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서로 다른 말과 와인
[전문가 칼럼] 서로 다른 말과 와인
  • 박여라 위원
  • 승인 2021.12.13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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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와인 포르투를 만드는 도루 강변 포도밭 언덕. ©여라

사도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내는 서신에서 방언과 예언의 다른 점을 설명하는 부분을 읽으며 무릎을 쳤다.

“방언으로 말하는 사람은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말하는 것입니다. 아무도 그것을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는 성령으로 비밀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언하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입니다. 그는 덕을 끼치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을 합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뜻이 없는 말은 하나도 없습니다. 내가 그 말의 뜻을 알지 못하면, 나는 그 말을 하는 사람에게 딴 세상 사람이 되고, 그도 나에게 딴 세상 사람이 될 것입니다.”(고린도전서 14장 2~3·10~11절, 새번역)

소통의 관점에서 방언과 예언은 청자(聽者)와 목적이 다르며, 서로 다른 언어는 소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글로 쓰여 있는 와인언어가 마치 외국어처럼 그리 와닿지 않는 이유는 비단 낯선 이름이 많아서가 아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물론 그 이유가 크다. 우리말이 와인언어가 되려면 와인에 대한 한국적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말이 와인언어가 아직 되지 못한 이유는 와인에 관련된 우리말 표현이 뜻을 담지 못하고 소리만 있어서다. 낯설고 먼 곳에서 온 것이 그곳 문화에선 자연스럽고 되묻지 않아도 모두 아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우리에겐 아니다.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우리스럽게 와인을 표현해야 우리말 와인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

외래어와 외국어의 차이 같은 거다.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가져오는 외국어는 뜻을 전달하지 못한다. 장황한 설명이 필요하다. 단어마다 설명이 필요하면 대화를 이어가기 힘들다. 컴퓨터, 피아노, 로봇, 버스 같은 외래어처럼 충분히 많이 오래 써야 우리말의 한 부분을 이룬다.

그러면 우리말로 할 수 있는 표현의 폭도 넓어진다. 적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와인’이 표제어로 올라있다. 실제로 와인은 이제 골목마다 와 있다. 서른 넘어 배우기 시작한 스페인어는 그 당시 살고 있던 캘리포니아에서 제2 언어였다. 그곳은 1848년 미합중국에 포함되기 전까지 멕시코 땅이었기 때문이다.

멕시코가 스페인 식민지(1769~1821)였기에 오늘까지도 스페인어 길 이름, 도시 이름이 많고 멕시코 이민자도 많아 스페인어 이름이 흔하다. 캘리포니아 와인 역사도 스페인에서 전해졌다. 거기서 처음 스페인에 갔을 때 친근감마저 느꼈다.

옆 나라 포르투갈은 비슷할 것 같았는데 아주 달랐다. 아니, 그들은 다른 말을 쓰는 다른 사람들이었다. 며칠 지나니 스페인어와 다르게 표기하는 방식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발음이 아주 달라 말은 전혀 못 알아들었다. 영어가 통하지 않을 때는 짧은 스페인어나마 하니 소통이 훨씬 수월했다. 아,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야 한다.

스페인 이베리코 산계에서 발원해 대서양으로 흘러나가는 두에로(Duero)강은 총 길이가 897㎞다. 중간에 112㎞ 정도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가르는 국경이다. 다시 서쪽으로 흘러 결국 대서양으로 이어지는데 포르투갈에서는 도루(Douro)강이라 부른다.

이름은 다르지만 두에로가 도루고 도루가 두에로다. 길이에서 짚이는 대로, 이 강은 다양한 지형, 토양, 기후, 포도품종이 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여러 와인지역을 관통한다.

언어가 달라 서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때도 와인은 서로 표정만으로도 꽤 소통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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