로장로, 원로권사, 안수집사, 소그룹리더, 청년 등 모두 21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했어요. 간여하지 않았고 해당 부서에서 자율적으로 선임하도록 했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정통성과 자격이 확실한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구성된 청빙위원회가 완전히 자율적으로 활동했는데 다만 청빙위원회의 권한은 한계를 두었습니다. 현재 사역중인 부사역자, 또는 이미 우리 교회를 거쳐간 사역자들 중에서 2명, 교회 밖에서 2명을 당회에 추천하면 추천된 4명중 당회가 최종적으로 1명, 또는 2명을 선택하여 공동의회에 회부하도록 했습니다.

청빙위원회와 당회가 일정하게 권한을 나누어 가졌습니다. 청빙위원 선출 과정이 매우 합리적이었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통해 선출된 후임목사는 타 교단출신이지만 큰 어려움 없이 목회를 승계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내 자신의 문제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의 생각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평소 정의와 공의를 그렇게 외치던 목사님이 자신의 문제를 결정할 때는 공정하지 못하다는 여론 앞에 서게 된 것입니다.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저희 교단은 교단에서 목회자 은퇴 이후 생계문제를 일체 책임지지 않습니다. 다만 개교회가 은퇴목사를 어떻게 예우할 것인가? 총회 은급위원회가 그 기준을 정합니다. 그래서 총회가 정한 기준대로만 해 달라고 요청하면 ‘역시 강경민 목사 답구나’ 라고 생각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총회 기준은 은퇴목사에게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생활 기준을 제시했지만 성도들의 요구는 보다 높은 청렴과 검소한 삶이었습니다. 목회자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 성도님들께 섭섭하고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성도님들 편에서 생각하면 그렇겠구나, 하고 이해할 수는 있었습니다.

은퇴 예우 문제로 교회와 일체 다투지 않고 은퇴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후배 목사님들께 이와 관련해 두 가지만 부탁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자신의 은퇴 후 삶을 위해 스스로 저축하십시오.

하나는 은퇴 후에도 더욱 검소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철저하게 자신을 돌보시기 바랍니다.

평통연대 사역

은퇴 이후에 생활 걱정을 안 해도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생활보장을 교회에서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은퇴 후 무엇을 해야 할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은퇴 후 자식들한테 손 벌리지 않고 살아가려면 최소한 10년은 아내에게 용돈 타서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일을 해야만 하는 형편이었습니다.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10년 전에 뜻있는 동지들과 함께 세웠던 <평화통일연대>의 실무책임을 맡고 있던 윤은주 박사(사무총장)께서 목사님께서 평통연대를 맡아 주시면 좋겠다는 의사표현을 했습니다. 주유소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보다 100배나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평통연대 사무총장은 자원봉사자였습니다. 제가 상임대표를 맡은 후엔 매일 출근하는 상근자이기 때문에 아내에게 용돈 타지 않아도 될 만큼 수고비를 받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그렇게 살길을 허락하셨습니다. 문제는 제가 맡고 있는 일이 생활인으로서 생계비를 해결하라는 도구 이상 비교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일임을 새삼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교회에서 어떻게 은퇴했는가를 잘 알고 계신 저의 스승, 이만열 장로님께서 어느날 사무실로 찾아오셔서 위로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목회도 귀중한 사역이지만 하나님께서 목사님께 맡기신 평화통일운동은 훨씬 깊고 보람 있는 사역이 될 것이라고 격려하셨습니다.

목회와 통일운동의 중요성을 비교하시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단지 저를 위로하시려는 말씀이었지만 가슴 속에 깊이 새겨진 말씀이었고, 사람의 위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위로로 들렸습니다. 목사님들이 은퇴하신 후 다 저처럼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홀로 감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되기도 해서 송구스럽습니다.

오직, 인생을 소원의 항구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각자의 소명을 따라 고루 퍼지게 될 것입니다.

은퇴목사 공로패를 받고 있는 강경민 목사.

하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네 이생의 최고 열매가 무엇이냐?”고 누가 저에게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대답할 것입니다.

“두 아들과 두 며느리,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4손자입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대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이 말은 저의 삶이 극히 평범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 두 아들이 뭐 특별히 성공한 사람들도 아닙니다. 착하게 살고 있을 뿐입니다. 그대로 그들로 인해 저는 기뻐하고 있습니다. 제가 유명한 목사가 아닌 것 때문에 불편하거나 아쉬운 것은 전혀 없습니다.

가끔, 욕심 때문에 아쉬움이 넘실거리기도 하지만 곧 평정을 되찾습니다. 그러니 후배 목사님들께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본질에 충성하자는 것뿐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검소하게 가난하게 사는 삶을 배워가자 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교회 성도들을 생각하면 두 가지가 더 떠오릅니다.

첫째, 너무 착하다는 것이고 둘째, 너무 자라지 못했다(유치하다)는 것입니다.

목사님들의 책임(우리들의 책임)이 큽니다. 성경은 너무나 명백하게 모든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평등하다고 가르치는데 교회 역사는 노예를 해방시키는데 1500년이 걸렸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이 이 땅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꽃피게 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이렇게 기도하는 신앙에 부끄럽지 않도록 살아가십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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