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명기 말씀으로 비춰본 지도자의 조건
[인터뷰] 신명기 말씀으로 비춰본 지도자의 조건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2.01.27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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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 교수 특별 인터뷰
정종훈 교수.

정종훈 교수는 연세대학교(Th. B.),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Th. M.)을 졸업하고 독일 괴팅엔 대학교에서 학위(Dr. Theol.)를 받았다. 관동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 한국기독교윤리학회 회장, 연세대학교 교목실장, 연세의료원 원목실장 겸 교목실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기독교 윤리를 가르치고 있다._편집자주


Q.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은 어떤 유형입니까?

올해는 선거의 해입니다. 3월 9일에는 20대 대통령선거, 6월 1일에는 8회 지방선거가 있죠. 우리는 선거를 통해서 정치 지도자를 제대로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에게 희망이 있어요. 잘못된 선택으로 민주주의의 역사가 퇴보해서는 안 됩니다.

신명기 17장 14-20절 말씀을 보면 ‘왕을 세우는 하나님의 기준’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는 왕정시대의 기준이기는 하지만, 신본주의의 전거로서 민주주의의 정치 지도자를 선택하는 보편적인 기준으로 삼을 수 있어요.

“너희는 반드시 주 너희의 하나님이 택하신 사람을 너희 위에 왕으로 세워야 한다... 그는 율법책을 두루마리에 복사하여 평생 자기 옆에 두고 읽으면서 자기를 택하신 주 하나님 경외하기를 배우며, 이 율법의 모든 말씀과 규례를 성심껏 어김없이 지켜야 한다.” (신 17:15a, 19)

첫째, 정치 지도자는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여야 합니다. 택하신 자는 하나님의 뜻을 추구하는,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입니다. 고아와 과부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우선적인 관심을 주는 자, 나그네를 환대하며 지극히 작은 자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자입니다. 그러므로 부자와 권력자, 소수 특권층의 카르텔에 몰두하는 자는 자격미달이라고 할 수 있죠.

“너희는 겨레 가운데서 한 사람을 왕으로 세우고, 같은 겨레가 아닌 외국 사람을 너희의 왕으로 세워서는 안 된다.” (신 17:15b)

둘째, 정치 지도자는 우리 겨레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자라야 합니다.

“왕이라 해도 군마를 많이 가지려고 해서는 안되며, 군마를 많이 얻으려고 자기 백성을 에집트로 보내서도 안 된다... 그는 마음이 교만하여져서 자기 겨레를 업신여기는 일도 없어야 한다.” (신 17:16, 20)

셋째, 정치 지도자는 국민을 업신여기지 않는 겸손한 자, 나아가 국민의 자발적인 종이 되어 국민을 섬기는 자여야 합니다.

“왕은 많은 아내를 둠으로써 그의 마음이 다른 데로 쏠리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신 17:17a)

넷째, 정치 지도자는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당당한 자여야 합니다.

“왕은 자기 것으로 은과 금을 너무 많이 모아서는 안 된다.” (신 17:17b)

마지막 다섯째로, 정치 지도자는 자신의 부를 축척하는 일에 집착하지 않는 자라야 합니다.

Q. 가족사, 아내, 무당. 온갖 리스크가 난무하는 대선 레이스,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대선을 앞에 둔 우리는 무속에 의지하는 지도자를 선택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국가는 이성과 논리, 시대정신과 국민 여론, 국민을 위한 세세한 비전과 책임 있는 정책으로 운영되어야하기 때문입니다.

무속신앙은 사적 이해관계를 추구할 뿐입니다. 자신에게 배타적으로 주어지는 복에 집착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우리는 공공성을 찾아볼 수 없어요. 건강한 정치, 건강한 경제, 건강한 사회, 건강한 문화 등 공공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죠.

그래서 가장 책임적이어야 할 정치를 우연과 요행에다 방치할 수 없습니다. 모든 정치 행위는 막연히 잘 될 것이라는 기대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다각적으로 예상하고 주의 깊게 결정할 때만 보다 큰 공공선(公共善)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는 종교를 사적인 영역으로 제한하고 사적 이익과 사적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미신으로 전락시킬 수는 없어요. 진정한 종교는 공적 영역에서 사랑과 정의와 평화가 구축되기를 원하는 절대자의 뜻을 추구하며 그 실행을 도전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Q. 이번 대선에서는 2030 세대의 젠더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갈수록 심화되는 남녀 갈등에 대한 해결 방안은 없는 것일까요?

