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의 위기는 소통의 위기” … 한국기독교장로회 증경총회장 육순종 목사
“한국 기독교의 위기는 소통의 위기” … 한국기독교장로회 증경총회장 육순종 목사
  • 엄무환 국장
  • 승인 2022.01.04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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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소통의 문제 직면, 사회와 말이 안통한다
청와대 모임에서 대통령이 “여기 모이신 목사님들은 우리 사회의 어르신들입니다.” 그러는데 그날 우리가 보인 모습은 얘들 같았다. 우리가 정말로 한국 사회의 어른으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가.

2022년도는 우리나라 미래의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선거들이 있다. 오는 3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와 5월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그것이다.

두 선거의 공통점은 리더들을 뽑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리더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흠집투성이어서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의 가슴에 감동과 울림을 선사하기보다 오히려 인상을 찌푸리게 하고 얼굴을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선지 나라의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는 얘기들이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는 ‘리더십의 부재’에서 기인한 결과요 우리 사회가 리더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리더십의 부재는 국가와 사회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으며, 국민 전체의 불행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같은 ‘리더십의 부재’에 대한 우려는 한국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부정적 시선이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본지는 2022년 새해 주제를 “뉴노멀시대의 리더십, 오직 예수!”로 정했다. 그리고 각 분야의 리더들에게서 리더십과 관련한 얘기들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호에선 현 CBS이사장인 김학중 목사(꿈의교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증경 총회장이었으며 현재 CBS 이사인 육순종 목사(성복교회)와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인터뷰 중인 육순종 목사  / 사진 엄무환 국장
인터뷰 중인 육순종 목사 

육순종 목사의 경우 지면관계상 두세 차례에 걸쳐서 인터뷰 내용을 소개할 계획이다. 2시간 이상 진행된 인터뷰인지라 내용이 풍성하여 소개할 분량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교회의 위기에 대한 그의 진단과 대안, 그리고 리더를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에 대한 그의 식견을 한국교회에 소개하고 싶어서다.

특히 오늘날 진보와 보수로 분열된 한국사회와 한국교회 병폐에 대한 그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 그리고 목회자의 정체성과 목회 사역에 대한 전반적인 지침들은 적어도 목회자라면 한 번쯤 탐독해야할 내용이 아니겠는가 싶어 감히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뵙게 되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코로나 정국이지만 올해 목회사역과 구상 내지 한국교회 전반에 대한 목사님의 견해를 듣고 싶어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예측할 수밖에 없지만 계속 예측이 비켜나가고 준비한 게 다른 상황이 닥치고 하여 큰 틀에서 2년 동안 우왕좌왕했다. 그러나 계속 예측하고 대비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몸부림쳤다. 하지만 여전히 냉·온탕을 오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코로나가 거울 같았다. 우리 모습을 비추는 것 같아서다. 한국교회가 좋은 면도 있고 부족한 면도 있었지만 고평가된 면들은 거품이 빠지고 130년이나 140년의 역사동안 우리 사회에 기여한 공로도 있지만 그러나 우리의 실제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교인들의 구체적인 삶에 들어가면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로 인해서 신앙의 본질로부터 멀어진 사람이 있고 많진 않지만 교회나 개인적으로 신앙의 본질에 다가선 사람도 있다. 거울처럼 자신을 비쳐보면서 자기 지점을 새롭게 리셋하고 자기 지점을 확인한 사람도 있다. 리모델링이 아니고 리셋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하고 있다. 요즘 상황도 마찬가지다. 몇 가지 뜯어고쳐서 될 문제가 아니다.

한국교회의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문제를 터치하신다면 어느 부분이 될까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한국개신교가 가지는 일반적인 위기는 소통의 위기였다. 세상과 소통이 잘 안되기 시작했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되어가고 있었고.

일부에선 교회가 게토화되고 있다는데 동의하시는지요.

