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호] 레츠 고(let’s go)!
[130호] 레츠 고(let’s go)!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21.11.18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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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유수처럼 흘러간다. 떨어지는 낙엽들을 보면서 세월의 허망함과 인생의 허무함이 밀려온다. 올해도 달력 한 장을 남겨놓고 있다. 그렇게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간다. 어떤 때는 더럭 겁이 나기도 한다. 나는 여기 가만히 있는데 시간만 저 멀리 혼자 가버리는 것 같아서다. 가진 것을 무턱대고 쓰고 보려는 사람, 그런 사람보다 더 무모한 사람은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이다. 이 땅에 존재하는 시간은 절대적이지만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시간은 상대적이다. 시간에 대한 체감, 즉 ‘심리적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난 날, 하루가 굉장히 길고 고단하게 느껴졌던 그런 날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한없이 즐거운 한때는 금방 지나가지만 고되고 지루한 시간은 무척이나 더디게 흐른다. 또 하루를 보내는 방식에 따라 하루가 길거나 짧아지기도 한다. 인간의 심리적 시간은 새로운 일일수록, 긴장도가 높을수록 더 길게 느껴진다. 요즈음은 휴일도 쉬지 못하고 결혼식, 장례식, 출판기념회, 위임식, 정기총회, 야외예배 등 바쁘게 움직이었더니 시간이 무척 빠르게 지나갔다.

‘시간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는가.’를 쓴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대 심리학과 로버트 레빈 교수는 “가장 바람직한 삶의 템포란 시간과 시간 사이의 균형을 찾아 자기 삶의 속도를 통제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시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라고 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졌으되,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것이 시간의 흐름이라면 시간과 화해하는 유일한 길은 시간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늙음’이란 ‘젊음’이 끝난 후 별개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여기지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별개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노전(老前)생활’이란 말이 없는 것처럼 ‘노후(老後)생활’이란 말도 틀린 말이다. 우린 그저 계속 늙어가고 있을 뿐이며 산다는 것은 늙어간다는 것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인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갈등을 정리하고 떠나지만 후자는 죽음에 대한 공포나 의심 소외 미련 속에서 고독한 죽음을 맞게 된다.

‘목회자 중의 목회자’로 불린 영적인 거장 유진 피터슨은 ‘부르심을 따라 걸어온 나의 순례길’에서 “목사의 소명은 사람들에게 좋은 죽음을 맞이하게 준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문화에 만연한 ‘죽음의 부정’이 이제는 교회에도 스며들어 와 있다. 그러나 성경은 ‘날마다 죽노라’와 같은 비유적 의미에서든, ‘주 안에서 죽는 자는 복이 있도다.’와 같은 사실적 의미에서든, 죽음에 많이 집중한다. 우리는 자기 마음대로 살려는 의지를 포기함으로써 죽음을 연습한다. 그러한 포기를 통해서만 우리는 부활을 느낄 수 있다.”(유진 피터슨의 ‘부르심을 따라 걸어온 나의 순례길’에서)

평생 신자들에게 “말씀과 함께 살아가라”고 강조했던 유진 피터슨이 2018년 10월 22일 86세로 별세하면서 남긴 마지막 말은 ‘레츠 고(let’s go)’였다. 주님과 함께 살아가라는 당부였다.

우린 마지막에 어떤 말을 남기고 갈 것인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돼 있다. ‘젊음이 떠난 자리에 부디 지혜가 남기를’ 바란다면 오늘 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열심히 살아야 할 것이다. 노년기는 육체적인 쇠락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창조적인 생활과 영적 생활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은혜의 시기이기도 하다. 75세까지 작곡을 하며 명곡을 남긴 바흐, 82세까지 저술 활동을 했고 70세가 넘어서 ‘부활’을 탈고한 톨스토이, 76세의 고령으로 ‘파우스트’를 쓰기 시작해 80세가 넘어서 완성한 괴테 등을 보면 노년기는 인생의 하향기가 아니라 인격의 통합을 이루는 절정기임을 알 수 있다. 노년의 삶은 젊은 시절의 삶과 연속돼 있다. 노년이 돼 갑작스레 자기 개성을 찾고 발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노년은 젊어서부터 키워온 정신적, 경제적 자립의 기반 위에서 잘 준비돼야 한다.

그러나 나이 들면서 경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일본의 작가 소노 아야코는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에서 나이에 상관없이 대접받는 것을 요구하는 사람을 노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인들은 아주 적은 돈이나 물건, 시중에 이르기까지 받는 것에 대해 믿을 수 없을 만큼 민감하다. 이런 심리 상태가 심해지면 그것을 노화가 상당히 진행된 증거다”고 했다. 늙을수록 잘 삐진다. 나는 잘 삐지는 편인가. 그렇지 않는 편인가. 나는 노인인가 아닌가? 삐지면 고치고 ‘레츠 고(let’s go)’!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본보 주필, 전 CBS재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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