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보수성을 지켜야 한다
한국교회의 보수성을 지켜야 한다
  • 변상욱 대기자
  • 승인 2018.05.06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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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티칸 은행’으로 불리는 가톨릭종교사업협회 간부들이 횡령과 자금세탁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정확히는 바티칸 은행의 오랜 적폐가 수술에 들어갔고 6년 째 계속되고 있는 조치 결과 중 하나가 간부들에 대한 재판이다.

바티칸 은행 문제는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가 살펴봐야 그림이 그려진다. 종교개혁 이후 침체를 거듭한 가톨릭은 신자 수가 줄어들고 헌금도 줄어드는데 시대에 발맞춘 구조조정에 실패했다. 혁신적인 대책도 마련치 못했다. 민족국가들이 확고히 자리 잡으며 가톨릭교회가 갖고 있던 많은 부동산들이 국유화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이때 대전환을 노려 기획한 사업이 1919년 오토만 제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토만 제국은 무너졌고 교황청도 덩달아 파산 위기에 놓였다. 이 손실에 대해 교황청은 오토만 제국을 무너뜨린 이탈리아에 일시불로 배상금을 요구했다. 그 대상자는 파시즘을 이끌던 무솔리니였다. 무솔리니는 정치적 배경과 명분을 쌓고 공산당 등 정적들에게 맞서기 위해 교황청이 필요해 이를 수락했다. 그래서 거액의 보상금과 면세를 제공한다. 이것이 1929년의 라테란 조약이다.

교황청은 히틀러에게도 손을 내밀어 1년에 1억 달러씩 받았다. 히틀러는 대신 국민에게서 교회세를 거뒀다. 다시는 굶주리고 싶지 않았기에 교황청은 '특별행정처'라는 직속기구를 설립해 독재자들로부터 들어온 돈 등을 글로벌 투자를 통해 불리고자 했다. 이것이 바티칸 은행의 전신이고 검은 거래의 시작이다.

여러 나라 독재자의 돈이 거래되고 마피아의 돈이 들락거린 연유도 이것이다. 21세기 들어 바티칸의 뒷거래가 더 이상 묻어두기 어려운 상황에 접어들자 비리폭로에 호화생활 비난, 은행간부의 자살이 이어졌고 개혁의 칼날이 겨누어졌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반성도 여기로부터 나온다.

그리 말하는 한국 개신교는 어떨까?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세습과 편법을 놓고 벌어지는 모습은 정말 실망스럽다. 파행으로 끝난 예장통합 측 동남노회 상황을 지켜보면서 소속교단인 통합 측을 떠나고 싶었다. 그렇다고 곪아터지고 있는 합동으로 갈 수도 없고 억지로 버티기 한다는 감리교로 가랴?

더 걱정인 건 일부 한국 교회 세력이 정략적 목적으로 세속 정치권력에 줄을 대는 모습이다. 이미 지난 정권의 몰락으로 궁지에 몰린 세속의 극우 정치세력들은 한국 교회의 보수성과 결집력을 이용해 재기하려고 한다. 교회와 정치를 연결할 고리를 찾다보니 이슬람의 진출을 현실보다 훨씬 더 크게 과장해 공포감을 조성한다. 동성애자에게 조금이라도 우호적이거나 동정적이면 그것조차도 죄악으로 몰아붙이고 좌파정권의 평등정책이 가져 온 결과라고 호도한다. 과장되고 허위가 포함된 가짜뉴스가 기독교 채널과 커뮤니케이션 루트를 통해 계속 확산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제 개신교의 도덕성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개신교 자체를 불신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바티칸 은행의 예처럼 힘들다고, 돌파구를 찾는다고 해서 잘못된 힘과 손을 잡아서는 안 된다. 한국 교회의 보수성은 중심을 지키고 사회를 포용하는 든든함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그 소중한 가치를 얄팍한 정략에 팔아서는 안 된다.

변상욱 기자

현, CBS 대기자
현, 한국기독교언론포럼 공동대표
현, 국민대 겸임 교수
현, 대법원 양형자문위원
현, 국무총리실 양성평등위원
현,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전, CBS 방송총괄 본부장
전, 이단사이비 대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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