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목회모델] 임봉기 목사(화순 월평교회) “목사나 되니까 저렇게 살지~”
[미래세대 목회모델] 임봉기 목사(화순 월평교회) “목사나 되니까 저렇게 살지~”
  • 정성경 기자
  • 승인 2021.10.2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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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월평교회 앞에 선 임봉기 목사. 30년 동안 농사꾼 목사로 살아온 그의 삶은 여전히 ‘나눔 진행형’이다. 임 목사 제공

 

예수님처럼 ‘함께 하는 목회’

‘임마누엘 목회’로 농촌 섬겨

수십 가지 유기농 기술 개발

“만약 농촌목회 한다면 누구든

꼭 가르쳐주고 싶다”는 바람

“예수님처럼 함께 하겠다는 목회를 꿈꿨다. ‘임마누엘 하나님’을 입으로만 부르지 말고 내 지역 사회, 교구 안에서 함께하는 목회가 예수님의 목회 아닌가. 이웃과 함께 하는데 그 매체를 무엇을 선택할거냐, 내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면 무조건 살아남는다. 난 그게 ‘농업’이었다.”

30년 넘게 ‘함께하는 목회’를 실천한 전남 화순 월평교회 임봉기 목사가 지역 사람들에게 듣는 말은 “목사니까 저렇게 살지~”다. 수십여 가지의 유기농 기술을 보유한 임 목사가 월평교회 목사로, 2만평 농지의 농사꾼으로 일한 결과다.

모태 신앙인으로 아버지가 장로였던 임 목사는 한 번도 신앙을 의심해본 적 없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이었다. 50여 년 전, 공부 잘하는 자녀를 둔 부모는 누구나 그렇듯이 법대 가서 판사 되는 것이 소원이었다. 하지만 10형제 중 공부를 잘했던 임 목사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농과대학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끝까지 밀어부쳐 전남대학교 농과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다. 대학원까지 졸업한 임 목사는 농촌에 들어가 3년 동안 소를 키웠다.

100마리의 소를 키우는 목장으로 일군 임 목사의 눈에 돈 버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돈은 그저 자식들 공부시키고, 먹고 싶은 거 사줄 수 있을 만큼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한 임 목사는 ‘나누는 삶’에 대한 갈망으로 신학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가난하고 어려운 지역에 가서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살아야겠다’는 그의 기도가 응답되어 1993년, 전남 화순 월평으로 가게 됐다. 화순탄광이 있던 그곳은 한때 고기 먹는 게 별일 아닐 정도로 잘 사는 곳이었지만 탄광이 폐광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었다.

농업을 전공한 그가 이웃들과 함께 하는 삶이자 지역 사회 리더로 인정받기 위해 선택한 것은 여러 가지 유기농 기술을 개발하는 거였다. 같은 고추 농사, 양파 농사를 짓더라도 좋은 가격은 물론 사람들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겪으며 성공한 사례들은 주위에 아낌없이 나눴다. 그리고 이웃이 그를 필요로 할 때마다 달려갔다.

“농촌 교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리더가 되어야 한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농부의 리더, 독특한 뭔가 있어야 되는데 그게 농민들을 이끌어갈 수 있는 농업기술이다. 남들이 엄두도 못내는 유기농 기술을 개발하게 되면 돈벌이가 된다. 30여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어느 지역의 교회든지 원하면 실행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농사기술은 다 해봤다. 지금은 거의 모든 농사를 유기농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늘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유기농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500평에 양파농사를 지으며 진 빚이 2억이 넘는다. 두 딸을 시집 보낼 때 사위에게 “이런 상황인데 데려가겠느냐?” 물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평에서 30년 목회하면서 후회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여기서 재배한 채소들을 구입한 전국의 성도들한테 ‘너무 맛있다’는 연락을 자주 받는다. 채소에 맛을 내는 게 미네랄인데 가장 싸게 공급하는 방법이 바닷물이다. 바닷물이 임산부의 양수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바닷물을 뿌려주면 채소에서 단맛이 난다.”

