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회] 은퇴 후, 이제야 목사가 된 것 같다
[은퇴 목회] 은퇴 후, 이제야 목사가 된 것 같다
  • 박영득 목사
  • 승인 2022.02.03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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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박영득 목사(큰빛교회 설립목사)
박영득 목사. 가스펠투데이 DB.

1. 교회 개척과 약속

1990년 5월 25평의 작은 공간에서 큰빛교회를 개척했다.

목사안수를 받고 1년 만에 개척교회를 시작했으니 앞이 깜깜했다. 그래서 새벽마다 ‘하나님, 목회가 무엇입니까?’ ‘하나님, 교회가 무엇입니까?’ 이렇게 눈물로 기도하며 어떤 교회를 세워야할지 어떤 목회를 해야 할 것인지를 정리했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목회는 단순했다. 일꾼을 부르고 그 일꾼을 양육해서 선교사로 파송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목회의 큰 목표를 일꾼과 선교로 정리하고, ‘선교하며 일꾼을 기르는 교회’를 교회의 영원한 표어로 정했다. 그리고 나의 목회를 성도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목회비젼’이란 소책자를 만들었다.

‘목회비젼’에는 박영득 목사가 누구인지, 어떻게 목회할 것인지를 자세하게 기록해서 성도들에게 나누고, 새 가족들이 볼 수 있도록 교회 입구에 비치해 놓았다. 그리고 주보에 고정란으로 어떤 교회를 세울 것인지를 모두가 알 수 있도록 기록했다 .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교회는 형식에 매어있는 예배가 아니라 성령님이 임재하셔서 이끄시는 예배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우리 교회의 목표는 교인 수 늘리기가 아니라 예배의 성공이다.

△둘째, 목회자는 성도를 섬기는 사람이지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다. 목회자라는 직분은 말씀을 전하는 기능 때문에 생긴 직책이므로 목사라는 직분으로 교회의 주인 노릇을 하며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요구를 하지 않는다.

△셋째, 우리 교회는 직분은 인정하지만 계급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장로석도 없고 교회의 모든 지도자는 회중석에 앉는다. 목사와 장로는 만4년마다 시무투표를 하여 독선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넷째, 우리 교회의 임직식은 어떤 경우에도 임직 받는 장로, 권사, 안수집사에게 재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섯째, 우리 교회는 헌금하는 시간이 따로 없다. 따라서 헌금바구니를 돌리지도 않고 주보에 헌금한 성도들의 명단을 발표하지도 않으며 헌금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지 않는다.

△여섯째, 우리 교회는 교회의 성장을 위해서 외형적인 교회성장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는다. 건축을 위해서 의도적인 부흥집회를 하지 않는다.

개척해서 은퇴하는 날까지 목회의 약속을 지켰다.

2. 일꾼을 기르는 교회

목회의 큰 목표인 일꾼을 기르는 교회를 위해서 어떻게 하면 성도들을 세상의 선교사로 양육할까를 고민하면서 성경공부를 넘어 성도들의 양육법을 공부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결국 한국교회에 내놓을만한 LTC양육프로그램을 개발했다.

1단계 ‘새가족 멘토링’, 2단계 ‘예수의 생명’, 3단계 ‘예수의 제자’, 4단계 ‘예수의 일꾼’이었다. 이 양육시스템을 교회에 적용하고 너무 반응이 좋아 20년 동안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소개했고, 영어와 중국어, 캄보디아어로 번역하여 선교지를 다니며 양육시스템을 소개했다.

그리고 신학대학원에서 ‘양육이론’과 ‘양육의 실제’를 가르쳤다. 교회란 세상을 구원하고 그들을 세상의 소금으로 빛으로 양육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교회를 예배공동체와 양육공동체라고 생각한다. 예배만 드리는 공동체는 불완전한 공동체다. 건강한 공동체, 사명을 감당하는 공동체를 위해서는 양육이 너무나 중요하다. 지금도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성도들을 양육할까를 고민하며 코로나시대에 맞는 양육교재를 한국교회를 위해서 집필하고 있다.

일꾼을 기르는 일을 시스템화하는 일을 다음세대부터 시작한 결과 다음세대가 장년부 대비 총회에서 가장 많이 모이는 교회가 되었다. 그래서 많은 교회들이 다음세대 양육시스템, 장년부 양육시스템을 전수받기 위해서 찾아왔다.

다음세대 양육시스템을 위해서 유년부는 ‘복음학교’, 소년부는 ‘요셉학교’, 중등부는 ‘언더우드학교’, 고3 졸업생을 위해서는 ‘히스토리 메이커 훈련’을 시행하였다. 나의 30년 목회의 핵심은 양육목회였다. 이것을 위해 수십 권의 양육 교재를 집필했다.

예수님은 3년 동안 12명의 제자들을 불러서 양육하셨다. 특별히 공동생활을 하면서 훈련하셨다. 예수님의 목회의 핵심은 일꾼을 기르는 양육 사역이었다.

3. 선교하는 교회

일꾼을 기르는 목표는 선교사다. 세상에서 선교사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성도들에게 선교적 삶을 훈련시켰다.

모든 훈련의 마지막에는 성도들이 힘들고 어려운 교회를 찾아가 섬기는 전도훈련을 했다. 그리고 끊임없는 훈련을 위해서 농어촌 목사님들을 섬기는 훈련을 했다. 온 교회가 동원되어 감동적으로 섬겼다. 그리고 목장 아웃리치 사역을 통해 1년에 한 번은 두메교회를 찾아가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고, 교회의 열악한 구석구석을 섬기고, 고생하는 목사님과 사모님을 위로했다.

감동적인 사역들이 일어났다. 해외선교는 물론이고 삶의 자리 안에서 최선을 다해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는 훈련을 했다. 우리 성도들은 너무나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었고 이것은 내 목회의 큰 보람이었다.

