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문명전환기 시대의 마을 목회' 특별 좌담회 (2)
[연재] '문명전환기 시대의 마을 목회' 특별 좌담회 (2)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1.11.17 2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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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코로나 전환기, ‘돌봄 마을’이 갖는 의미
왼쪽부터 한국일 교수, 임종한 교수, 유미호 센터장, 이원돈 목사, 정재영 교수. / 최상현 기자.
왼쪽부터 한국일 교수, 임종한 교수, 유미호 센터장, 이원돈 목사, 정재영 교수. / 최상현 기자.

사회: 이원돈 목사(새롬교회)

패널: 유미호 센터장(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임종한 교수(인하대의학대학원 학장),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 한국일 교수(장신대 선교학, 은퇴)

이원돈: 코로나 전환기 시대, 지역사회 통합 돌봄 체계와 돌봄 마을의 의미는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린다.

임종한 교수
임종한 교수

임종한: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고령화 추세 속에 빈곤한 노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노인 가구 중 빈곤율은 40%를 넘어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세 가지 이상 질병을 가진 노인 비율이 44%에 이를 정도로 여러 질환을 가지고 있고, 장애와 함께 허약체질(노쇠)을 가진 노인도 17-18%에 이른다. 소득하위 20%와 상위 20%사이에 질병 없이 살아 갈 수 있는 건강 나이가 11.3년이나 차이가 난다는 보고도 있다.

65세 이상 노인자살율도 최근 OECD 국가 1위를 차지했다. 빈곤과 노인자살은 이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데, 소득이 낮은 노인가구일수록 생애 마지막을 자살로 마무리 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난다.

노인들은 의료, 돌봄, 주거, 복지 등 여러 가지 필요가 있지만 정작 자기가 살아오던 지역에서 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렵다. 기존의 서비스는 분절되어 있고 연계 혹은 통합되어 있지 않아 서비스를 받으려 해도 전체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가지고 있는 곳이 없다.

그러니 가족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일일이 찾아 가야 하니 어려움이 말이 아니다. 가난한 가족들은, 특히나 빈곤 노인 가구는 의료정보에 더 접근하지 못하고, 평소에 건강관리가 되지 않은 채 천식, 당뇨 등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급속한 고령화와 빈곤이 가져오는 이러한 끔찍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

고령화와 더불어 빈곤노인가구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우리사회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커뮤니티 케어, 즉 지역통합돌봄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 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사회서비스 체계’다.

이러한 지역통합돌봄은 고령화와 건강 불평등이 심화되는 우리사회에서 고령화의 사회적 부담을 줄어주고, 건강 불평등을 완화시켜주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공동체 안에서의 연대의 끈을 상실하면 공동체가 상실된다.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모든 것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필수적인 요소다.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국일 교수
한국일 교수

한국일: 짧은 한국 교회의 역사를 들여다 보면 갖은 박해와 핍박을 받으며 신앙생활을 하다 보니 신앙의 관점이 강렬하면서도 좁다.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 구원을 생각했기 때문에 내세적 구원에 집중했고, 현실에서 희망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종말론적 신앙을 갖게 된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한국 교회는 탈사회적, 내세 중심, 개인 중심의 신앙을 강화해 나갔고 그 속에는 ‘현실’이 끼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오늘 우리가 말하는 ‘마을 목회’와 마을 활동은 교회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이제 교회가 성장하면서 스스로 고립시켰던 것을 뚫고 나와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교회 성장의 방법론을 이야기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신앙관의 전환, 신학의 전환'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를 연구하던 중, 최근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영생’에 교회론과 신앙, 구원론이 집중되고 있었다. 그런데 말씀을 묵상하다보니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그것은 ‘하나님이 행하신 사건’과 ‘인간의 믿음의 응답’이었다. 지금까지는 말씀을 통으로 읽으며 영생의 개념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담겨있는 충분한 의미를 깨닫지 못한 것이다. 영생에 대한 개념은 전반부가 있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하나님이 사랑하신 ‘세상’은 원어로 ‘코스모스’인데 이는 전 피조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피조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강조되어야 뒷부분과 연결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생명의 문제’다. 우리는 선교나 신앙을 구원론의 중심에 두는데 여기 창조세계가 빠져있다.

