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한국인이라면 잊어선 안될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당신들이 이 땅에서 흘린 피를 잊지 않겠습니다”
[기획특집] 한국인이라면 잊어선 안될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당신들이 이 땅에서 흘린 피를 잊지 않겠습니다”
  • 엄무환 국장
  • 승인 2021.11.18 0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월 11일이 유엔군 6.25 전쟁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임을 알고 계십니까?”

‘유엔군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이자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이며, 영국(UK)연방의 1~2차 전사자 추도일이고 미국 재향군인의 날인 지난 11일, 부산 대연동에 자리한 유엔기념공원에서 6·25전쟁 당시 산화한 영국군 무명용사 3구의 유해를 부산 유엔묘지에 안장하는 안장식이 거행됐다.

하루 전만 해도 비가 내리고 기온이 내려가 따뜻한 남쪽이라 일컫던 부산도 추위에 몸을 움츠려야 했다. 그러나 6.25. 전쟁에 참전했던 영국군 무명용사 유해 3구를 유엔묘지에 안장하는 안장식과 더불어 콜롬비아 용사 참전 기념비 제막식을 겸한 이날의 날씨는 매우 화창했고 따스했다.

유엔묘지에거 거행된 안장식에 참석한 김부겸 총리와 콜롬비아 부통령
유엔묘지에거 거행된 안장식에 참석한 김부겸 총리와 콜롬비아 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마르타 루시아 라미레스 콜롬비아 부통령, 폴 러캐머라 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연합사령관 겸직), 황기철 보훈처장과 22개 참전국 주한 외교사절과 보훈처 초청으로 방한한 7개국 40여 명의 유엔참전 용사 및 가족들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11일 오전 10시 30분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부산을 향하여(Turn Toward Busan)'라는 표어로 유엔기념공원 영국군 묘역에서 진행된 유해 안장식은 유해 운구를 시작으로 하관, 허토, 헌화 및 묵념 순으로 진행됐다.

국기에 대한 경례
국기에 대한 경례

국가보훈처는 지난 4일 “영국군 무명용사 유해는 한·미 공동감식 결과 영국군 제29여단 글로스터대대 소속으로 1951년 4월에 벌어진 설마리전투와 파평산전투에서 혈전을 벌이다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 유해가 국적만 확인돼 무명용사로 안장되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 안장은 유엔참전용사의 유해가 국내에서 발굴된 뒤 안장되는 첫 사례이다.”라며 “유엔사령부에 근무하는 영국군 장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고의 예우로 거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안장식에 사용된 허토는 지난 70년 동안 영국군 3구의 유해가 묻혀있던 경기도 파주 일대의 흙이다.

김부겸 총리, “71년 전 22개국 195만 명의 청년들이 이 멀고 낯선 땅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위해 치열한 전선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청춘을 바쳤다”

추모식이 열린 오전 11시 정각, 부산시 전역에 추모 사이렌이 울렸으며, 1분간 묵념이 진행됐다. 유엔전몰장병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는 의미에서 조포 21발도 발사됐다.

21발의 조포를 발사하다
21발의 조포를 발사하다

그리고 김 총리와 유엔참전국 대표로 참석하는 라미레스 콜롬비아 부통령이 함께 유엔전몰장병 추모명비에 새겨진 전사자 및 실종자 4만896명을 상징하는 4만896송이의 달맞이꽃으로 제작된 원형 수반을 헌화했다.

“한국의 들녘에서 자생하는 달맞이꽃은 꽃말이 '기다림'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모든 전몰장병에 대한 국민의 간절한 기다림을 표현했다”고 보훈처는 설명했다.

김부겸 총리는 안장식 기념사를 통해 먼저 “오늘 11개국 2,300여명의 유엔 참전용사들이 세계 유일의 이곳 유엔기념공원에서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신 우리 가슴속의 빛나는 불멸의 용사로 길이 새겨져 있다.”며 “이 땅에 자유와 평화를 선물해주신 유엔군 전몰장병과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빈다. 오랜 세월동안 슬픔을 안고 살아오셨을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매년 11월 11일 11시 전 세계가 부산을 향해 참전용사들을 추모할 수 있도록 뜻깊은 행사를 제안해주신 캐나다 참전용사인 빈센트 커트니씨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김부겸 총리가 기념사를 하다
김부겸 총리가 기념사를 하다

