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도움이 필요한 시대, 누가 진정한 위로자인가?
[영화와 복음] 도움이 필요한 시대, 누가 진정한 위로자인가?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2.01.21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더 파더》
더 파더 영화 포스터.

플로리안 젤러(Florian Zeller) 감독이 직접 희곡을 쓴 〈더 파더〉는 먼저 프랑스에서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졌고, 이후 장소를 런던으로 옮겨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이다. 작년(2021)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알츠하이머를 겪는 아버지 안소니가 살아가는 혼동된 세계와 그를 바라보는 딸 앤의 현실을 복합적으로 구성한 작품으로, 안소니 홉킨스와 올리비아 콜맨의 열연이 돋보인다. 이 작품은 아버지(안소니 홉킨스)와 딸(올리비아 콜맨)의 관계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지만, 미장센과 몽타주의 탁월한 활용으로 대조와 대비를 극대화했다.

때문에, 영화가 진행되면서 주의 깊은 관객들은 조금씩 변화되는 배경과 상황을 체험할 수 있다. 영화에는 몇 가지 중요한 상징들이 등장한다. 창, 시계, 그림(사진) 그리고 빛과 함께 조명되는 시선(응시)이다. 먼저, ‘창’은 경계를 상징한다. 창은 직접 드나들기엔 비좁지만, 안에서 밖을 바라보고 확인할 수 있는 열린 경계선이다. 그 창을 충분히 활용한다.

안소니와 앤은 창을 통해 밖(세상)을 내다본다. 그들이 창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안소니는 햇살 가득 머금고 한가하게 발길질하며 노는 청년을 응시한다. 잃어버린, 찾고 싶은 자신의 과거의 모습이다. 이에 반해, 앤은 남녀가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장면을 바라본다.

누려야 하지만 상실한 앤의 현실적 워너비이다. 내부와 외부를 열린 상태로 경계 짓는 창을 통해 둘이 바라보는 세상은 다르다. 잃어버린 과거와 놓치고 싶지 않은 현재이다. 두 번째는 ‘시계와 사진(그림)’인데, 시간과 기억의 흐름과 상실을 상징한다. 안소니는 잃어버린 시계에 집착한다.

잃어버린 시계는 안소니의 지워진 과거의 기억과 애매모호한 현재의 상태를 나타낸다. 시계의 상실은 단지 현 시간을 모른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과거의 자신도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사라져감을 의미한다. 단절이다. 그림(사진)은 어떤가? 불변하듯 그곳에 걸려있어야 할 그림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항상 생각날 줄 알았던 기억이 어느 순간 지워져 버렸다. 블랭크의 발생이다. 접점의 소멸로 이어진다. 세 번째는, 들어오는 ‘빛’을 통해 묘사한 장면과 공간의 연출로 안소니와 앤의 현실적 심정을 드러낸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유일한 빛을 맞으며 침대에 힘없이 앉아있는 안소니는 지극히 무력하고 초라한 한 개인이다.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고 외치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인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이다. 이에 반해, 컵을 닦으며 주방에 기대어 있는 앤과 그 앤을 뒤로하여 가로세로 격자를 이루는 싱크대를 비추는 빛의 오묘한 조화는 십자가를 짊어진 인생을 연상시킨다. 피곤하고 고된 인생이다.

이 모든 상징의 지향점은 알츠하이머(치매)이다. 알츠하이머의 가장 큰 특징은 기억의 상실이다. 과거의 망각이며,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을 송두리째 날리는 것이며 왜곡이다. 과거는 항상 기억 속에 존재한다. 기억을 담아내는 것은 사진이며 그림이다.

그런데 그 사진과 그림마저 사라져간다. ‘탄생-삶-죽음’의 연속선에서 삶의 기억들이 사라지면, 탄생과 죽음만 남는다. 부재가 발생한다. 즉,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상태로의 회귀이다. 때문에, 안소니는 영화 엔딩씬에서 엄마를 찾는 아이가 된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유일한 존재인 엄마, 그 엄마를 갈망한다.

위로가 필요하다. 하지만 누가 그를 위로할 수 있겠는가? 바쁘고 분주한 현대사회에서 가족이 그 역할을 감당하기엔 쉽지 않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감당하기 어려운 질병(알츠하이머)으로 고통당하는 구성원이 있다면, 가족은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오롯이 가족만의 문제일까? 사회적으로 감당 가능한 방안은 없는가?

다시금 영화의 엔딩은 이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자아를 상실하며 엄마를 찾아 울부짖는 아이가 되어버린 80대의 늙은 안소니, 그를 위로하며 보듬어 주는 사람은 요양보호소의 젊고 친절한 간호사이다. 안소니는 바로 그 품 안에서 진짜 어린아이가 되어 평안을 찾는다.

가족의 문제를 넘어 사회의 의무로 치환한다. 여기에 성령의 위로와 동행이 더해지면 어떨까? 기독교와 신앙의 위대함이 이 대목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