정리해보면 요한복음 3장 16절은 창조와 구원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말씀이며 창조를 이야기해야 생명 또한 말할 수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교회론을 좁게 가둬서는 안 된다. 생태계 속에는 창조영역과 통치영역 모두가 들어있으며 창조 신앙을 회복하고 상호 보완적으로 가야 한다. 전체를 포괄하는 새로운 접근이 시급하게 필요하다.

유미호 센터장
유미호 센터장

유미호: 예수님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풍성히 누리게 하시려고 세상에 오셨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도 생명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사회,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문제를 풀어갈 열쇠는 ‘커뮤니티’에 있다. 하나님은 인간과 창조세계가 공존할 때 ‘보기 좋다’고 말씀하신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공동체 의식으로 깨어나는 것이다. 심각한 위기 상황 앞에서 두렵고 절망스럽지만 태초의 아름다운 기억을 되살리며 희망을 말하고 싶다. 이제 지역에서의 돌봄, 공동체를 새롭게 일으켜 세우자.

오늘날 우리나라는 너무나도 탐욕스럽게 살고 있다. 1년 간 사용해야 할 자원을 단 4개월 만에 소진해 버린다. 나머지 8개월에 해당하는 자원은 다음 세대가 사용해야 할 것을 도둑질하는 것과 같다.

환경보호와 절약을 위해 시도하는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개인적인 실천들이다. 텀블러 사용, 대중교통 이용 등등. 하지만 이와 같은 개인적 결단은 매우 기본적인 것이고 오늘날 우리가 처한 위기 상황에서 돌이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제 공동체가 나서야 한다. 우리 마을이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지 교회가 나서서 주시하고, 목표와 전략을 세워나가는 것이다. 이런 워크샵이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과학자들이 소위 재앙이라고 표현하는 오늘 날, 거대한 탐욕에서 벗어날 급진적 전환이 필요하다. 나는 그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들이 바로 ‘신앙인’이라고 생각한다.

교회와 이웃, 생명을 중심에 두고 전환시킬 돌봄의 공동체를 만들자. 이를 위한 비전을 공유하고 상상해보자. 그 후에 전환의 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토론해보자. ‘그렇게 해서 되겠냐?’는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정재영 교수
정재영 교수

정재영: 코로나 사태 속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전염병은 사람을 차별한다.”

어떤 사람들이 전염병에 취약한지 살펴보면 ‘계층별 차이’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하위 계층이 질병이 더 많이 시달리며 수명 또한 짧다. 부자들이 걸리는 병과 육체노동자의 질병이 다르다. 태풍이 불어도 사회적 약자들이 당하는 피해가 더욱 크다.

초 고령화 시대로 가고 있는 오늘, 이 문제는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마을 공동체 차원에서 고령화 문제를 함께 감당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

오늘 함께 이야기 하고 있는 주제인 ‘돌봄’도 이런 차원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일본을 탐방할 때 노인들이 ‘생협’을 통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고 자기 집에서 여생을 보내는 현장을 접할 수 있었다. 정부는 최소한의, 그리고 최적의 역할을 담당했다.

이제 우리도 공동체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금 우리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는 작은도서관은 도서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거점이 되어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최근 경기도는 마을 관리소 사업을 하고 있는데, 빈 공간을 활용하여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공구류를 빌려가거나 택배 물건을 보관할 수 있게 하는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사소하지만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되면 더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여전히 활동 가능한 노인들이 있다. 노인 모두를 섬김의 대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들도 공동체의 역할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노노 케어’처럼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서비스는 이미 시행중이다.

다음 세대 문제도 마을이 아이를 함께 양육하는 환경으로 만들어야 한다. 공동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마을 학교를 통해 효과적인 돌봄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고독사’를 이야기할 때 주로 독거노인을 생각하는데 사실 통계로 보면 가장 큰 비율은 50대가 차지하고 있다. 청년층에서도 의외로 고독사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20대 여성의 자살률은 더욱 늘어가고 있다. 이런 문제들 또한 마을에서 함께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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