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회] 목양 46년, 남기고 싶은 이야기
[은퇴 목회] 목양 46년, 남기고 싶은 이야기
  • 김경원 목사
  • 승인 2021.12.31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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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유산운동 시리즈ㅡ'후배들에게 나의 목회를 물려준다'
글_김경원 목사(서현교회 원로목사)
김경원 목사(서현교회 원로목사)

1. 평범한 목회? - 균형잡힌 목회

나의 목회는 특별한 것이 없고 내놓을 만한 것이 없다.

은퇴 전 사역을 할 때 존경받는 목회자들의 목회간증(?)을 들으며 주눅이 들 때도 있었다. 자신의 목회 특징을 이야기하며 그 분야에 탁월함이 보이고 어느 교회하면 어느 사역이 특별하다는 것을 들으며 때로 나는 그러하지 못한데 하며 뒤처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느 목회자는 해외선교에 힘을 써서 대단한 사역 성과를 나타내기도 하고 또는 사회봉사에 특별함이나 다음 세대 주일학교 교육이 뛰어나 장년 신자보다도 주일학교가 몇 배나 되는 그런 교회 목회자들도 있어 때로는 부럽기도 했다.

어떤 분은 설교에 목숨을 걸고, 소그룹에 목숨을 건다는 목회자도 있다.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데 그 일에 목숨을 걸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목회자와 비교하면 나의 평생 목회는 특징이 없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는 교회로서의 모든 사역에 균형을 맞춘 사역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우리가 아는 대로 교회의 본질적 기능이 있다. 그 기능 모두를 균형이 있게 수행하는 목회, 그 어느 하나를 붙잡고만 가지 않는 목회로 지향했다. 그 본질적 기능은 예배, 교육, 봉사, 교제, 선교이다. 이 5가지를 교회의 핵심 가치로 하고 이 모든 기능을 균형이 있게 수행하고 목사 자신도 모든 일에 균형이 잡힌 목회자가 되려고 애썼다.

2. 목회, 여정을 돌아보다 – 오직 은혜

나는 1971년 총신 신대원에 입학하므로 목회자로서의 출발을 했다. 대구 인근의 하양이라는 시골에서 3대째 신앙으로 하양 교회에서 신앙성장을 했다. 고등학생 시절 수양회에 참석해서 큰 은혜를 받고 하나님을 위한 목회자의 길을 가야 한다는 소명을 받았다.

신대원 1학년 때 서현 교회 교육 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했고 졸업 후에는 존경하는 고(故) 이성헌 목사님의 부름을 받고 대구 서문 교회 전도사, 강도사, 부목사로 3년을 사역하며 이성헌 목사님의 설교와 목회행정을 배웠다. 개인적으로 적어도 우리 교단에서는 당시 최고의 설교자이셨고 옆에서 보는 대로 당회를 비롯한 행정에 빈틈이 없으신 이성헌 목사님으로부터 배운 것이 후에 나의 목회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쳤다.

나이 29살에 진주 성남교회에서 담임 목사로 청빙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거의 무모할 정도로 생각되는 담임목사로서의 사역이 시작되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3년 2개월 사역을 했다. 1979년 9월 어느 주일 저녁에 전화를 받았는데 교육전도사로 있었던 서울 서현 교회 부목사로 오라는 것이었다. 기도와 고민 끝에 서울 서현 교회로 결정하여 1979년 11월 부목사로 부임하였으며, 전임 박경남 목사님께서 캐나다로 이민하신 1980년부터는 32살의 나이에 담임 목사로 사역하게 되었다.

2017년 12월 원로 목사로 은퇴하였는데 담임 목사 38년에 전도사 2년 6개월을 합하면 40년을 넘게 서현 교회에서 사역한 셈이다. 사역을 뒤돌아보면서 한마디로 하면 오직 하나님의 은혜요 감사할 것 밖에 없다.