김 총리는 “오늘 우리가 70년 만에 우리 곁에 돌아오신 영국의 이름없는 영웅 세 분을 전우들이 잠들어 있는 이곳에 예우를 다해 모셨다.”며 “여러분들과 함께 다시 한번 다짐한다. 우리 대한민국은 참전용사들이 보여주신 용기와 호헌 희생과 공헌을 영원히 기억하고 우리 후손들에게 전하겠다. 마지막 한 분의 몸까지 찾아서 안식할 수 있도록 실종된 용사들을 찾아내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총리는 “71년 전 22개국 195만 명의 청년들이 이 멀고 낯선 땅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위해 치열한 전선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청춘을 바쳤다.”며 “무려 38,000명의 용사들이 목숨을 잃었고, 부상당하거나 실종되거나 포로가 된 용사도 11만 3천여 명에 달한다. 참으로 고귀한 희생이자 가슴아픈 비극이었다.”고 회고한 후 “이 땅에 평화를 지키고자 했던 이분들의 노력을 참으로 헛되이 해서는 안된다는 그 마음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시 일어섰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유엔무역개발회의 설립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상승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국제적 책임도 다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이곳에 잠들어 있는 호국영웅들의 희생과 눈물의 결과이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70년 전에 유엔참전용사들이 그러했듯이 자유와 인권 평화를 위해 동맹국들과 연대하고 협력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주어진 책무를 다해 나가겠다.”며 “대한민국은 참전국가의 특별한 우정을 미래세대에 전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가 찾아오는 날까지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흔들림없이 지켜내겠다.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숭고한 인류의 가치를 아로새기고 이곳에 잠드신 이 영웅들을 늘 기억하고 영원히 기억하고 이분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는 말로 기념사를 마무리했다.

캐나다 참전용사 빈센트 커트니 씨, “우리는 언제까지나 부산을 향하여(turn toward Busan) 있을 테니 한국도 부디 우리에게 등을 돌리지 말아 달라”

이어 6·25전쟁에 캐나다군으로 참전한 참전용사로 국제추모행사를 처음 제안한 빈센트 커트니씨가 ‘소중한 청춘의 나날(Our Days of Precious Youth)’이라는 제목의 시를 낭독했다. 이 시는 커트니씨가 낯선 땅에서 목숨을 바친 자신의 전우들에게 바친 시다.

“여전히 기억합니다 어둡고 끔직한 시간들. 추운 밤에 전우들이 떨면 으스스한 달빛이 떨리는 우리 빰에 닿았습니다. 발걸음은 용감했지만 가슴은 떨리고 어둠을 피하기위해 때로는 눈을 감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용감하게 그 무서운 곳으로 향했습니다. 시각과 다른 감각들이 살지 않는 곳으로 그리고 그 영광스런 어느 날, 그림자가 떠나고 전쟁의 비참하고 끔찍한 광경들은 아름다운 무궁화에 의해 누그러졌습니다. 완벽하고 웅장한 화강암 산을 찬미하고 눈부시게 반짝이는 야생의 시냇물은 고군분투하는 남산의 소나무들을 먹여 살립니다. 우리의 외롭고 긴 인생동안 그 그림자는 길어졌지만 우리의 용감하고 충실한 마음을 식혀줄 마지막 밤으로 다가왔지만 우리의 소중한 청춘의 나날들은...”

커트니씨는 3년 전 한 언론 기고문에서 “우리는 언제까지나 부산을 향하여(turn toward Busan) 있을 테니 한국도 부디 우리에게 등을 돌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전우들에게 시를 낭독하는 빈센트 커트니씨
전우들에게 시를 낭독하는 빈센트 커트니씨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상을 통해 “70년 전 임진강변에서 영국군과 한국군은 나란히 폭위에 맞서 싸웠습니다. 참혹했던 투쟁이었지만 역경을 이겨내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 전쟁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때와 마찬가지로 영국은 한반도의 평화 번영과 안정을 위해 대한민국과 함께 합니다. 영국 육해공 해병대 장병 8만여 명이 한국전쟁 전반에 참여했으며, 이들 중 천여 명 이상의 장병들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며 “올해 파주에서 발굴된 영국군 전사자 세 명을 위한 안장식을 비롯하여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 감사드린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하다

오전 11시, 부산시 전역에 1분간 사이렌이 울려 퍼졌으며 유엔군 전몰장병을 추모하기 위한 묵념이 진행됐다. 그리고 전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가 있는 부산을 향해 전 세계가 함께 묵념하자는 의미의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추모행사가 진행된 유엔공원 위로 공군 특수비행단 블랙이글스의 추모비행이 전개됐다.

공군 특수비행단 이글스의 추모비행
공군 특수비행단 이글스의 추모비행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은 6·25전쟁에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유엔참전용사를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시작한 국제추모 행사다. 작년 3월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매년 11월 11일이 법정기념일로 기념되고 있다.

'턴 투워드 부산'이라는 표어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22개국 유엔참전국이 11월 11일 1분간 함께 묵념한다는 의미로, 2007년 첫 행사부터 사용되고 있다.  글·사진 엄무환 국장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