4. 노인전문교회(갈렙교회)

내가 목회하는 동안 초고령 사회의 선교에 대해 고민하게 하셨다. 청년세대의 탈교회 현상과 인구절벽시대를 맞아 다음세대가 급감하는 시대에 선교의 출구를 노인선교라고 생각했다. 노인선교의 성공과 실패는 노인사역자다.

그래서 노인사역자를 세우기 위해서 경로대학을 7년 동안 운영했다. 경로대학에 300명의 어른들이 모였다. 그동안 30여명의 노인사역자가 생겼다. 30여명의 노인사역자를 확보한 다음 경로대학을 갈렙교회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매주 수요일에 갈렙교회를 시작했다.

갈렙교회란 노인선교를 위한 노인전문교회이다. 갈렙교회의 전도프로그램인 ‘해피라이프’를 통해서 수많은 어르신들을 전도했다. 어르신들이 울면서 세례 받는 거룩한 장면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 어르신들을 무덤까지 책임지기 위해서 납골묘를 계획하고 있다. 이 일도 곧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노인 인구가 늘어가는 시대에 노인선교는 한국교회의 유일한 대안이다. 나는 모든 교회들이 노인전문교회를 신설해서 어른들의 세계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노인선교는 내 목회에 참으로 잘 한 일이며 성공작이다.

말씀을 전하고 있는 박영득 목사.

5. 교회의 개혁

목사는 성도들을 섬기는 사람이다. 성도 없는 목회자는 있을 수 없다. 그로므로 성도들이 원하지 않는 목사도 그 교회에서 있을 필요가 없다. 이것은 목사뿐만 아니라 장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목회 초기부터 과감하게 목사 장로 시무투표를 시작했다.

만4년째 되는 주일날 목사와 장로가 함께 시무투표를 했다. 목회 30년 동안 시무투표를 통해 불신임을 받은 적이 없다. 어느 해 시무투표에서 두 명이 불신임란에 동그라미를 했다. 이것을 가지고 얼마나 자신을 돌아보며 기도했는지 모른다.

목사와 장로가 자신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 시무투표이다. 나는 여섯 번의 시무투표를 하고 사역을 마치게 되었다. 참으로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또 장로님들을 설득해서 장로 임기제를 도입했다. 70세에 은퇴를 하되 10년만 시무할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기간은 은퇴할 때까지 교회를 섬기는 사역 장로가 되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장로님들이 이해해 주셨다. 교회의 개혁의 대상은 목사와 장로라고 생각했다. 목사와 장로가 바로 서있으면 교회는 평화롭고 건강한 교회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6. 교회의 분립

은퇴 10년 전부터 교회의 분립을 생각하게 되었다. 대형교회가 분립하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천여 명 모이는 교회가 분립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목회를 하는 동안 성도가 성도를 낳고, 교회가 교회를 낳는 어미 교회가 주님의 뜻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성도가 성도를 낳는 일에 성공하여 교회가 부흥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교회가 교회를 낳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이 부담감이 성령께서 주시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분립을 하고 싶었다.

또 어느 날 성찬식을 통해서 떡인 그리스도의 몸을 나누는 것이 성찬이라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나누는 것이 진정한 성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교회분립을 정리하고 당회원들을 설득했다. 감사하게도 모든 당회원들이 동의하고 공동의회에서 만장일치의 결의로 교회를 분립하게 되었다.

교회를 분립하고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시무하던 교회에 담임목사를 모시고 나는 분립한 교회를 섬기다가 지난 11월에 은퇴를 했다.

7. 이렇게 은퇴했다.

만 65세에 은퇴를 했다. 나의 유익을 생각하면 은퇴를 할 수 없다. 교회를 위해서 조기 은퇴가 답이라는 생각을 했다. 교회는 목사의 직장도 아니고 밥그릇이 아니다. 하나님의 몸이다. 하나님의 몸이 잘 되는 길을 택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은퇴를 할까 고민했다. 마침표를 잘 찍는 것이 목회의 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퇴가 성도들에게 감동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은퇴하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재정문제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번 교회를 건축하는 동안 총회연금도 해약해 헌금했기 때문에 원로목사로 교회에서 주는 사례비를 받는 것 외에 위로금, 퇴직금을 사양했다.

깨끗하게 은퇴하고 싶었다. 거창한 은퇴예배도 사양했다. 마지막 설교가 은퇴식이었다. 31년 동안 고난의 순간들이 있었지만 행복한 목회를 했는데 더 바랄 것이 있겠는가? 31년 동안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가 너무 크고 받은 축복이 너무 많아서 나는 모든 것을 다 받은 목회자다.

이렇게 은퇴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8. 은퇴 이후의 사역

나는 은퇴 이후의 사역을 목회의 후반전 사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목사는 은퇴가 없다. 죽는 날까지 사역자다. 은퇴 이후의 목회에 대해 내가 성도들에게 가르친 것을 이제는 내가 실천하고 싶었다.

그래서 은퇴한 12월부터 아내와 함께 두메교회를 찾아가 예배드리는 일을 시작했다. 어떤 교회는 성도가 2명이다. 2000명이라 생각하고 설교를 하였다. 어떤 교회는 성도가 5명이다. 5000명이라 생각하고 설교를 하였다. 어려운 교회를 섬기시는 목사님과 사모님을 위로하고 싶었다.

교회에 헌금하고 목사님 사모님께 식사대접을 하고 함께 차를 마시며 교제하고 온다. 이제야 목사가 된 것 같다. 사역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찬양이 저절로 나온다. 이제 주님께서 허락하시는 시간까지 힘들고 어려운 사역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을 하고 싶다.

선한 목자가 되셔서 오늘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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