-소통이 안되니까 게토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만의 문법을 갖고 있다. 지금도 계속해서 우리만의 문법을 갖고 있다. 제가 총회장하면서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었다. 대통령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가 엇갈리겠지만 제가 그날 대통령의 한 마디가 가슴에 남는 것은 “여기 모이신 목사님들은 우리 사회의 어르신들입니다.” 그러는데 그날 우리가 보인 모습은 얘들 같았다. 적어도 우리가 국가를 맡긴 위임한 지도자니까 얼마나 마음의 고생이 많겠는가. 힘들겠는가. 그런 덕담이나 위로가 필요한 지도자인데 우리가 볼멘소리나 하고 힘들다 방역이 너무 교회만 세다 이런 볼멘소리를 하니까 교회의 목사님들이 우리 사회의 어르신이라고 하는데 제가 좀 부끄러웠다. 우리가 정말로 한국 사회의 어른으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가.

우리가 성숙한 집단인가. 소통의 위기가 느껴졌다. 우리는 예수그리스도를 닮아가고 성숙을 지향하는데 미숙해 보인다는 거다. 도리어 우리를 다독거리는 거다. 다들 총회장들이고 지도자들인데 행정의 수반인 세상의 지도자가 영적 지도자들을 놓고 달래는 거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가 우물안 개구리, 우리 문법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공적 감각이 없다. 예컨대 대통령이나 이런 사람들은 발언할 때 그 발언이 국민을 향한 거다. 우리에게 하는 게 아니다. 우리도 적어도 공인 대 공인으로 만날 땐 우리가 던져야 할 메시지는 사실상 대통령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거기서 우리의 워딩은 국민에게 하는 말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감각이 없었다. 적어도 공교회 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무슨 희망을 줄 것인지, 적어도 그런 자리, 국가지도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선 교계가 국민을 생각하고 고민을 하고 말했어야 했다.

그런 감각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고 많이 우물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소통의 위기가 본질적으로 정체성의 위기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이 되어야 하니까 사회하고 소통도 해야 하고 눈높이를 맞추어야 하고 비위도 맞춰야 하면서 소통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는데, 사실상 소통의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에서 온 것이다.

목회자로서 우리의 정체성 위기는 내가 누구이냐. 하나님의 자녀이고 하나님 백성이고 하나님 나라의 깃발이다. 정체성의 위기가 왔다. 전도를 안하고 못하는 시대가 왔다. 구원의 기쁨이 사라지고 있다. 저희 교회의 내년의 표어가 “구원의 기쁨과 열매를 나누는 교회”이다. 구원의 기쁨은 우리의 정체성이다. 열매를 나누는 것은 소통이다. 이 정체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소통의 위기를 동시에 극복해야 된다. 이것이 내년의 저희 교회 표어이자 제가 가진 문제의식이다. 그동안 코로나 이전부터 가져왔던 희미한 문제의식이었는데 코로나라는 거울로 인해 명료하게 보게 되었다. 한국교회가 소통의 문제에 직면했다. 사회하고 말이 안통한다. 말이 안통하는 집단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교인들의 마음속에서 복음에 대한 열정이 위축되고 있다. 소통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이웃 사랑하면 되고 섬기고 낮추면 되는데 섬기고 낮추는 이게 어디서 나오느냐. 구원의 기쁨에서 나온다.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목사의 굉장한 고민이다. 목사의 자부심이 사라지고 있다. 소명감이 사라지고 있다.

제 아들이 목사이다. 광화문 사태가 터지고 코로나가 터지니까 저녁에 와서 아버지 저 어떻게 목회해요. 그런다. 흔들리는구나. 목사들도 흔들리는구나. 목사가 될 땐 목사가 뭘해야 되겠다는 자긍심 비전이 있는데 이것이 흔들리고 있다는 거다. 교인들도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것은 굉장히 문제라고 본다.

한국교회가 함께 고민할 문제는 우리가 본질로 돌아가고 정체성으로 돌아가서 자기를 확인하고 거기서부터 생활 에너지를 받아야 그게 되면 소통은 극복이 되게 되어 있다.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복음의 정확한 자기 지점이 없기 때문에 나누지 못하고 섬기지 못하는 것이다.

정체성의 위기와 함께 소통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이것이 코로나를 거울삼아 보면서 깨달은 바다. 그리고 앞으로 지향해야할 지점이라 생각하고 구상하고 있다.

