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이야기의 힘, 선지자 나단처럼 말하라
[예술과 목회] 이야기의 힘, 선지자 나단처럼 말하라
  • 이영식 목사
  • 승인 2021.11.1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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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서사적 존재다. 사람은 이야기 속에서 태어나 이야기를 듣고 자라며 자기 삶을 이야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대부분 삶의 이야기는 주인공의 생물학적 죽음과 함께 막을 내리지만 어떤 사람들의 경우는 그들의 이야기가 훨씬 오래 산다. 아담과 하와, 다윗, 예수님의 이야기가 그렇고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같은 위인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이야기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구축하는 재료다. 또한 물과 공기 같은 배경이 된다. 그러기에 이야기가 없는 인류의 문명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자신의 삶의 서사를 매일 써나간다.

김민수는 『소설의 이해』라는 책에서 이야기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소통의 형식이라고 했다. 이야기 속에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시대와 공간이 설정되며 온갖 종류의 사건과 갈등이 존재한다. 이런 면에서 소설을 인간세상의 모사(模寫)이며 우리 자신의 삶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사무엘하 12장에 보면 이러한 이야기의 특징과 힘을 매우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선지자가 등장한다.

다윗 왕이 유부녀 밧세바를 취해서 임신시키고 그 남편 우리아를 전투의 선두에 내보내 죽게 하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다. 하나님은 그의 범죄를 지적하고 심판의 메시지를 전하도록 나단 선지자를 보낸다. 그가 전해야 했던 말은 다윗의 집안에 칼이 떠나지 않고, 그의 아내들은 백주에 타인에게 범해지고, 밧세바가 낳은 아이도 죽을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저주였다. 아무리 선지자라지만 이런 무시무시한 말을 전하고도 목숨을 보존할 수 있을지 오금이 저리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나단은 우화를 지어서 다윗에게 들려준다. 왕이시여 성읍에 양과 소가 심히 많은 부자와 새끼 암양 한 마리 기르는 가난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자 다윗이 귀를 쫑긋 세운다. 이야기는 언제든지 재미있지 않은가! 그런데 부자가 자기 집에 온 행인을 대접하기 위해 가난한 사람의 친 자식 같은 양을 빼앗았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다윗왕의 눈 꼬리가 치켜 올라가고 눈이 섬광을 발하기 시작한다. 이어서 낮지만 단호한 음성으로 말한다. “여호와의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이 일을 행한 그 사람은 마땅히 죽을 자라. 그가 불쌍히 여기지 아니하고 이런 일을 행하였으니 그 양 새끼를 네 배나 갚아 주어야 하리라.”(12:5-6) 이때를 놓치지 않고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다. “당신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만약 나단이 이 우화를 먼저 들려주지 않고 심판의 메시지를 전했더라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야기는 우리 인간의 삶을 닮아 있기에 듣는 사람들의 삶을 비추는 입체적 거울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선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선한 거울로, 악을 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악을 비추는 거울로,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진리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진실이나 진리, 사실이 사람들에게 항상 달가운 것은 아니다. 아무리 예쁜 사람이라도 벌거벗고 다가온다면 부담스러운 것과 비슷한 이치다. 진리가 몸이라면 이야기는 그 몸을 예쁘게 치장해 주는 옷과 같다. 이러한 이야기의 기능을 잘 이해했던 나단은 절대 권력자에게 저주의 메시지를 전하고도 목숨을 보존할 수 있었다.

이야기의 특성과 기능을 이해하고 이야기의 힘을 신뢰하며 나와 타인의 올바른 삶을 위하여, 풍성한 삶을 위하여, 치유하는 삶을 위하여 나단 스타일로 이야기해보자.

 

이영식 목사

(한국독서치료학회 영남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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