이번 대선에서 젠더이슈가 부각되는 것은 남성과 여성의 협력과 조화를 강조하는 것보다 긴장과 대립을 조장시킬 때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다고 계산을 한 후보와 그 선거 진영으로부터 비롯된 현상이라고 봅니다. 대립적인 젠더이슈의 부각은 악마의 사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존귀한 존재이며, 하나님처럼 대접해야 할 존재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돕는 배필로서 지어진 관계죠. 아담과 하와는 인간과 인간, 남성과 여성이 어떤 관계이어야 하는가를 규정하는 아키타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은 생물학적으로나, 감성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차이는 상호 부족함을 보완하는 기회이지 차별의 기회일 수 없어요. 한국교회 역시 성경을 오해하여 여성을 남성의 부수적인 존재처럼 여기는 것은 문제입니다. 성경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해요.

Q.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성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특히 무속신앙 이슈에 교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최근 여러 기독 단체에서 반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앞서 설명 드렸던 것처럼 정치는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상황에 부합해야합니다. 그런데 주관적이고 비합리적이며 허구적인 무속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상은, 정치가 무책임한 영역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세계의 오랜 역사는 무속적인 종교인들이 정치에 어설프게 개입함으로써 정치도 망하고 종교도 망했음을 보여줍니다. 유럽 중세기에 하나님 왕국의 신정정치가 붕괴되면서 르네상스가 도래했죠. 20세기 초 러시아 제국은 니콜라이 2세와 로마노프 왕가를 괴술(怪術)로 현혹했던 라스푸틴으로 인해 몰락했어요.

고려 공민왕 때는 승려 신돈이 왕정에 개입하면서 멸망했고, 최근 청와대 권력 서열 1위로서 영적으로 군림했던 사이비종교 영세교의 최순실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야기된 바 있습니다.

정치와 종교는 각각의 역할이 있어요. 정치의 일을 종교가 대신 나서려고 한다든지, 정치적인 욕망을 공유하려고 한다든지 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다만 정치가 문제가 될 때는 종교가 예언자적인 역할을 하면서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 평화를 도전해야 합니다.

Q. 대선 시즌이 될 때마다 좌우 갈등이 극심해지곤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갈등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우리 사회는 진영논리가 고착화된 사회입니다. 대화가 별로 통하지 않아요. ‘우리편이냐, 상대편이냐?’만 중요하지요. 우리편이면 따지지 않고 찬성하고, 상대편이면 따지지 않고 거부합니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과정입니다. 정치적인 토론을 통해서 보다 나은 정책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정치이고, 건강한 정치죠. 대화와 타협, 토론을 거부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정치 자체를 왜곡하는 우를 범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폐쇄적인 보수와 폐쇄적인 진보의 대립으로 인해 정치 발전이 답보 상태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은 좌로나 우로 치우쳐서는 안 됩니다. 열린 보수와 열린 진보가 되도록 도전해야죠.

이를 위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뜻을 우선으로 삼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에 상응한다면, 때로는 보수적인 가치를 지켜내야 하고, 때로는 진보의 개혁을 도모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하나님의 뜻으로 언제나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Q. 한국교회가 함께 기도해야 할 제목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한국교회 지도자를 자처하는 목사들이 정치에 기웃거리는 행태를 보면, 라스푸틴이나 신돈, 또는 최순실과 그리 멀리 있지 않아 보입니다.

유력한 대선 후보자가 자신의 교회나 기관에 방문하는 것을 매우 영광스러운 것처럼 처신하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모습입니다. 대선 후보자와의 친분관계를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명예나 되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지요.

제사보다 제사밥(득표수)에 관심을 둔 후보자에게 강단에서 자기 선전할 기회를 기꺼이 제공하는 것, 공인으로서의 중립성을 뒤로하고 자신의 사적인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를 교인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이런 행태는 대통령 후보의 됨됨이나 정책, 또는 정치적 역량과 상관없이 장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나섰던 언젠가의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우리 사회가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 우리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각자가 처한 삶의 구체적인 자리에서 하나님의 궁극적인 뜻,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기를 소망합니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보면 볼수록 평신도가 문제이기보다는 목회자가 문제인 것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붙잡고,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질문하며 성도와 세상을 사랑으로 섬길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세상에서 질타를 당하는 비상식적인 한국교회가 아니라, 세상에서 인정받고 세상이 필요로 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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