인터뷰 중인 육순종 목사
인터뷰 중인 육순종 목사 

대통령과의 만남의 시간이 말하자면 한국교회의 현주소라고 받아들였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 저는 기장 목사이지만 한국교회가 진영논리에 빠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음은 모든 것을 상대화시킨다. 신앙고백은 어떤 정치체제, 어떤 권력도 복음 앞에선 상대화된다. 복음은 모든 가치를 상대화시킨다. 이 능력이 복음의 능력이다. 그래서 항상 언론이나 권력이나 검찰이나 정치, 경제를 향해서 하나님의 뜻이 이것이다. 캐논이 경전이라는 말인데 기준, 척도라고 한다. 기준을 제시한다. 가치의 상대화다. 모든 가치를 상대화시켜서 판단하여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상 정부에 대해 너희들의 판단이 옳은 게 아니다. 하나님의 기준에서 볼 때 잘못된 것이다 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잘한다고 격려할 수도 있고 그런 지점이 있는데 저는 정부가 방역을 잘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공적인 자리에 있을 때 목회자들의 워딩은 가치의 상대화라는 관점을 가져야 하고, 국민을 향해야 한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한 말이지만, 유신 정부 때 대학 채플실에서 독재 반대 성명서 한 장 발표하면 예배 끝나자마자 잡혀가는 시대였다. 전경이 채플실에 와서 끌고 간다. 청년들이 집회하다가 번정부적인 발언을 하면 잡아갔다. 몽둥이로 때리고 끌고 가서 2년 반 3년씩 감방에서 사는 그런 시대를 살았다. 그런 상황속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했다. 지금은 얼마든지 정부를 반대할 수 있다. 그런데 광화문 사태 같은 것을 보면서, 어떻게 이룬 민주주인데 이렇게 하려고 민주주의를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리고 교회는 그 사회의 정신적인 바로미터요 정신적 지주이기 때문에 교회가 한 나라의 종교의 격은 국격이라는 말도 했다. 정부가 교회를 다룰 땐 조금 다른 스텝을 취했으면 좋겠다. 종교의 격은 국격이니까 일반적 기준으로 너무 행정적으로, 사무적으로 취급하는 것은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쉬운 것은 목회자들이 전체 회의를 공개하면 기자들이 자기 편의대로 워딩한다. 그러니까 겁을 먹은 것 같다. 그래서 사전에 한교총 대표회장의 모두 발언만 공개하기로 하고 NCC 총무 발언은 비공개가 되었다. 정부가 개신교가 보수적이어서 이번 기회에 교회를 때려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고 합리적 방법으로 방역을 하자 이런 목소리들도 있었다. 다 공감한다. 그런데 적어도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하는 발언은 사실상 국민에게 하는 거다. 왜 그런 감각이 없느냐는 거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말한다. 우리에게 하는 말이긴 하지만 70~80% 국민이 들으라는 거다.

그런 점에서 천주교와 비교가 된다. 천주교는 바티칸이 2천 년 동안 정치를 해왔다.

그래서 말 한마디를 해도 정교하게 다룬다. 정말 고민하고 스크린하고 그런다. 그런데 개신교는 중구난방이다. 당시는 한교총이 생긴지 얼마 안됐고.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때였고 디테일한 조율이 없었다. 사실 그 정도 되면 지도자그룹이 머리 맞대서 고민하고 워딩해야 한다. 그 정도의 기구이면 문서수발도 대통령의 공보수석이 있는 것처럼,-천주교는 공보수석이 있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천주교의 경우, 미리 언론 전문인으로 공부시켜서 언론담당하는 곳에 메신저 전공자들이 들어가 일하기에 언론정책에 정교한지 모른다. 보도자료도 섬세하게 다룬다. 그런 면에서 개신교는 언론정책이 엉망이다. 그래서 실제로 하는 것도 점수를 못받는다.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리더십의 문제 역시 개교회주의다. 당대에 한국교회를 대표할만한 개교회의 뛰어난 리더가 있을 때는 그 해는 선방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격이 떨어진다. 이런 부침을 반복하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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