임 목사는 매일 밥상에 올려지는 채소들이 농약에 버무려졌거나 수입해 들여온 것들로 채워지는 것이 가슴 아팠다.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농약을 하지 않고 농사짓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재배한 양파, 당근, 고추, 감자, 무, 배추, 양배추, 고구마, 옥수수 등은 다 유기농이다. 맛있기만 한 게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를 성도들의 밥상에 올리는 것, 그 기술을 개발해 이웃에게 전하는 것, 그리고 농촌목회를 준비하는 목사들에게도 기술을 공유하는 것이 임 목사의 비전이다.

임 목사가 유기농으로 재배한 양파, 당근, 고추, 옥수수. 출처 임 목사 페이스북

임 목사는 일하느라, 목회하느라 힘들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질문에도 “전혀 아니”라는 답변을 했다.

“설교 본문을 정하면 그 말씀을 들고 일하러 나간다. 그리고 일하면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묵상한다. 천주교의 강론을 보면 말씀과 삶이 하나다. 그런데 우리 기독교의 유명한 설교를 들어보면 형이상학적인 경우가 많다. 말씀과 삶이 하나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농촌에서 목회하며 농사짓는 것은 말씀을 삶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다. 먼저 내 삶이 그러하니 성도들에게도 그대로 전할 수 있다.”

그 예로 얼마 전 포도원 품꾼에 대한 말씀을 나누는데 일찍 온 일꾼에게도, 늦게 온 일꾼에게도 같은 삯을 준 것에 성도들이 수긍을 안해 줘 진땀을 흘린 적이 있다고. “그러면 주인이 악한 거냐?”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그러는 거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단다. 그래서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실제로 농사를 짓다 보면 12시에 일하러 와서 6시까지 일해야 되는데 3시에 비 와서 일을 못했더라도 품삯을 다 준다. 그러면 그 사람이 다음에 왔을 때 더 열심히 해준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야 된다.”

며칠 전 임 목사가 시장에 나가보니 마을 청년이 고추를 팔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 전 1만 3천원하던 고추를 장사꾼이 8천 원에 사가는 것이었다. 임 목사는 “남은 고추 나에게 팔라”며 9천 원을 부르는 그에게 1만 원으로 가격을 쳐줬다. 또, 임 목사가 유기농으로 재배한 고추를 파는데 장사꾼들은 어떻게든 가격을 낮추려고 한다. 임 목사는 그저 알아서 주라고 한다. 그만큼 자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목사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한 거다. 고추 파는 사람도 목사이기 때문에 그 값을 쳐준 것을 안다. 그런게 목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대단한 각오와 다짐을 가지고 농촌 목회에 뛰어들었음에도 월평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하고 3년 정도 ‘목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다. 예수님의 방법을 보며 그가 깨달은 것은 “목회란 양과 함께 양을 위해 살다가 양을 위해 죽는 것”이었다.

“분명 내가 처음 농촌에 들어왔을 때와 지금과 많이 다르다. 그때만 해도 젊은이들이 있어서 함께 농사짓고 기술을 가르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이 드신 어르신들뿐이다. 그렇다고 농촌에서 할 일이 없는 것 같은가? 아니다. 오히려 할 일이 정말 많다.”

30년 동안 눈 뜨면 밖에 나가 어두워지면 집에 들어오는 농부의 삶과 성도들에게 말씀을 먹이는 목사의 삶을 동시에 산 임 목사.

“꼭 사영리를 들고 가서 전하는 게 전도가 아니다. 농촌에서는 이웃에게 전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을 전수하며 복음을 전할 수 있다. 농촌목회를 꿈꾸거나 준비 중인 목사들이 꼭 나에게 와 기술을 배워가면 좋겠다. 평생을 고생하며 개발한 기술들을 한국교회 목사와 성도들에게 전하는 것이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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