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조토의 애도(Lamentation)
[예술과 목회] 조토의 애도(Lamentation)
  • 임재훈 목사
  • 승인 2022.01.10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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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토, 애도(Lamentation), c.1303-05, fresco, 200x185cm, 파도바 스크로베니경당

“치마부에는 회화의 영토에서 자신이 주인인줄 알았다. 그러나 보라, 조토의 함성이 치마부에의 명성에 그림자를 드리운 것을!”

이탈리아 르네상스 여명기(Proto-Renaissance)의 화가 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 1266/7-1337)의 미술사적 위상을 동시대의 단테는 ‘신곡’에서 이 문장 한마디로 극명하게 표현하였다. 조토가 활동하던 트레첸토(Trecento, 14세기) 시기는 중세 고딕말기와 르네상스 여명이 겹쳐지는 분수령이었다.

그 이전까지 이탈리아 회화를 지배하던 양식은 당대인들이 그리스방식(maniera greca)이라고 부른 이탈리아식 비잔틴 양식(Italo-Byzantine Style)이었다. 그레코로만 고전시대에 이룩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자연주의, 사실주의 화법은 중세미술에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한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거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것을 거부하고 영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회화의 목적이 됨으로 중세미술은 의도적으로 사실주의를 멀리하였다. 중세미술은 신비로운 형상과 초월성을 표현하기 위해 상징과 기호, 도상학(Iconography)을 사용하고 정신화, 추상화 경향을 지님으로써 현세와는 거리감이 있는 엄숙한 느낌의 종교적인 화법을 개발하였다.

가령 비잔틴미술에서는 지상의 공간감을 대신해 영원한 신성을 나타내기 위해 회화의 배경을 황금색으로 처리한다든지, 표현대상의 물질성이 느껴지지 않게끔 화면에 빛의 요소를 더한 모자이크화 등이 발달하였다.

이러한 비잔틴양식에서 한층 진보한 이탈로-비잔틴 양식의 정점에 치마부에(Cimabue)가 서 있었다. 조토가 그의 스승 치마부에를 넘어섰다는 단테의 표현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미술의 시대가 그에게서 열렸음을 의미한다.

16세기 미술사가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sari)는 근대 사실주의 미술이 조토에게서 태동하였음을 주장하며 그를 가리켜 르네상스의 창시자, 서양미술의 아버지라고 격찬하였다.

2. 조토의 대표작 ‘애도’(Lamentation)를 보면 그의 그림이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과거의 영상이 아닌 감동적이고 실제적인 삶을 다루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인물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그들의 동작과 표정, 제스처로 내면의 감정을 표현한다. 황금빛 배경이 사라졌으며 화면을 가로지르는 대각선의 언덕은 관객의 시선을 예수에게로 향하는 구도를 이룬다. 단축법을 사용해 화면 중앙의 두 팔을 펼친 사람의 팔 모양에서 거리감이 느껴지게 하였다. 뒷모습을 보인 채 앉아 있는 인물들은 실제로 예수를 둘러싸고 있는 현장감을 구현한다.

엄격하게 정면성과 위계적 차이를 유지하는 비잔틴양식 대신에 관찰자의 시점을 고려해 그림이 한 눈에 들어오게 하는 3차원의 양식을 개발함으로 실제적인 공간감과 입체감이 느껴지게 하였다.

그는 회화에 인간의 심오한 감성을 불어넣었고 개인의 정체성을 부여하였으며 새로운 공간감을 창안하였다. 이제까지 건축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중세미술에서 회화를 위주로 하는 르네상스미술 도래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인간의 감정이 담긴 그의 자연스러운 스타일은 이후 르네상스와 바로크시기에 개발된 원근법, 해부학적 인체묘사, 명암법과 더불어 20세기 이전까지 서구 미술의 전통을 이룬다.

3. 조토의 눈을 열어 르네상스의 선구가 되게 한 데에는 성 프란체스코(San Francesco d’Assisi, 1181/2-1226)의 신학적 영향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성 프란체스코는 청빈과 무소유의 삶을 추구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았고 라틴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강론을 하였다. 그리스도의 탄생과 고난을 강조한 그의 가르침은 13세기 기독교미술의 흐름에 영향을 주어 십자가상의 도상형식을 이탈로-비잔틴양식에서 강조해온 승리의 그리스도(Chritustus Triumphans) 도상에서 좀 더 인간적인 십자가에 매달려 고통당하는 고난의 그리스도(Christus Patiens) 도상으로 변화되게 한다.

그리스도의 인간적 고통과의 일체감을 통해 청빈과 영성의 추구, 그리스도의 삶을 따르려 한 성 프란체스코 신학의 반영이다. 특히 조토의 그리스도상은 그리스도의 신적인 모습보다도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해 감정이입을 통해 그리스도를 닮고자 한 프란체스코적 감성이 느껴지는 사실적 묘사와 서사적 설득력을 지닌다.

이제 그리스도는 영원한 절대자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회화는 상징에서 사실로 변화한 것이다.

임재훈 목사 <br>독일 칼스루에벧엘교회 담임 <br>유럽기독교 문화예술연구원장 <br>​​​​​​​예술과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임재훈 목사
독일 칼스루에벧엘교회 담임
유럽기독교 문화예술연구원장
예술과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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