과거 목회 초년병일 때 어떻게 하면 목회를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존경받는 대형 교회 어느 목사님을 찾아뵙고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 “목사님, 목회는 어떻게 하면 목사님 같이 잘 할 수 있습니까?” 했더니 그 어르신께서 하시는 말씀이 “하나님의 은혜지요!‘라는 것이다. 당시 그 말씀을 듣고 실망하여 속으로 ’그런 소리는 나도 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실제로 목회를 하니 정말로 하나님의 은혜로 되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아무리 재주와 능력이 많아도 은혜 없이는 안되고 내가 좀 부족해도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시면 되는 것이 목회이다. 그 후 이제 후배들이 같을 질문을 내게 해올 때마다 나의 대답이 ”하나님의 은혜로 됩니다.“라고 하게 되었다. 진실로 그리하다. 오지 은혜뿐이다.

3. 목회의 위기 – 극복하기

개인의 삶에도 위기를 만나듯이 목회 사역에서도 뜻밖의 위기를 만난다. 그 위기를 잘 극복하지 못하면 파선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 40여 년의 사역 중에 크고 작은 위기를 만난 적이 있다. 여러 번 있었으나 그중에 한 가지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예배당 화재 사건이다.

1980년 당시 서현 교회는 장년만 600여 명 모이는 꽤 큰 교회였다.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의 좋은 전통 속에서 평안한 가운데 성장을 이루고 양적 부흥도 경험했다. 1983년에는 장년 출석 인원이 1,000명에 이르렀다. 그러던 1983년 1월, 교회에 화재가 났다. 붙타는 예배당 건물을 보던 나는 멍해졌다. ‘어째서 이런 일이?’

다음 날 새벽기도회에서 참 많이 울면서 기도했다. ‘왜 화재가 났을까?’ 물론 화재는 전기 누전이나 방화 또는 실화가 원인이 된다. 그러나 ‘하나님이 주관하시는데,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기도했다. ‘하나님, 무슨 뜻입니까?’ 이 화재 사건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목회자로서 좌절감이 생기고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하나님이 나에게 목사 자격이 없으니 그만두라고 말씀하시는 것인가? 이 상황에서 서현 교회를 사임해야 되지 않나?’ 깊이 생각하며 기도했다. 불과 35세에 불과한 어린 목사로서 이 화재사건은 일생일대 최고의 위기였다. 1천여 명의 장년이 모이던 주일예배가 600-700명으로 떨어지고 여러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자 나는 허우적거렸다.

이 위기의 상황에서 나는 먼저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교회 앞에 모든 사건의 책임이 목회자인 나 자신에게 있음을 밝혔다. 그러자 뜻밖에도 장로님들이 앞장서고 교인들도 한마음이 되었다. 바탕이 좋은 교회는 위기 때 그 능력을 나타낸다. 모두가 하나 되어 재난을 이겨내자며 힘을 모았다. 성도들과 제직들이 오히려 낙심한 목사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다시 힘을 얻은 나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교회에 비전을 제시했다. 그때 내건 슬로건은 “오늘의 재난을 내일의 영광으로”였다. 그 후 온 교회가 한마음이 되어 위기를 극복하고 더 좋은 예배당을 건축하게 되었다. 이 화재를 통해 나는 위기 극복 방법으로 먼저 목회자가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흔히 위기 상황에서는 책임을 서로 전가하기 쉬운데 그럴 때일수록 책임을 안고 가는 목회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기 극복을 위해 비전을 제시하고 교인들로 하여금 한마음으로 내일을 바라보며 희망을 가지게 해야 한다.

4. 개교회주의 벗어나 한국 교회를 보아야 한다.

목회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담임하고 있는 그 교회이다.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고 말씀연구하고 심방하고 교회를 바로 이끌기 위해서 당회를 비롯한 모든 회의를 바르고 은혜롭게 인도해야 함은 당연하다.

혹 어떤 목회자는 자신이 섬기는 교회는 뒷전으로 하고 외부 부흥회를 비롯한 각종 집회에 시간을 빼앗기고, 교단정치에 빠진 분들은 정치판에 온 시간과 정열을 쏟는다. 그래서 새벽 회의부터 밤늦게까지 교회를 비워두고 다른 일에 열심인 분들도 간혹 있다. 잘못된 모습이다.

