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 앞에 선 한국 교회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 앞에 선 한국 교회
  • 조주희 목사
  • 승인 2018.05.04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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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셀 커크(Russell Kirk)가 쓴 '보수의 정신'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보수주의의 시조를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정치가인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1729~1797)로 본다. 러셀 커크는 에드먼드 버크가 이런 사고를 가졌다고 설명한다. “신은 수천 년의 경험과 명상을 통해 인간에게 집단적인 지혜를 가르쳤고 그때 그때의 편의(expedience)로 조화된 전통을 가르쳤다. 인간은 필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인류의 관습을 품위 있게 존중하는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그때 그때의 편의를 조심스럽게 고려하고 자신의 특정한 상황에 맞게 관습과 원칙들을 적용해야 한다.” 이 내용을 보면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상황 속에서 우리 한국 교회 내의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적절한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를 느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보수진영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 것으로 파악하는 것 같다. 첫 번째는 과거의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혜를 확보하고 동시에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시대성을 가지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하여 편의의 길을 찾아내는 진영이다. 의미가 있는 분석인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 교회의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이제로부터 전개되는 남북의 변화에 대해 어떤 지혜를 가져야 하는가? 그동안 한국교회의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은 자신들만의 관성에 매여 있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서로 대화하는 것을 피했고 서로의 지혜를 나누는 것을 꺼려 왔다. 교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서로 대립각을 세우거나 서로 만나기 어려운 각자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그같은 방식을 통해서 각 진영 간의 세력을 확대하고, 그것으로부터 오는 열매를 달콤하게 여겼던 측면이 있다.

이제는 이런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는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남북관계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를 포함해 세계적인 지평을 바꾸어 놓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하나님은 한국교회에게 ‘너희는 이런 상황 속에서 과거의 전통을 어떻게 해석하고, 지혜를 어떻게 사용하며, 시대성을 어떻게 해석해 내고, 편의의 길을 어떻게 찾아 낼 것인가? 나를 위하여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너희가 속한 민족 앞에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질문하시는 것 같다.

이에 응답하는 방법은 우선은 만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기존의 전통을 각각 고집하는 만남이 아닌 창조적 만남을 가져야 한다. 시대성을 가지고 지혜를 발휘하여 대화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내고, 서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전제를 가지고 만날 필요가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편의의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편의라 함은 사전적으로는 형편이나 조건 따위를 편하고 좋게 한다는 의미이다. 보수 진영은 진보 진영이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 내고, 진보 진영은 보수 진영에게 동일한 자세를 가지게 함으로 조건들 자체가 서로의 이야기를 충분히 끌어 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품위 있는 보수, 품위 있는 진보의 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품위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받아내는 진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주장이 품위를 잃으면 그것은 잡소리가 되고 상대를 자극한다. 품위 있게 듣지 않는 모습은 상대에게 품위를 포기하게 만든다. 한국 교회는 이제 ‘자신들이 주장하는 하나님의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겸허하게 듣는 자신들의 가치’를 서로 나눌 때가 됐다.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또 앞으로 전개될 북미정상회담으로 계속될 남북의 변화라는 현상은 한국 교회가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은혜의 기회다. 보수와 진보진영이 서로 보지 못하는 지혜를 한국 사회 앞에 보여 줄 수 있는 기회이다. 이제는 진영을 위해서 일할 때가 아니라 민족을 위하여 일할 때이다.

조주희 목사

성암교회 위임목사
평양노회 훈련원장
좋은학교네트워크 총무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풀러신학교 목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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