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이오스] 그 날에 대한 꿈
[텔레이오스] 그 날에 대한 꿈
  • 손은정 목사
  • 승인 2021.12.11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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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모든 인류와 뭇 생명체를 한 가족으로, 온 우주를 한 집안으로 보시며 안타까워하신다. 픽사베이 이미지.
하나님은 모든 인류와 뭇 생명체를 한 가족으로, 온 우주를 한 집안으로 보시며 안타까워하신다. 픽사베이 이미지.

우리는 지금 대림절 기간에 들어섰다.

2천 년 전에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와 그 날을 기대하고 대망하는 때이다.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는 그 날에 어느 정도 다가서 있는가? 도래할 그 날에 대한 설렘과 기다림이 우리에게 꿈틀거리고 있는가?

신학교에 입학해서 배운 노래 가운데 지금도 감동적으로 남아있는 노래가 있다.

‘그 날은 오리라 자유의 넋으로 살아 벗이여 고이 가소서. 그대 뒤를 따르리니’

이 노래는 1980년대 군부독재 하에서 민주주의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불렀고, 신학생들은 새 하늘 새 땅에 대한 종말론적 기대와 열망을 모아 함께 합창했었다. 노래는 노래로 그치지 않고, 대화로 이어졌고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서 공부하고 토론하며 밤을 새우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이 노래는 사라져 갔다. 그런데 우리가 이 노래뿐 아니라, 그 날에 대한 종말론적 기대와 열망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예수님 오신 지 2천 년이 넘어가는 지금, 모든 생명체가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며 기뻐하는 그 날을 향해 우리는 가고 있는가? 지금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가?

요즘은 ‘욜로족’이 대세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 현재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지금 여기서 행복하게 살기’가 시대적 주문이 되었다. 먹방이 대세이고, 코로나19로 여행이 멈추었다고 하지만 국내 비행기의 탑승객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미루고 참았던 것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우리는 즐기고 누리는 삶을 갈구하고 있다. 대의를 추구하던 삶에서 소소한 행복과 기쁨을 추구하는 삶으로,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진리를 추구하던 삶에서 감성적이고 상호주관적인 삶을 인정하는 삶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변화는 퍽 자연스럽기도 하다. 다만, 우리가 어느새 어느 한쪽에 치우치게 되면서 균형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우리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찾고 누리고자 하는 동안 곁에 있는 약자들의 삶은 점점 더 방치되고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나 자신과 우리 가족의 행복만이 아니라 모든 인류와 뭇 생명체를 한 가족으로, 온 우주를 한 집안으로 보시며 안타까워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우리 하나님의 안타까워하는 심정을 잘 느끼며 그 분의 뜻을 이뤄가기 위해 몸부림친 사람이 있는데, 김건호 목사이다.

김건호 목사는 노숙인 자활자립을 위해 사회적 협동조합 노느매기를 일구어내고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다가 3년 전에 별세했다. 올해 3주기 추모모임에서 김 목사의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3년 전에 암이 발견되고 난 후, 6개월 남짓 살았는데요. 남편은 암 통증에 시달리며 줄곧 병원 생활을 하던 중에 어느 날 저에게 말했어요. 나는 이제 정말 집이 없는 사람이 되었어. 이젠 집이 없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지 조금 더 알겠어!”

이 말을 전해준 사모님은 당신의 남편이 그 처절한 고통 가운데서도 당신이 사랑하고 아꼈던 ‘집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하나님을 바라보았던 사람이라고 했다. 무섭게 찾아오는 통증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앞에서 좌절할 법도 하건만, 그는 오히려 평소 자신이 형제로 여겼던 분들과 자신을 일치시키며 한 발 더 나아가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김건호 목사는 생전에 이사야 11장의 평화의 나라를 자주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

이리가 어린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어린아이가 그것들을 이끌고 다니는 세상, 나의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서로 해치거나 파괴하는 일이 없다(사 11;6-9).

김건호 목사의 그 날에 대한 꿈은 씨앗이 되어 노느매기라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9년째 성장해가고 있다.

헬렌 켈러는 “맹인으로 태어나는 것보다 더 비극적인 일은 앞을 볼 수 있으나 비전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림절이다. 가만히 숨을 고르고 지금 여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자. 그리고 눈을 들어 그 날을 바라보자. 그 날에 대한 감각을 회복하고, 어수룩하더라도 로드맵을 다시 짜보자.

성령의 인도와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서 그 날에 대한 꿈을 꾸고 어둠 가운데 빛을 전했던 김건호 목사의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손은정 목사<br>(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br>
손은정 목사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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