그와 정반대로 내 교회만 중요하고 내 교회만 잘되면 그만이라고 내 교회에만 빠져있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과연 잘하는 것일까?

필자는 담임 목회 초년 시절에는 다른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었고 오직 내 교회뿐이었다.

노회에 참석하는 것도 부실했고 노회 안의 다른 교회가 무슨 사건이 있어도 관심이 없었다. 지역사회 교회연합기관 모두 관심 밖에 있었고 오직 내 교회만 잘되면 된다는 의식이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생겼다.

어느 날 사랑의 교회 고(故) 옥한흠 목사님이 전화를 하셔서 만나자고 하셨다. 말씀이신즉 “나도 내 교회, 사랑의 교회만 잘되면 되고 제자훈련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지금껏 왔는데 지금 교단이 큰 문제고 이래서는 안된다”고 하시며 목회자 갱신과 교단 개혁을 위해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을 하셨다.

놀라운 일이었다. 옥 목사님께서 다른 교회나, 교역자, 교단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시다니. 옥 목사님은 “지금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내가 있는 고층의 VIP실은 문제없다고 그냥 있을 수 없다”고 하셨다. 그 말씀에 동의하면서 함께 시작한 것이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 협의회이다.

교단의 잘못된 정치행태로 비판하는 소리, 때로는 직접 현실에 참여하기도 하여 교단 갱신에 힘쓰고 다음 세대 목회자들을 끌어주고, 목회자들의 갱신운동을 주도했다. 더 나아가서 이 같은 개혁 정신을 가진 다른 교단의 목회자 그룹들과 연대하여 한국교회에 갱신운동을 일으키자고 모인 것이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다.

필자는 물론 개교회가 중요하고 목회 사역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거기서 머물면 안 된다. 이웃 교회, 목회자들, 교단, 나아가 한국 교회를 안고 연대하여 갱신 운동을 벌여야 한다. 한국 교회나 개 교단이 바로 되어야 내 교회는 온전해질 수 있다.

필자는 40여 년의 목회사역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동시에 고(故) 옥한흠 목사님을 만나고 다른 동역자들을 만나 연대하여 교갱협 운동을 한 것이 대단히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다른 교단의 여러 목사님들과 연대하여 한국 교회의 작은 한 부분을 섬겼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5. 은퇴이후 – 군선교 사역에 힘쓰다

우리나라 청년 선교에는 두 축이 있는데 하나는 학원선교요, 다른 하나는 군선교이다. 군선교를 통해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복음을 들었다.

은퇴 전 군목 출신의 어느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군목의 수가 적어서 지금 대대에는 목사님이 안계시고 민간인 군선교사들이 사역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를 때는 모든 것은 군목들이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장병들의 70%가 배치되는 대대에 목사님이 안계시고 자원하는 민간 목사님들이 하시는데 그분들은 계급도 없고 일체의 보수도 없고 또한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대교회를 살려야 군복음화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대대교회 살리는 운동을 합시다.”는 제안이었다. 그래서 대대교회 군선교사들을 위한 선교단체인 미래군선교네트워크를 세우고 은퇴 후에는 이 사역에 힘쓰고 있다. 군선교사들을 위한 세미나, 군선교사들의 밤, 매월 기도회, 매월 군부대 방문 위문 등을 하고 있다.

진중세례도 중요하고 군 교회 건축도 중요하다. 그리고 훈련소 세례 후에 대대에 배치된 장병들의 신앙생활을 지속하게 지도하고 제대 후에 지역 교회에 연결하는 사역이 필요하다. 세계 선교기관과 같이 주 파송과 협력선교를 하며 초교파적으로 운영하면서 필자는 이 사역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군 선교에 대한 사역, 섬겼던 서현교회와 한국교회, 그리고 세계선교를 위해 기도로 섬기고 있다. 하나님께서 이 모든 사역과 한국교회에 은혜 내려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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