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청년이 본 기독교와 자본주의
[연재] 청년이 본 기독교와 자본주의
  • 선우태용 연구원
  • 승인 2021.12.30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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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모두가 바라지만 드러낼 수 없는 욕망, 돈!'
필자는 앞으로 몇 편의 글을 통해 교회 안에서 말하기를 주저하는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 날의 기억

2020년 3월 19일.

누군가에게는 1년 365일 가운데 하루일 수 있지만 필자는 그 날 오전 11시반쯤의 광경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식사를 하러 가야 하는데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고 아직 날씨가 쌀쌀한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비 오듯 식은땀이 흘렀다. 1920년대 세계 대공황을 불러왔던 미국의 월스트리트 대폭락이 이런 상황이었을까.

투자경력이 짧은 필자로서는 처음 겪는 대폭락이었다. 주가는 하루에 ±1-2%, 많아야 ±5-10% 정도 움직이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 날은 수많은 종목이 하한선인 -30%을 기록했고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기업들도 -10%에 가깝게 폭락했다.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고 시장을 강제로 잠시 멈추기 위해 말 그대로 급정거 장치인 서킷브레이커가 30분 후인 오후 12시 5분경에 발동되었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패닉은 2020년 새해가 시작하면서부터 중국을 넘어 전세계적인 팬데믹 증상으로 발전했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인류를 어디로 데려갈지 전혀 알 수 없었기에 불확실성을 가장 혐오하는 증시는 처음 경험하는 바이러스 앞에서 처참할 정도로 무너져 내렸다. 뉴노멀은 바닥을 알 수 없는 곳까지 증시를 떨어뜨렸다.

두 개의 세상

2020년 주가 대폭락은 대략 2월부터 시작되었고 3월 19일을 최저점으로 20일부터는 강력한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료제나 백신은 너무나 먼 이야기였지만 증시는 방향을 틀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은 데드캣 바운스라며 고양이를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충격에 의해서 고양이가 죽지만 그 사체가 튀어오른다며 다시 끝도 없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게다가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나라간, 지역간 사람과 물류의 이동이 멈춰버리면서 유가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했다. 돈을 주고 기름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고 기름을 가져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모든 활동이 정지되면서 소비는 사라지고 돈맥경화라는 말처럼 돈이 전혀 돌지 않게 되었다. 사람으로 치면 혈액이 순환하지 않는 상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증시는 폭락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키트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는 하루를 허다하고 신고가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폭락했던 기업들의 주가도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었다. 실물 경제는 완전히 망가지고 있는데 금융시장만큼은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왜 그랬던 것일까.

돈의 힘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0여년 전 미국에서 일어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8년 리먼 사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이 무분별하게 이뤄진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하자 저소득층 대출자들은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게 되었다. 이들의 채무는 증권화되어 많은 금융기관이 투자하고 있었는데 대출금 회수불능이 일어나자 보유하고 있던 기관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되었다.

여기에다 어떤 금융기관은 일정의 수수료를 받고 다른 금융기관의 신용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을 대신하는 보험상품을 판매하였다. 그래서 개인이 채무를 갚지 못하고 파산하자 거기에 투자한 금융기관들이 파산하며 여기에 보험상품을 팔았던 회사까지 연쇄적으로 파산하게 되었다.

전자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이고 후자가 리먼 사태이다. 당시 미국정부는 이 사태에 개입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경제는 한동안 극심한 후유증을 겪게 되었다.

2020년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의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연방준비위원회는 2007년과 2008년과 같은 사태를 피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 제로 금리로 만들고, 기업어음을 무제한에 가깝게 매입하였으며, 대형 금융기관에 저금리로 대출을 제공하였다. 이로 인해 원래라면 돈이 없어야 할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있는 기현상이 발생하였다.

덕분에 기업들의 연쇄 파산은 막았지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소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시중에 돈이 넘치게 되자 그 돈들은 투자와 고용, 생산과 소비로 이뤄지지 않고 금융시장에서만 돌게 되었다.

한국은행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양적완화를 단행하여 시중에 엄청난 돈을 공급했다. 그래서 실물경제는 전혀 좋아지지 않았는데 금융시장에만 돈이 넘쳐나 증시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변화의 틈새에서

2010년 즈음부터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박스피라고 불리며 1800에서 2200 사이에 머물러 있었던 코스피 지수는 3월 19일 1400대를 기록하며 이례적인 하락세를 보였지만 반등에 성공하면서 폭발적으로 상승하여 2021년 1월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하고 3200대를 기록하였다.

지수로만 봤을 때는 감이 별로 없을 수 있지만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최저점 대비 2배, 현대차와 LG전자는 4.5배 정도가 상승했고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들은 5~10배 가량 상승하기도 하였다.

큰 변동성은 흐름을 타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위기로 작용하지만 흐름을 탄 사람에게는 큰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실 있는 기업을 저가에 매수한 개인들은 10년에 한번 오는 기회를 잡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연달아 몇 번 갈아타기에 성공하여 투자했던 금액이 5~10배 정도로 늘어난 경우도 제법 있었을 것이다. 한쪽에서는 손님이 없어 영업을 전혀 하지 못하고 빚더미 위에 앉게 되었는데 한쪽에서는 돈이 복사가 되는 상황이 펼쳐졌던 것이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쓴다고 했던가.

고된 노동이 아니라 급격한 변화의 흐름을 운 좋게 타서 큰 돈을 벌었기 때문에 돈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치열한 취업문을 통과한 후 전쟁터 같은 직장에서 꼬박 한 달 일해서 번 돈은 푼돈이 되어버렸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며 근로자는 산업역군이라며 노동을 치켜세웠던 세태는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왜 과거처럼 일해야 하는지를 되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몇 편의 글을 통해 교회 안에서 말하기를 주저하는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모두가 가장 바라는 것이면서도 그 바람을 겉으로 드러내면 하나님을 의지하지 못하고 돈에 기대려고 한다고 비난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곁눈질하며 쉬쉬하는 주제인 돈을 꺼내 놓고 우리 신앙의 핵심에는 밥의 문제가 있다는 걸 정면에서 다룰 것이다. 그렇게 하여 성도 각자에게 있어 만물을 지배하는 시장신이 큰 지 하나님이 큰 지 스스로가 답하도록 할 것이다.

학부에서 생명과학과 법학을, 대학원에서 목회학과 통번역학을 공부한 선우태용 목사(포항주안교회 부목사)는 예장합신에서 안수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법제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세상 안에서 기독교인됨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학부에서 생명과학과 법학을, 대학원에서 목회학과 통번역학을 공부하고 한동대 법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선우태용 연구원은 현재 한국법제연구원에서 재직중이다. 세상 안에서 기독교인됨에 대해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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